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서울에서 평양의 새벽을 연다…대북 방송

입력 2016.09.03 (08:20) 수정 2016.09.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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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바로 ‘방송의 날’입니다.

북한에도 방송이 있지만 주로 선전 수단이다보니 북한 주민들은 정작 진실은 다른데서 찾는다고 하더군요.

네, 그 중 하나가 바로 서울에서 제작하는 대북 방송일텐데요.

대표적인게 KBS 한민족 방송이죠.

그렇습니다. 한민족방송을 몰래 듣다 북한 사정을 제대로 알았고 또 탈북을 결심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더군요.

네, 최근엔 민간 대북방송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하겠습니다.

<리포트>

KBS의 한 라디오 스튜디오.

<녹취> "김동무! 김동무! 나와 보기요(보시오)."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성우들이 실감나는 북한 사투리로 연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흥미진진한 드라마 속엔 생한 북한의 실상들이 녹아있습니다.

<녹취> "초모생 (군입대자) 식구 위로금이라니...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바쁜 주민들에게 초모생 (군입대자) 식구들의 위로금이라니, 강도배(강도단)가 아니라면 주민들의 재산을 더는 약탈하지 말게나."

195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북방송은 1972년 ‘사회교육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라디오 채널로 자리 잡았는데요.

현재는 KBS 한민족방송이란 이름으로, 북한은 물론, 일본과 중국, 러시아 연해주 등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합니다.

그만큼 제작진의 보람도 큰데요.

<인터뷰> 오승룡(원로 성우) : "어느 한 사람이 막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 즐길 수 있는 것을 통해서 ‘아!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 라는 걸 그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상당히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19.8%가 외부 라디오방송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 가장 청취율이 높은 것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한민족방송입니다.

2011년 한국에 온 주찬양씨.

아홉 살 무렵부터 탈북 직전까지 아버지가 구해 온 라디오로 온 가족이 몰래 한민족 방송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주찬양(대북방송 애청자/탈북민) : "북에서 방송이 어떤 건지 아시죠? 맨날 남조선 괴뢰들이, 그런 게 나오는데, 화내는 것처럼 나오는데 맨날 그런 것만 듣다가 제일 좋았던 건 라디오 드라마? 라디오 극장 하면서, ‘보람이네 집’, ‘단소와 은장도’ 막 이런 게 나오거든요."

대북 방송을 통해 바깥세상을 알게 된 찬양 씨 가족은 결국 탈북까지 결심하게 되었다는데요.

지금까지도 대북방송을 애청하고 있는 찬양씨.

특히 요즘 스마트폰으로 즐겨 듣는 방송은 북에서 아버지가 자주 들으시던 민간 대북 방송입니다.

<인터뷰> 주찬양(대북방송 애청자/탈북민) : "북에서 오신 분들이 직접 진행하는 방송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북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듣는다면 좀 더 와 닿죠. 왜냐면 그런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방송을 좋은 걸 해도 의심이라는 게 좀 있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받는 세뇌 교육이 있으니까."

폐쇄 사회인 북한의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알게 된 데는 1950년대에 본격화 된 대북 라디오 방송의 영향이 컸습니다.

2000년 대 부터는 민간 대북 방송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남북한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고, 통일을 준비하는 이들의 노력을 만나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안에서 북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 한창입니다.

<녹취> "남과 북 청년들을 잇는 라디오 친구, 청춘 통일!"

진행자는 한국에 온지 8년 된 탈북민 조미영 씨인데요.

<녹취> "여러분이 계신 그곳의 날씨는 지금 어떤가요? 북한은 여름이 훨씬 짧아서..."

마치 북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 한국 소식과 한국 음악을 들려줍니다.

<인터뷰> 조미영(라디오 진행자/탈북민) : "우리가 통일이 됐을 때 남북한의 여러 가지 격차나 이런 이질감 때문에 좀 힘들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뭐 정보를 통해가지고 한국에 대해서 배우고 알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뭐 정보를 통해가지고 한국에 대해서 배우고 알 수 있도록 좀 정보를 드리는 데 집중을 하고 있어요."

2005년 시작한 이 대북 라디오 방송은 현재 하루 다섯 시간 씩 북한 전역으로 송출됩니다.

<인터뷰> 이복화(PD 겸 진행자) : "탈북해서 오신 분이 한국에 와서 어떻게 잘 정착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요즘 북한에 계신 분들이 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으세요. 그래서 한국의 기업가는 어떻게 해서 성장을 했는지에 대해서 기업가들의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한 쪽에서는 동영상 촬영이 한창입니다.

