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운명의 날’

입력 2016.08.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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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이 끝난 브라질이 또다시 뜨겁다. 이번에는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다. 바로 대통령을 탄핵해서 권좌에서 쫓아내는 일이다. 한편으론 권력을 빼앗기 위한 쟁탈전이기도 하다. 금메달을 따는 일 못지 않게 브라질은 운명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그녀의 운명이 곧 결판난다. 브라질 의회가 올봄부터 추진해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곧 결정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시각으로는 31일... 12시간 시차가 나는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이르면 31일 밤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리우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지난 25일 브라질 상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위해 마지막 절차를 개시했다. 탄핵 사유에 대한 공방과 의원들의 의견발표가 진행됐다.

그리고 어제, 현지 시각 29일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에 출석해 45분 동안 최후변론을 했다. 그녀는 최후 변론에서 탄핵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정치권이 재정회계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탄핵안 부결을 촉구했다. 그녀는 "탄핵이 정치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은 탄핵을 당할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 사유는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014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경제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썼다는 것이 브라질 정치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은행 자금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관례에 따른 것이며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 정부들도 재정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만 탄핵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한 것이며 이를 추진하는 연정 파트너 테메르 부통령이 합법을 가장해 쿠데타를 한다는 주장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국민이 합법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쫓아내려 한다며 "탄핵은 쿠데타이자 정권찬탈 행위"라고 비난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최후변론에 이어 40여 명의 상원의원과 1대1 질의·응답 형식을 통해 탄핵 사유를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상원 방청석에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후계자로 키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는 착잡한 심정으로 탄핵 과정을 지켜봤다. 그와 함께 좌파 성향의 정치인·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간간이 호세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며 탄핵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 탄핵 반대 시위 밤새 격렬히 벌어져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 판결을 앞두고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탄핵 반대시위가 격렬하게 진행됐다. 시위대는 지우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밤늦게까지 불을 지피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위대들은 연정의 파트너였다가 변심해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고 있는 테메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비난했다. 그는 부통령으로서 지우마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법안에 같이 서명까지 한 범법자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과연 대통령은 탄핵당할 것인가?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의 최후변론에도 상원의 분위기는 탄핵안 통과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종표결에서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고, 호세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퇴출당한다.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부통령으로 현재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테메르가 채우게 된다.

반대로 찬성 의원이 54명에 미치지 못하면 탄핵안은 부결되고 호세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브라질 주요 언론의 분석을 보면 상원의원 가운데 52∼53명은 탄핵안에 찬성하고 18∼19명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11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거나 의견을 정하지 않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과연 운명의 신은 그녀에게 어떤 미소를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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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대통령 ‘운명의 날’
    • 입력 2016-08-30 13:10:14
    취재K
리우올림픽이 끝난 브라질이 또다시 뜨겁다. 이번에는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다. 바로 대통령을 탄핵해서 권좌에서 쫓아내는 일이다. 한편으론 권력을 빼앗기 위한 쟁탈전이기도 하다. 금메달을 따는 일 못지 않게 브라질은 운명을 건 한 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그녀의 운명이 곧 결판난다. 브라질 의회가 올봄부터 추진해온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곧 결정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시각으로는 31일... 12시간 시차가 나는 우리나라 시각으로는 이르면 31일 밤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리우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지난 25일 브라질 상원이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위해 마지막 절차를 개시했다. 탄핵 사유에 대한 공방과 의원들의 의견발표가 진행됐다.

그리고 어제, 현지 시각 29일 호세프 대통령은 상원에 출석해 45분 동안 최후변론을 했다. 그녀는 최후 변론에서 탄핵의 부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정치권이 재정회계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탄핵안 부결을 촉구했다. 그녀는 "탄핵이 정치적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자신은 탄핵을 당할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 사유는 호세프 대통령이 연방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영은행의 자금을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주지 않는 등 재정회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2014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경제실적을 과장하기 위해 이런 편법을 썼다는 것이 브라질 정치권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은 국영은행 자금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관례에 따른 것이며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과거 정부들도 재정이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를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에게만 탄핵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당한 것이며 이를 추진하는 연정 파트너 테메르 부통령이 합법을 가장해 쿠데타를 한다는 주장이다. 호세프 대통령은 국민이 합법적으로 선출한 대통령을 쫓아내려 한다며 "탄핵은 쿠데타이자 정권찬탈 행위"라고 비난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최후변론에 이어 40여 명의 상원의원과 1대1 질의·응답 형식을 통해 탄핵 사유를 반박하기도 했다.


이날 상원 방청석에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후계자로 키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는 착잡한 심정으로 탄핵 과정을 지켜봤다. 그와 함께 좌파 성향의 정치인·문화예술인들이 자리를 함께 했으며 간간이 호세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며 탄핵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 탄핵 반대 시위 밤새 격렬히 벌어져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 판결을 앞두고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탄핵 반대시위가 격렬하게 진행됐다. 시위대는 지우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밤늦게까지 불을 지피며 경찰과 대치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위대들은 연정의 파트너였다가 변심해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고 있는 테메르 대통령 권한 대행을 비난했다. 그는 부통령으로서 지우마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법안에 같이 서명까지 한 범법자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과연 대통령은 탄핵당할 것인가?

그러나 호세프 대통령의 최후변론에도 상원의 분위기는 탄핵안 통과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종표결에서 전체 상원의원 81명 가운데 3분의 2인 54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되고, 호세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퇴출당한다. 2018년 말까지 남은 임기는 부통령으로 현재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은 테메르가 채우게 된다.

반대로 찬성 의원이 54명에 미치지 못하면 탄핵안은 부결되고 호세프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한다.

브라질 주요 언론의 분석을 보면 상원의원 가운데 52∼53명은 탄핵안에 찬성하고 18∼19명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11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거나 의견을 정하지 않고 있다.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당하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 과연 운명의 신은 그녀에게 어떤 미소를 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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