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도…갯벌이 품은 생태보물섬

입력 2016.08.31 (12:08) 수정 2016.09.0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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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새 최후의 ‘쉼터’…유부도

"가장 멀리 나르는 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도요새입니다. 실제로 호주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 반 바퀴를 해마다 왕복 여행을 합니다. 이런 도요새를 보신 적 있나요? 요즘이 도요새를 볼 수 있는 적기입니다. 북쪽에서 번식을 마친 도요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도중에 서해 갯벌에 내려 영양을 보충하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국립생태원이 유부도에서 촬영한 마도요 무리입니다.


유부도는 작습니다. 육지 면적 0.77㎢에 해안선은 4km에 불과합니다. 주민도 70명 정도입니다. 이렇게 작은 섬이지만 유부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지구 반 바퀴를 이동하는 도중에 휴식하는 '중간기착지'이기 때문입니다. '중간기착지'는 번식지나 월동지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쉼터가 없으면 도요새 무리가 이동을 못 하고 번식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더구나 광대한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지금, 유부도는 새만금을 대체하는 최후의 '쉼터'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알락꼬리마도요. 멸종위기2급.알락꼬리마도요. 멸종위기2급.

지난 8월 26일 유부도 갯벌에서 만난 알락꼬리마도요입니다.

길게 뻗다가 살짝 휘어 있는 부리가 특징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바짝 야위어 있습니다.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기서 한 달 가량 머물며 살을 찌운 뒤에 다시 호주까지 날아갑니다. 충분한 영양보충을 못 하면 이동 중에 탈진해 죽게 됩니다. 잘 먹고 휴식을 취하면 아래 사진처럼 통통해지겠죠?

알락꼬리마도요. 출처: 서천군알락꼬리마도요. 출처: 서천군

큰뒷부리도요큰뒷부리도요

8월에 유부도 갯벌에서 만난 큰뒷부리도요 역시 야윈 모습이 완연합니다.

쉬지 않고 날아왔으니 그럴만하지요. 방금 도착한 도요새는 너무 지쳐 있어서 천적을 피할 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도착하자마자 쉼 없이 갯벌 구멍을 뒤지며 먹이를 찾습니다. 도요새는 물갈퀴가 없어 헤엄칠 수도 없고 자맥질을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얕은 물가 갯벌을 휘젓고 다니며 먹이를 찾습니다. 썰물 때 넓게 펼쳐지는 서해 갯벌이야말로 최적의 먹이터이죠. 요즘이면 수만 마리의 도요새가 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도요새 무리. 출처: 서천군도요새 무리. 출처: 서천군

세계적 희귀종 '넓적부리도요'도 출현

이런 도요 무리 중에는 세계적인 희귀종도 있습니다. 넓적한 부리가 특징인 '넓적부리도요'입니다.

다른 도요새와는 달리 부리를 갯벌에 대고 저어가며 수서곤충을 잡아먹습니다. 전 세계에 겨우 3백 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종입니다.

넓적부리도요. 멸종위기1급. 출처: 서천군넓적부리도요. 멸종위기1급. 출처: 서천군



넓적부리도요는 70년대에만 해도 천 마리 이상 있었지만, 월동지와 중간 기착지의 훼손 때문에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새만금을 비롯해 우리나라 갯벌이 사라진 것도 넓적부리도요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 중의 하나이겠지요. 유부도에서도 해마다 겨우 서너 마리만 관찰되는 희귀종입니다.

검은머리물떼새. 출처: 서천군검은머리물떼새. 출처: 서천군

검은머리물떼새의 최대 월동지

겨울이면 유부도는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합니다. 최대 4천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유부도에 모여 겨울을 나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서해 각지의 무인도나 해안에 흩어져 번식하지만, 겨울이면 특이하게 전체 개체군의 90% 이상이 유부도에 모입니다. 수천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유부도가 유일합니다.

유부도 갯벌 출처: 서천군유부도 갯벌 출처: 서천군

흰발농게 최대 서식지로 되살아난 폐염전

이처럼 다양한 새들이 유부도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답은 갯벌입니다. 유부도 주변에는 30㎢에 이르는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습니다. 갯벌에는 모래와 펄층이 섞여 있어 다양한 수서생물이 살아갑니다. 온갖 게와 갯지렁이들, 그런 생명들이 있기에 새들은 유부도를 찾습니다. 최근에는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의 대규모 서식지도 발견됐습니다.

방치한 폐염전이 갯벌로 되살아나면서 흰발농게가 살기 시작한 겁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추정됩니다.

흰발농게. 수컷이 흰색의 큰 집게발을 가졌고 뒤쪽 암컷은 양쪽 집게발이 작다. 멸종위기 2급. 흰발농게. 수컷이 흰색의 큰 집게발을 가졌고 뒤쪽 암컷은 양쪽 집게발이 작다. 멸종위기 2급.

