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은 왜 오재원 머리를 향해 공을 던졌나

입력 2016.08.29 (19:08) 수정 2016.08.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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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2사였지만, 3대 5의 안심할 수 없는 점수 차였다. 게다가 상대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베어스였다. 주자의 위치는 스코어링 포지션인 2루였다. 그런데 그 2루 주자를 견제하는 마무리 투수는 공을 수비수 글러브를 향해 던지지 않았다. 아니, 그 보다 더 정확히는 주자의 머리를 향해 공을 던졌다. 지난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던 두산과 KIA의 경기에서, 임창용과 오재원 사이에 있었던 일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직접 마운드 근처까지 올라와 임창용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머리로 날아온 공에 놀라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던 오재원도 이내 격렬하게 항의했다.



2루주자 머리로 향한 견제구


경기의 중계진은 처음엔 임창용이 유격수가 베이스에 들어가지 않자, 그만 보크를 의식해 공을 던진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었다. 하지만 이내 정정했다. 투수는 견제 동작에서 단지 던지는 시늉만 해도 보크를 면할 수 있다. 공을 받을 야수가 베이스에 없었다 해도 임창용은 굳이 공을 주자가 있는 쪽으로 던질 필요가 없었단 얘기다.

임창용이 오재원을 향해 공을 던진 건 바로 직전 오재원이 타석에 있을 때도 한 차례 있었다. 오재원의 몸쪽으로 깊숙이 던진 공에 오재원에 맞을 뻔 한 것이다. 오재원이 재빨리 피해 몸에 맞는 볼이 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오재원의 다리를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볼이었다. 빈볼 시비가 일지 않았지만, 뒤이어 위협 견제구 논란이 일자 이 장면 역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임창용은 왜 오재원을 향해 공을 던졌을까?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오재원이 '사인 훔치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혹은 임창용이 그렇게 오해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먼저 제기됐다. 하지만 오재원이 타석에 섰을 때의 빈볼성 볼을 생각해 볼 때, 원인이 있었다면 오재원이 2루에 있을 때 이전부터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누리꾼들은 오재원의 대기 타석 순번에서 원인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오재원의 앞 타석, 그러니까 국해성의 타석 때 오재원은 대기타석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치가 이상하다. 중계 카메라에 타자가 둘이 잡힐 정도이니, 일반적인 대기타석의 위치는 아니었다.

대기타석 벗어난 오재원, 임창용의 심기를 건드렸나?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보면 대기타석은 중앙보다는 양쪽 더그아웃 쪽에 치우쳐 있다(빨간 원). 오재원이 타격 연습을 한 자리는 이 자리를 벗어난 곳으로 사실상 포수 뒤쪽에 가깝다(파란 원). 보통 타자들은 대기타석에서 투수의 투구 타이밍을 맞추며 시뮬레이션을 하곤 한다. 오재원의 경우는 앞 타석 타자의 뒤에서 타이밍 잡는 연습을 더 노골적으로 한 셈이다. 이 점이 임창용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하는 게 누리꾼들의 추측이다. 규정상 대기타석을 벗어난 것에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없지만, 야구 매너의 문제라고 임창용이 생각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창용이 오재원의 이런 행동에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됐다면, 사사구로 1루에 나갔던 오재원의 무관심 도루 역시 언짢았을 수 있다. 물론 따라가는 팀의 입장에선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해야 하는 게 맞다. 오재원의 플레이는 정상적인 범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기분이 나빠진 임창용에겐 이 도루 역시 신경에 거슬렸을 수 있다. 더욱이 상황은 신경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지는 경기 막바지였다.

구심이었던 이민호 심판위원은 임창용은 부적절한 견제구로, 오재원은 불필요한 과민반응을 했다는 이유로 각각 경고를 주고 상황을 수습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2루 견제 사인이 나왔는데, 유격수 최병연이 커버를 들어오지 않아 실수가 있었을 뿐, 위협구가 아니라고 임창용의 말을 빌어 해명했다. 그리고 임창용은 다음 날인 28일 경기 전 두산 더그아웃을 찾아와 오재원과 오해를 풀었다.

다음 날 운명의 재회…결과는?

28일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8회초 0대 0,1 사 1-3루 기회에서 임창용을 만난 오재원은 초구를 통타해 이 경기의 결승점을 뽑아냈다. 극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전날의 앙금이 채 풀리지 않았던 것인지, 오재원은 다소 격렬한 세리머니를 보이기도 했다.


외신에서도 이번 일이 화제가 됐다. 야후스포츠와 미국 CBS스포츠는 "위험한 견제구"였다며 관련 소식을 타전했다. 그만큼 보기 드문 장면이었고, 그 배경에 대해 경기 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될 만한 일이었다.