<녹취>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고위 간부들, 최근에는 직접 마약을 거래하며 돈벌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주 두 편씩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이 5분짜리 뉴스에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에서부터 고위층의 비리까지 따끈따끈한 북한 소식들이 담겨 있는데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 내 정보를 수집해 동영상 뉴스까지 제작할 정도로 역량이 커진 것은 2년 전 대북 방송 매체 세 곳이 연합하면서부터입니다.

<인터뷰> 이상용(데일리NK 편집부장) : "저희가 먼저 북한 내부에서 정보를 확보를 합니다. 그리고 그걸 (방송으로) 가공을 하고..."

세 단체가 힘을 합쳐 만든 사무실에는 서른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가장 큰 고충은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광백(국민통일방송 대표) : "심리전 방송, 이런 방송이 아닙니다. 저희는 북한 주민의 눈과 귀가 되어서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고 또 그들과 소통하면서 한반도 통일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싶은 그런 방송일 뿐이죠."

남한 출신인 신입사원들은 원고를 쓰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곤 합니다.

<녹취> 박정아(아나운서) : "저희는 그냥 터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터키를 뛰르끼에..."

<녹취> 진유나(PD) : "남한 주민들 듣게 하는 게 아니라 북한 주민 듣게 하는 거라 그분들 입장에서 계속 생각해야 한다는 걸 항상 뒤늦게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도 쉬지 않고 방송을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정보에 목말라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섭니다.

<인터뷰> 이복화(PD 겸 진행자) : "북한 해외 노동자분이 저희 방송을 들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오셔서 한 번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그때 저희한테 감사하다고 오히려 말씀해 주셨을 때, 그때 참 보람되더라고요."

서울에서 평양의 새벽을 여는 방송!

통일의 동반자가 될 북한 주민들의 눈높이로 내용과 형식을 다양화 하면서 남북 간의 문화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 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는데요.

남다른 사명감으로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대북 방송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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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서울에서 평양의 새벽을 연다…대북 방송
    • 입력 2016-09-03 08:47:19
    • 수정2016-09-03 09: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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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은 바로 ‘방송의 날’입니다.

북한에도 방송이 있지만 주로 선전 수단이다보니 북한 주민들은 정작 진실은 다른데서 찾는다고 하더군요.

네, 그 중 하나가 바로 서울에서 제작하는 대북 방송일텐데요.

대표적인게 KBS 한민족 방송이죠.

그렇습니다. 한민족방송을 몰래 듣다 북한 사정을 제대로 알았고 또 탈북을 결심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더군요.

네, 최근엔 민간 대북방송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하겠습니다.

<리포트>

KBS의 한 라디오 스튜디오.

<녹취> "김동무! 김동무! 나와 보기요(보시오)."

연출자의 지시에 따라 성우들이 실감나는 북한 사투리로 연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흥미진진한 드라마 속엔 생한 북한의 실상들이 녹아있습니다.

<녹취> "초모생 (군입대자) 식구 위로금이라니...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바쁜 주민들에게 초모생 (군입대자) 식구들의 위로금이라니, 강도배(강도단)가 아니라면 주민들의 재산을 더는 약탈하지 말게나."

195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대북방송은 1972년 ‘사회교육방송’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라디오 채널로 자리 잡았는데요.

현재는 KBS 한민족방송이란 이름으로, 북한은 물론, 일본과 중국, 러시아 연해주 등에 거주하는 동포들을 대상으로 방송을 합니다.

그만큼 제작진의 보람도 큰데요.

<인터뷰> 오승룡(원로 성우) : "어느 한 사람이 막 주장만 하는 게 아니라 드라마, 즐길 수 있는 것을 통해서 ‘아!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 라는 걸 그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은 상당히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19.8%가 외부 라디오방송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 가장 청취율이 높은 것은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한민족방송입니다.

2011년 한국에 온 주찬양씨.

아홉 살 무렵부터 탈북 직전까지 아버지가 구해 온 라디오로 온 가족이 몰래 한민족 방송을 들었습니다.

<인터뷰> 주찬양(대북방송 애청자/탈북민) : "북에서 방송이 어떤 건지 아시죠? 맨날 남조선 괴뢰들이, 그런 게 나오는데, 화내는 것처럼 나오는데 맨날 그런 것만 듣다가 제일 좋았던 건 라디오 드라마? 라디오 극장 하면서, ‘보람이네 집’, ‘단소와 은장도’ 막 이런 게 나오거든요."