흰발농게는 수컷의 한쪽 집게발이 희고 큰 점이 특징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됐습니다. 왜일까요? 흰발농게는 주로 모래와 갯벌 그리고 자갈 등이 섞인 곳을 서식지로 삼습니다. 갯벌이 육지와 만나는 부분이죠. 그런 곳은 사람들이 간척해서 개발하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결국, 무차별한 해안개발이 흰발농게를 멸종위기로 몰아넣은 겁니다. 그런 흰발농게가 유부도에 대규모로 서식한다는 것은 유부도 자연이 그만큼 온전하게 보전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엽낭게의 먹이활동 흔적. 엽낭게의 먹이활동 흔적.

유부도 갯벌에는 흰발농게뿐만 아니라 칠게와 엽낭게, 도둑게 등 다양한 게들이 각각 좋아하는 서식지에서 살아갑니다. 게들은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나서 동글동글한 경단을 배출합니다. 그런 경단이 쌓인 모래밭이 마치 예술가의 작품 같지요? 단순해 보이는 게들의 먹이 활동은 갯벌 생태계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기물을 먹어 갯벌을 정화해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생성된 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려 사구를 형성합니다. 게들이 없다면 모래 언덕도 사라지는 겁니다. 이 때문에 게들은 바다의 '생태 엔지니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엽낭게 출처: 서천군엽낭게 출처: 서천군

칠게칠게




갯지렁이갯지렁이

대형저서동물 600여 종…갯벌이 일군 ‘생태보고’

징그러워 보이는 갯지렁이도 갯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갯벌에 구멍을 뚫어 산소를 공급해주고 각종 유기물을 먹어 청소부 역할도 합니다. 또 물고기를 비롯해 도요새들의 중요한 먹이가 됩니다. 모래와 펄 등 다양한 장소에 따라 역시 다양한 종류의 갯지렁이가 있습니다. 유부도를 비롯한 서남해안 갯벌의 대형저서동물은 600여 종에 이릅니다. 이렇게 다양한 저서동물이 있기에 유부도는 다양한 새들이 찾아오는 '생태보물섬'이 된 겁니다.



유부도 갯벌. 출처: 서천군유부도 갯벌. 출처: 서천군

서천군은 유부도 갯벌을 오는 2019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기 위해 유부도의 폐염전을 갯벌로 복원해 새들의 휴식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도 주기적으로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탐방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선착장과 선박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한때 간척과 개발 대상이었던 유부도 갯벌이 이제는 세계적인 탐방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취재 협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서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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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부도…갯벌이 품은 생태보물섬
    • 입력 2016-08-31 12:08:46
    • 수정2016-09-08 20:36:33
    취재K
도요새 최후의 ‘쉼터’…유부도

"가장 멀리 나르는 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도요새입니다. 실제로 호주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 반 바퀴를 해마다 왕복 여행을 합니다. 이런 도요새를 보신 적 있나요? 요즘이 도요새를 볼 수 있는 적기입니다. 북쪽에서 번식을 마친 도요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도중에 서해 갯벌에 내려 영양을 보충하기 때문입니다. 위 사진은 국립생태원이 유부도에서 촬영한 마도요 무리입니다.


유부도는 작습니다. 육지 면적 0.77㎢에 해안선은 4km에 불과합니다. 주민도 70명 정도입니다. 이렇게 작은 섬이지만 유부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수십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지구 반 바퀴를 이동하는 도중에 휴식하는 '중간기착지'이기 때문입니다. '중간기착지'는 번식지나 월동지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쉼터가 없으면 도요새 무리가 이동을 못 하고 번식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더구나 광대한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지금, 유부도는 새만금을 대체하는 최후의 '쉼터'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알락꼬리마도요. 멸종위기2급.
지난 8월 26일 유부도 갯벌에서 만난 알락꼬리마도요입니다.

길게 뻗다가 살짝 휘어 있는 부리가 특징입니다.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바짝 야위어 있습니다.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기서 한 달 가량 머물며 살을 찌운 뒤에 다시 호주까지 날아갑니다. 충분한 영양보충을 못 하면 이동 중에 탈진해 죽게 됩니다. 잘 먹고 휴식을 취하면 아래 사진처럼 통통해지겠죠?

알락꼬리마도요. 출처: 서천군
큰뒷부리도요
8월에 유부도 갯벌에서 만난 큰뒷부리도요 역시 야윈 모습이 완연합니다.