KBO는 오늘(29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임창용에 대해 3경기 출장 정지와 1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의 징계를 내렸다. 5강 경쟁에 치열하게 나서고 있는 KIA 입장에선 적지 않은 악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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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창용은 왜 오재원 머리를 향해 공을 던졌나
    • 입력 2016-08-29 19:08:44
    • 수정2016-08-30 09:09:52
    취재K
9회 2사였지만, 3대 5의 안심할 수 없는 점수 차였다. 게다가 상대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두산베어스였다. 주자의 위치는 스코어링 포지션인 2루였다. 그런데 그 2루 주자를 견제하는 마무리 투수는 공을 수비수 글러브를 향해 던지지 않았다. 아니, 그 보다 더 정확히는 주자의 머리를 향해 공을 던졌다. 지난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렸던 두산과 KIA의 경기에서, 임창용과 오재원 사이에 있었던 일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직접 마운드 근처까지 올라와 임창용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머리로 날아온 공에 놀라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던 오재원도 이내 격렬하게 항의했다.



2루주자 머리로 향한 견제구


경기의 중계진은 처음엔 임창용이 유격수가 베이스에 들어가지 않자, 그만 보크를 의식해 공을 던진 게 아닌가 하고 의심했었다. 하지만 이내 정정했다. 투수는 견제 동작에서 단지 던지는 시늉만 해도 보크를 면할 수 있다. 공을 받을 야수가 베이스에 없었다 해도 임창용은 굳이 공을 주자가 있는 쪽으로 던질 필요가 없었단 얘기다.

임창용이 오재원을 향해 공을 던진 건 바로 직전 오재원이 타석에 있을 때도 한 차례 있었다. 오재원의 몸쪽으로 깊숙이 던진 공에 오재원에 맞을 뻔 한 것이다. 오재원이 재빨리 피해 몸에 맞는 볼이 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오재원의 다리를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볼이었다. 빈볼 시비가 일지 않았지만, 뒤이어 위협 견제구 논란이 일자 이 장면 역시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임창용은 왜 오재원을 향해 공을 던졌을까?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오재원이 '사인 훔치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혹은 임창용이 그렇게 오해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먼저 제기됐다. 하지만 오재원이 타석에 섰을 때의 빈볼성 볼을 생각해 볼 때, 원인이 있었다면 오재원이 2루에 있을 때 이전부터 생겼을 것이라는 추측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누리꾼들은 오재원의 대기 타석 순번에서 원인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오재원의 앞 타석, 그러니까 국해성의 타석 때 오재원은 대기타석에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치가 이상하다. 중계 카메라에 타자가 둘이 잡힐 정도이니, 일반적인 대기타석의 위치는 아니었다.

대기타석 벗어난 오재원, 임창용의 심기를 건드렸나?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를 보면 대기타석은 중앙보다는 양쪽 더그아웃 쪽에 치우쳐 있다(빨간 원). 오재원이 타격 연습을 한 자리는 이 자리를 벗어난 곳으로 사실상 포수 뒤쪽에 가깝다(파란 원). 보통 타자들은 대기타석에서 투수의 투구 타이밍을 맞추며 시뮬레이션을 하곤 한다. 오재원의 경우는 앞 타석 타자의 뒤에서 타이밍 잡는 연습을 더 노골적으로 한 셈이다. 이 점이 임창용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하는 게 누리꾼들의 추측이다. 규정상 대기타석을 벗어난 것에 어떤 제재를 가할 수 없지만, 야구 매너의 문제라고 임창용이 생각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임창용이 오재원의 이런 행동에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됐다면, 사사구로 1루에 나갔던 오재원의 무관심 도루 역시 언짢았을 수 있다. 물론 따라가는 팀의 입장에선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해야 하는 게 맞다. 오재원의 플레이는 정상적인 범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기분이 나빠진 임창용에겐 이 도루 역시 신경에 거슬렸을 수 있다. 더욱이 상황은 신경이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지는 경기 막바지였다.

구심이었던 이민호 심판위원은 임창용은 부적절한 견제구로, 오재원은 불필요한 과민반응을 했다는 이유로 각각 경고를 주고 상황을 수습했다. KIA 구단 관계자는 2루 견제 사인이 나왔는데, 유격수 최병연이 커버를 들어오지 않아 실수가 있었을 뿐, 위협구가 아니라고 임창용의 말을 빌어 해명했다. 그리고 임창용은 다음 날인 28일 경기 전 두산 더그아웃을 찾아와 오재원과 오해를 풀었다.

다음 날 운명의 재회…결과는?

28일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8회초 0대 0,1 사 1-3루 기회에서 임창용을 만난 오재원은 초구를 통타해 이 경기의 결승점을 뽑아냈다. 극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전날의 앙금이 채 풀리지 않았던 것인지, 오재원은 다소 격렬한 세리머니를 보이기도 했다.


외신에서도 이번 일이 화제가 됐다. 야후스포츠와 미국 CBS스포츠는 "위험한 견제구"였다며 관련 소식을 타전했다. 그만큼 보기 드문 장면이었고, 그 배경에 대해 경기 외적으로 관심이 집중될 만한 일이었다.

KBO는 오늘(29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임창용에 대해 3경기 출장 정지와 1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의 징계를 내렸다. 5강 경쟁에 치열하게 나서고 있는 KIA 입장에선 적지 않은 악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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