[사건후] ‘저승길 어떻게 가라고’…노잣돈까지 훔친 ‘나쁜 형’

입력 2016.08.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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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5)씨와 B(당시 28) 씨는 몇 년 전 전북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A 씨는 B 씨의 집에도 드나들었고 자연스럽게 B 씨 가족과도 격 없이 지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A 씨는 B 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아끼는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A 씨는 큰 충격을 받았고, 3일 내내 장례식장을 지키며 B 씨의 마지막 길까지 동행했다. B 씨 가족들은 B 씨의 유골을 전북 전주시의 한 추모공원에 안치했다.

이때 B 씨의 아버지는 생전에 아들이 쓰던 물품을 유골 안치함에 같이 넣었는데 물건에는 아들의 지갑 안에 있던 돈 160만 원도 포함됐다. 이 돈은 B 씨가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모은 것으로, B 씨 아버지는 아들이 생전에 고생하며 번 돈을 차마 쓸 수가 없어서 아들의 저승길‘노잣돈’으로 유골함에 보관했다.

당시 유가족과 함께 장례 모습을 지켜봤던 A 씨는 이후 생활이 어려워지자 자꾸 그 돈이 생각났고, 결국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만다.

지난 4월30일 오전 10시쯤 추모공원을 찾은 A 씨는 공원 관리인에게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유골 안치함에 넣으려고 한다.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관리인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A 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유골 안치함을 열어줬다. 안치함이 열리자 A 씨는 휴대전화를 안쪽에 넣는 동시에 지갑을 재빨리 빼내 호주머니에 넣고 공원을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아들 기일에 맞춰 B 씨의 아버지와 형이 추모공원을 찾았고 여기서 A 씨의 탐욕 범죄는 들통이 나고 만다. B 씨 형이 동생의 안치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유골 안치함 전면이 투명유리로 돼 있었는데, 그 안쪽에 아버지가 뒀던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B 씨의 아버지는 다급히 추모공원 사무실을 찾아가 방명록을 뒤졌고, 2개월 전 A 씨가 이곳에 다녀간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차분히 지갑이 사라진 이유를 묻자 A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A 씨는 돈을 갚겠다고 B 씨 아버지한테 약속했다. 이후 A 씨는 돈을 갚지 않고 약속을 차일피일 미뤘고, 그래도 B 씨 가족들은 가족처럼 지내던 A 씨를 믿고 기다리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추모공원에서 절도 사건이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B 씨 아버지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은 뒤 A 씨를 조사했다.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는 오늘(29일)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은 평소 형제처럼 지내던 A 씨가 이런 범행을 저질러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혹시 모를 A 씨의 추가 범행에 대해 조사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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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저승길 어떻게 가라고’…노잣돈까지 훔친 ‘나쁜 형’
    • 입력 2016-08-29 13:56:26
    취재후·사건후
A(35)씨와 B(당시 28) 씨는 몇 년 전 전북 전주의 한 음식점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A 씨는 B 씨의 집에도 드나들었고 자연스럽게 B 씨 가족과도 격 없이 지냈다. 그러던 중 지난해 6월 A 씨는 B 씨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아끼는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A 씨는 큰 충격을 받았고, 3일 내내 장례식장을 지키며 B 씨의 마지막 길까지 동행했다. B 씨 가족들은 B 씨의 유골을 전북 전주시의 한 추모공원에 안치했다.

이때 B 씨의 아버지는 생전에 아들이 쓰던 물품을 유골 안치함에 같이 넣었는데 물건에는 아들의 지갑 안에 있던 돈 160만 원도 포함됐다. 이 돈은 B 씨가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모은 것으로, B 씨 아버지는 아들이 생전에 고생하며 번 돈을 차마 쓸 수가 없어서 아들의 저승길‘노잣돈’으로 유골함에 보관했다.

당시 유가족과 함께 장례 모습을 지켜봤던 A 씨는 이후 생활이 어려워지자 자꾸 그 돈이 생각났고, 결국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만다.

지난 4월30일 오전 10시쯤 추모공원을 찾은 A 씨는 공원 관리인에게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유골 안치함에 넣으려고 한다.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관리인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A 씨의 신원을 확인한 뒤 유골 안치함을 열어줬다. 안치함이 열리자 A 씨는 휴대전화를 안쪽에 넣는 동시에 지갑을 재빨리 빼내 호주머니에 넣고 공원을 빠져나갔다.

그로부터 약 2개월 후 아들 기일에 맞춰 B 씨의 아버지와 형이 추모공원을 찾았고 여기서 A 씨의 탐욕 범죄는 들통이 나고 만다. B 씨 형이 동생의 안치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유골 안치함 전면이 투명유리로 돼 있었는데, 그 안쪽에 아버지가 뒀던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B 씨의 아버지는 다급히 추모공원 사무실을 찾아가 방명록을 뒤졌고, 2개월 전 A 씨가 이곳에 다녀간 사실을 알았다.

아버지는 평소 친분이 있었던 A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가 차분히 지갑이 사라진 이유를 묻자 A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A 씨는 돈을 갚겠다고 B 씨 아버지한테 약속했다. 이후 A 씨는 돈을 갚지 않고 약속을 차일피일 미뤘고, 그래도 B 씨 가족들은 가족처럼 지내던 A 씨를 믿고 기다리며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추모공원에서 절도 사건이 있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B 씨 아버지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은 뒤 A 씨를 조사했다.

전북 전주 완산경찰서는 오늘(29일)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가족은 평소 형제처럼 지내던 A 씨가 이런 범행을 저질러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며 “혹시 모를 A 씨의 추가 범행에 대해 조사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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