쉬지 않고 날아왔으니 그럴만하지요. 방금 도착한 도요새는 너무 지쳐 있어서 천적을 피할 힘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도착하자마자 쉼 없이 갯벌 구멍을 뒤지며 먹이를 찾습니다. 도요새는 물갈퀴가 없어 헤엄칠 수도 없고 자맥질을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얕은 물가 갯벌을 휘젓고 다니며 먹이를 찾습니다. 썰물 때 넓게 펼쳐지는 서해 갯벌이야말로 최적의 먹이터이죠. 요즘이면 수만 마리의 도요새가 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도요새 무리. 출처: 서천군
세계적 희귀종 '넓적부리도요'도 출현

이런 도요 무리 중에는 세계적인 희귀종도 있습니다. 넓적한 부리가 특징인 '넓적부리도요'입니다.

다른 도요새와는 달리 부리를 갯벌에 대고 저어가며 수서곤충을 잡아먹습니다. 전 세계에 겨우 3백 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멸종위기종입니다.

넓적부리도요. 멸종위기1급. 출처: 서천군


넓적부리도요는 70년대에만 해도 천 마리 이상 있었지만, 월동지와 중간 기착지의 훼손 때문에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새만금을 비롯해 우리나라 갯벌이 사라진 것도 넓적부리도요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은 원인 중의 하나이겠지요. 유부도에서도 해마다 겨우 서너 마리만 관찰되는 희귀종입니다.

검은머리물떼새. 출처: 서천군
검은머리물떼새의 최대 월동지

겨울이면 유부도는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합니다. 최대 4천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유부도에 모여 겨울을 나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서해 각지의 무인도나 해안에 흩어져 번식하지만, 겨울이면 특이하게 전체 개체군의 90% 이상이 유부도에 모입니다. 수천 마리의 검은머리물떼새가 모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유부도가 유일합니다.

유부도 갯벌 출처: 서천군
흰발농게 최대 서식지로 되살아난 폐염전

이처럼 다양한 새들이 유부도를 찾는 이유는 뭘까요? 답은 갯벌입니다. 유부도 주변에는 30㎢에 이르는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습니다. 갯벌에는 모래와 펄층이 섞여 있어 다양한 수서생물이 살아갑니다. 온갖 게와 갯지렁이들, 그런 생명들이 있기에 새들은 유부도를 찾습니다. 최근에는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의 대규모 서식지도 발견됐습니다.

방치한 폐염전이 갯벌로 되살아나면서 흰발농게가 살기 시작한 겁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추정됩니다.

흰발농게. 수컷이 흰색의 큰 집게발을 가졌고 뒤쪽 암컷은 양쪽 집게발이 작다. 멸종위기 2급.
흰발농게는 수컷의 한쪽 집게발이 희고 큰 점이 특징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멸종위기종이 됐습니다. 왜일까요? 흰발농게는 주로 모래와 갯벌 그리고 자갈 등이 섞인 곳을 서식지로 삼습니다. 갯벌이 육지와 만나는 부분이죠. 그런 곳은 사람들이 간척해서 개발하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결국, 무차별한 해안개발이 흰발농게를 멸종위기로 몰아넣은 겁니다. 그런 흰발농게가 유부도에 대규모로 서식한다는 것은 유부도 자연이 그만큼 온전하게 보전돼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엽낭게의 먹이활동 흔적.
유부도 갯벌에는 흰발농게뿐만 아니라 칠게와 엽낭게, 도둑게 등 다양한 게들이 각각 좋아하는 서식지에서 살아갑니다. 게들은 흙 속의 유기물을 먹고 나서 동글동글한 경단을 배출합니다. 그런 경단이 쌓인 모래밭이 마치 예술가의 작품 같지요? 단순해 보이는 게들의 먹이 활동은 갯벌 생태계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기물을 먹어 갯벌을 정화해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생성된 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려 사구를 형성합니다. 게들이 없다면 모래 언덕도 사라지는 겁니다. 이 때문에 게들은 바다의 '생태 엔지니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엽낭게 출처: 서천군
칠게



갯지렁이
대형저서동물 600여 종…갯벌이 일군 ‘생태보고’

징그러워 보이는 갯지렁이도 갯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갯벌에 구멍을 뚫어 산소를 공급해주고 각종 유기물을 먹어 청소부 역할도 합니다. 또 물고기를 비롯해 도요새들의 중요한 먹이가 됩니다. 모래와 펄 등 다양한 장소에 따라 역시 다양한 종류의 갯지렁이가 있습니다. 유부도를 비롯한 서남해안 갯벌의 대형저서동물은 600여 종에 이릅니다. 이렇게 다양한 저서동물이 있기에 유부도는 다양한 새들이 찾아오는 '생태보물섬'이 된 겁니다.



유부도 갯벌. 출처: 서천군
서천군은 유부도 갯벌을 오는 2019년까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러기 위해 유부도의 폐염전을 갯벌로 복원해 새들의 휴식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쓰레기도 주기적으로 청소하기로 했습니다. 탐방객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선착장과 선박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한때 간척과 개발 대상이었던 유부도 갯벌이 이제는 세계적인 탐방 명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취재 협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서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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