대북 방송을 통해 바깥세상을 알게 된 찬양 씨 가족은 결국 탈북까지 결심하게 되었다는데요.

지금까지도 대북방송을 애청하고 있는 찬양씨.

특히 요즘 스마트폰으로 즐겨 듣는 방송은 북에서 아버지가 자주 들으시던 민간 대북 방송입니다.

<인터뷰> 주찬양(대북방송 애청자/탈북민) : "북에서 오신 분들이 직접 진행하는 방송들이 있더라고요.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북에 있는 사람들이 직접 듣는다면 좀 더 와 닿죠. 왜냐면 그런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방송을 좋은 걸 해도 의심이라는 게 좀 있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받는 세뇌 교육이 있으니까."

폐쇄 사회인 북한의 주민들이 외부 세계를 알게 된 데는 1950년대에 본격화 된 대북 라디오 방송의 영향이 컸습니다.

2000년 대 부터는 민간 대북 방송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남북한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고, 통일을 준비하는 이들의 노력을 만나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안에서 북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 한창입니다.

<녹취> "남과 북 청년들을 잇는 라디오 친구, 청춘 통일!"

진행자는 한국에 온지 8년 된 탈북민 조미영 씨인데요.

<녹취> "여러분이 계신 그곳의 날씨는 지금 어떤가요? 북한은 여름이 훨씬 짧아서..."

마치 북에 있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듯, 한국 소식과 한국 음악을 들려줍니다.

<인터뷰> 조미영(라디오 진행자/탈북민) : "우리가 통일이 됐을 때 남북한의 여러 가지 격차나 이런 이질감 때문에 좀 힘들지 않도록 여러분들이 뭐 정보를 통해가지고 한국에 대해서 배우고 알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뭐 정보를 통해가지고 한국에 대해서 배우고 알 수 있도록 좀 정보를 드리는 데 집중을 하고 있어요."

2005년 시작한 이 대북 라디오 방송은 현재 하루 다섯 시간 씩 북한 전역으로 송출됩니다.

<인터뷰> 이복화(PD 겸 진행자) : "탈북해서 오신 분이 한국에 와서 어떻게 잘 정착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그리고 요즘 북한에 계신 분들이 시장에 대해 관심이 많으세요. 그래서 한국의 기업가는 어떻게 해서 성장을 했는지에 대해서 기업가들의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있고요."

한 쪽에서는 동영상 촬영이 한창입니다.

<녹취>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의 고위 간부들, 최근에는 직접 마약을 거래하며 돈벌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주 두 편씩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이 5분짜리 뉴스에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에서부터 고위층의 비리까지 따끈따끈한 북한 소식들이 담겨 있는데요.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 내 정보를 수집해 동영상 뉴스까지 제작할 정도로 역량이 커진 것은 2년 전 대북 방송 매체 세 곳이 연합하면서부터입니다.

<인터뷰> 이상용(데일리NK 편집부장) : "저희가 먼저 북한 내부에서 정보를 확보를 합니다. 그리고 그걸 (방송으로) 가공을 하고..."

세 단체가 힘을 합쳐 만든 사무실에는 서른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가장 큰 고충은 사람들의 편견어린 시선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이광백(국민통일방송 대표) : "심리전 방송, 이런 방송이 아닙니다. 저희는 북한 주민의 눈과 귀가 되어서 그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싶고 또 그들과 소통하면서 한반도 통일 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싶은 그런 방송일 뿐이죠."

남한 출신인 신입사원들은 원고를 쓰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곤 합니다.

<녹취> 박정아(아나운서) : "저희는 그냥 터키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터키를 뛰르끼에..."

<녹취> 진유나(PD) : "남한 주민들 듣게 하는 게 아니라 북한 주민 듣게 하는 거라 그분들 입장에서 계속 생각해야 한다는 걸 항상 뒤늦게야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저런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도 쉬지 않고 방송을 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정보에 목말라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섭니다.

<인터뷰> 이복화(PD 겸 진행자) : "북한 해외 노동자분이 저희 방송을 들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오셔서 한 번 간담회를 진행했는데, 그때 저희한테 감사하다고 오히려 말씀해 주셨을 때, 그때 참 보람되더라고요."

서울에서 평양의 새벽을 여는 방송!

통일의 동반자가 될 북한 주민들의 눈높이로 내용과 형식을 다양화 하면서 남북 간의 문화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 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는데요.

남다른 사명감으로 통일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 대북 방송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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