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크라이나, 북한과 비자면제협정 파기

입력 2016.08.3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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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옛소련 시절 북한과 맺은 비자 면제협정을 파기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9일 정부 공식 포털에 , 옛소련 시절인 1986년 북한과 체결한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다는 결정문을 게재했고, 지난 12일 외교 경로를 통해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0일부터,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는 북한인들은 비자를 받아야 하며, 체류중인 북한인도 일단 국외로 모두 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외교부 차관은 정부 관보를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 영토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비우호적인 북한인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라고, 협정 파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북한이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편을 든 점, 지난해 북한 사람들이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된 것 등이 배경이 됐다고, 현지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허가도 없이 한의사 영업을 하며 가짜 약을 파는 등 불법 영업으로 불법 이익을 취한 혐의로 북한인 20여 명을 강제 추방한 바 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우크라이나 과학자들로부터 미사일 관련 극비 기술을 빼내려던 북한인 2명이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돼 각각 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복역중이다.

당시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은, 우크라이나 로켓 발사체 개발 전문 설계회사의 직원들을 포섭해 로켓 발사체 기술, 특히 로켓의 사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액체 연료 엔진 시스템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 태국에 이어 북한의 5번째 교역상대국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밀가루 9만 4천톤을 수입해, 밀가루 최대 수입국으로 기록된 바 있다.

북한의 안정적인 식량 수입국인 우크라이나가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함으로써 북한의 식량 수입에도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1992년 우크라이나와 수교하고 대사관을 설치했으나, 1998년 공관을 철수했다.

이달초 중앙아시아 유일의 우즈베키스탄 북한 공관이 패쇄된데 이어, CIS, 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서 북한의 외교 입지가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한편, 비자면제협정 파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의료 행위와 관련해 북한 운영 의료시설, 이른바 '해외의료단'의 실태도 최초로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 북한인 가정집을 압수수색했다. KBS가 확보한 압수수색 영상을 보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가정집에서 한 북한 남성이 심문을 받고 있다.

이 남성은 북한이 외화벌이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운영한 의료시설, '해외의료단' 관계자로, 우크라이나에서 허가 없이 한의사 행세를 하며 가짜 약을 팔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10월 불법 영업 혐의 등으로 북한인 20여 명을 강제 추방했다.

이들이 이렇게 불법 영업까지 하면서 외화벌이에 나선 것은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한층 심해지면서, 돈줄이 마른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적 압박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취재진이 확보한 의료단 자체 서류를 보면, 북한은 의료단원에게 상납금을 지정하고, 납부를 강요해왔다.

'해외의료단 외화벌이 계획'이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의료단원의 이름과 할당된 액수가 적혀있다. 첫 3년 동안은 1인당 월 4백 달러, 그 이후에는 월 5백 달러씩이다. 현지에 도착하면 석달 동안 현지 실정을 파악한 후, 석달 이후부터 납부가 시작되며, 의료단 유지를 위한 유지비도 단원들이 납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의료인 9명 기준의 우크라이나 주재 북한 의료단에서 연간 4만 7천 달러, 우리돈 5천 3백 만원 정도가 상납된 것으로 보인다.

서류에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담겨 있다. 단장의 승인 없이는 외출할 수 없고, 왕진을 갈 때도 2명 이상이 함께 움직이도록 하는 식이다. 시장에 가더라도 정해진 날에만 3명 이상 조를 꾸려 지정된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하고, 현지 식당은 이용할 수 없다. 통신 수단조차 허락없이 이용할 수 없으며 대표부와의 연락에도 암호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단원들을 철저한 감시와 통제 아래 두었다.

해외 파견 노동자들 가운데 비교적 고급 인력으로 꼽히는 의료단조차 사실상 감금 상태로 생활하며 불법 외화벌이에 내몰린 현실이 고립된 북한의 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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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우크라이나, 북한과 비자면제협정 파기
    • 입력 2016-08-30 21:18:40
    국제
유엔 안보리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로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옛소련 시절 북한과 맺은 비자 면제협정을 파기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9일 정부 공식 포털에 , 옛소련 시절인 1986년 북한과 체결한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한다는 결정문을 게재했고, 지난 12일 외교 경로를 통해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10일부터, 우크라이나에 입국하는 북한인들은 비자를 받아야 하며, 체류중인 북한인도 일단 국외로 모두 나가야 한다.

