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보시 많이 줄게”…무속인으로 변신해 사기범 잡은 경찰

입력 2016.09.01 (15:28) 수정 2016.09.0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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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와 절도 행각을 일삼으며 전국을 떠돌던 지명수배자가 경찰이 던진 미끼에 걸려들어 붙잡혔다.

경찰은 이 지명수배자 검거를 위해 여경에게 무당행세까지 시켰는데, 대체 어떤 사건이길래 경찰이 이렇게까지 했을까?

사건은 지난 2014년 5월 A(43)씨가 만기출소 하면서 시작된다.

A 씨는 교도소를 나온 후 5개월이 지나 전남 완도군의 한 상점에 종업원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후 가게에서 돈을 훔쳐 달아나는 등 2014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전남 완도, 강원 평창, 경북 구미 등 전국을 돌며 현금 460만 원과 차량 3대, 오토바이 2대 등을 가로채 도주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가족들과 연락도 끊고 대포폰을 사용하는 A 씨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사이에 A 씨에게 걸린 수배는 모두 10건에 달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피해자 중 한 명인 무속인의 진술을 통해 A 씨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확보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무속인 집에서 (무속인) 도와주는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도 돈을 훔쳐 달아놨다”며 “피해 무속인이 A 씨가 인적이 드문 산골 무속인 집에서 일하는 걸 좋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00닷컴 사이트에 올린 구직 글. [사진 제공=서울 은평서]A 씨가 00닷컴 사이트에 올린 구직 글. [사진 제공=서울 은평서]

무속인의 진술을 근거로 경찰은 그때부터 무속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주시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해당 사이트에 A 씨가 일하는 곳의 무당이 보시(급여)를 주지 않았다는 글과 일자리를 구한다는 또 다른 글을 발견한다.

이에 경찰은 올 3월 A 씨가 올린 글에 연락처와 함께 무당인데 “직원을 구한다”는 댓글을 달아 ‘미끼’를 던졌다.

5개월이 지난 지난달 24일 A 씨한테 연락이 오자 경찰은 “나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보살인데 보시(급여)는 넉넉하게 주겠다"고 꼬드겨 약속을 잡았다.

무속인 행세 여경과 만나는 A(빨간색 옷)씨. [사진 제공=서울 은평서]무속인 행세 여경과 만나는 A(빨간색 옷)씨. [사진 제공=서울 은평서]

경북 구미에 있던 A 씨는 다음날(8월25일) 서울로 올라와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여성 무당을 만났다. 이 여성은 무당이 아닌 서울 은평경찰서 소속 여경이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현장에서 A를 검거 사기,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전하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산속 점집으로 도피, 생활해왔다고 진술했다"며 “경찰의 기지로 2년간의 도피생활은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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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보시 많이 줄게”…무속인으로 변신해 사기범 잡은 경찰
    • 입력 2016-09-01 15:28:31
    • 수정2016-09-01 15:28:59
    취재후·사건후
사기와 절도 행각을 일삼으며 전국을 떠돌던 지명수배자가 경찰이 던진 미끼에 걸려들어 붙잡혔다.

경찰은 이 지명수배자 검거를 위해 여경에게 무당행세까지 시켰는데, 대체 어떤 사건이길래 경찰이 이렇게까지 했을까?

사건은 지난 2014년 5월 A(43)씨가 만기출소 하면서 시작된다.

A 씨는 교도소를 나온 후 5개월이 지나 전남 완도군의 한 상점에 종업원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그는 얼마 후 가게에서 돈을 훔쳐 달아나는 등 2014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전남 완도, 강원 평창, 경북 구미 등 전국을 돌며 현금 460만 원과 차량 3대, 오토바이 2대 등을 가로채 도주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가족들과 연락도 끊고 대포폰을 사용하는 A 씨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사이에 A 씨에게 걸린 수배는 모두 10건에 달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피해자 중 한 명인 무속인의 진술을 통해 A 씨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확보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무속인 집에서 (무속인) 도와주는 일을 했는데 그곳에서도 돈을 훔쳐 달아놨다”며 “피해 무속인이 A 씨가 인적이 드문 산골 무속인 집에서 일하는 걸 좋아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A 씨가 00닷컴 사이트에 올린 구직 글. [사진 제공=서울 은평서]
무속인의 진술을 근거로 경찰은 그때부터 무속인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주시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해당 사이트에 A 씨가 일하는 곳의 무당이 보시(급여)를 주지 않았다는 글과 일자리를 구한다는 또 다른 글을 발견한다.

이에 경찰은 올 3월 A 씨가 올린 글에 연락처와 함께 무당인데 “직원을 구한다”는 댓글을 달아 ‘미끼’를 던졌다.

5개월이 지난 지난달 24일 A 씨한테 연락이 오자 경찰은 “나는 서울 은평구에 있는 보살인데 보시(급여)는 넉넉하게 주겠다"고 꼬드겨 약속을 잡았다.

무속인 행세 여경과 만나는 A(빨간색 옷)씨. [사진 제공=서울 은평서]
경북 구미에 있던 A 씨는 다음날(8월25일) 서울로 올라와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여성 무당을 만났다. 이 여성은 무당이 아닌 서울 은평경찰서 소속 여경이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현장에서 A를 검거 사기,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전하고 숙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산속 점집으로 도피, 생활해왔다고 진술했다"며 “경찰의 기지로 2년간의 도피생활은 허무하게 막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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