우크라이나 외교부 차관은 정부 관보를 통해, 북한이 우크라이나 영토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비우호적인 북한인들의 침투를 막기 위해서라고, 협정 파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북한이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 편을 든 점, 지난해 북한 사람들이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 적발된 것 등이 배경이 됐다고, 현지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허가도 없이 한의사 영업을 하며 가짜 약을 파는 등 불법 영업으로 불법 이익을 취한 혐의로 북한인 20여 명을 강제 추방한 바 있다.

또 지난 2012년에는 우크라이나 과학자들로부터 미사일 관련 극비 기술을 빼내려던 북한인 2명이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돼 각각 8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복역중이다.

당시 북한 무역대표부 직원 2명은, 우크라이나 로켓 발사체 개발 전문 설계회사의 직원들을 포섭해 로켓 발사체 기술, 특히 로켓의 사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액체 연료 엔진 시스템에 관한 자료를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중국과 러시아, 인도, 태국에 이어 북한의 5번째 교역상대국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밀가루 9만 4천톤을 수입해, 밀가루 최대 수입국으로 기록된 바 있다.

북한의 안정적인 식량 수입국인 우크라이나가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함으로써 북한의 식량 수입에도 적지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1992년 우크라이나와 수교하고 대사관을 설치했으나, 1998년 공관을 철수했다.

이달초 중앙아시아 유일의 우즈베키스탄 북한 공관이 패쇄된데 이어, CIS, 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서 북한의 외교 입지가 갈수록 좁아들고 있다.

한편, 비자면제협정 파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의료 행위와 관련해 북한 운영 의료시설, 이른바 '해외의료단'의 실태도 최초로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10월, 한 북한인 가정집을 압수수색했다. KBS가 확보한 압수수색 영상을 보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가정집에서 한 북한 남성이 심문을 받고 있다.

이 남성은 북한이 외화벌이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운영한 의료시설, '해외의료단' 관계자로, 우크라이나에서 허가 없이 한의사 행세를 하며 가짜 약을 팔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10월 불법 영업 혐의 등으로 북한인 20여 명을 강제 추방했다.

이들이 이렇게 불법 영업까지 하면서 외화벌이에 나선 것은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한층 심해지면서, 돈줄이 마른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적 압박을 강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취재진이 확보한 의료단 자체 서류를 보면, 북한은 의료단원에게 상납금을 지정하고, 납부를 강요해왔다.

'해외의료단 외화벌이 계획'이라는 제목의 서류에는 의료단원의 이름과 할당된 액수가 적혀있다. 첫 3년 동안은 1인당 월 4백 달러, 그 이후에는 월 5백 달러씩이다. 현지에 도착하면 석달 동안 현지 실정을 파악한 후, 석달 이후부터 납부가 시작되며, 의료단 유지를 위한 유지비도 단원들이 납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의료인 9명 기준의 우크라이나 주재 북한 의료단에서 연간 4만 7천 달러, 우리돈 5천 3백 만원 정도가 상납된 것으로 보인다.

서류에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담겨 있다. 단장의 승인 없이는 외출할 수 없고, 왕진을 갈 때도 2명 이상이 함께 움직이도록 하는 식이다. 시장에 가더라도 정해진 날에만 3명 이상 조를 꾸려 지정된 시간 안에 돌아와야 하고, 현지 식당은 이용할 수 없다. 통신 수단조차 허락없이 이용할 수 없으며 대표부와의 연락에도 암호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단원들을 철저한 감시와 통제 아래 두었다.

해외 파견 노동자들 가운데 비교적 고급 인력으로 꼽히는 의료단조차 사실상 감금 상태로 생활하며 불법 외화벌이에 내몰린 현실이 고립된 북한의 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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