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0년 학대 끝 남편 살해한 아내에 징역2년 확정

입력 2016.09.04 (10:31) 수정 2016.09.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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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다 남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40대 여성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변호인은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앓고 있었으며 정당방위였다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 모(44) 씨의 상고심에서 조 씨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조 씨의 행위는 가정 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나 흥분 등으로 인해 휘두른 과잉 방위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 씨는 남편 문모(사망 당시 58세)와 1995년부터 동거하다 2003년 혼인 신고를 했고 가정 폭력과 학대에 시달린 끝에 지난 2014년 협의 이혼을 했다. 하지만 문 씨는 지난 2015년 6월 교도소에서 노역을 마치고 출소한 뒤 지낼 곳이 없다며 조 씨와 자녀들을 찾아왔다. 문 씨는 조 씨와 함께 지내면서 다시 학대를 시작했다.

사고 당일 밤에도 술에 취한 문 씨는 조 씨에게 욕설과 모욕, 폭행을 했고 조 씨가 대들자 흉기를 목에 들이대며 살해 협박을 했다. 조 씨는 문 씨를 밀친 뒤 부엌에서 둔기를 가져와 휘둘렀고, 만취한 상태였던 문 씨는 둔기에 맞은 뒤 미끄러져 제대로 거동을 하지 못했다. 조 씨는 두 시간 뒤, 쓰러져 있는 문 씨에게 다가가 다시 여러 차례 둔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문 씨가 숨을 쉬는지 확인한 뒤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조 씨는 자신을 말리는 자녀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기 때문에 죽지 않고 깨어나면 우리가 무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범행 이유를 설명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 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변호인은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오랫동안 가정 폭력에 시달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인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과도한 공포심과 방어 본능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2심은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남편 문 씨가 먼저 휘둘렀던 흉기는 범행 당시 치워진 상태여서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고, 문 씨가 둔기에 맞아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한 뒤에도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조 씨가 장기간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고 해도 치료를 받을 정도로 큰 상해를 입은 적은 없었으며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앓는다 하더라도 그런 심리가 언제나 살인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조 씨가 20년간 구타와 학대 등으로 고통받은 점, 자녀들과 함께 도망쳤다가 남편에게 큰 보복을 당했던 점 등을 고려해 선고 형량을 징역 2년으로 정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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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20년 학대 끝 남편 살해한 아내에 징역2년 확정
    • 입력 2016-09-04 10:31:54
    • 수정2016-09-04 11:06:57
    사회
20년 동안 폭행과 학대에 시달리다 남편을 목 졸라 숨지게 한 40대 여성에게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변호인은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앓고 있었으며 정당방위였다고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 모(44) 씨의 상고심에서 조 씨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조 씨의 행위는 가정 폭력으로부터 자신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의 한도를 넘어선 것으로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나 흥분 등으로 인해 휘두른 과잉 방위로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 씨는 남편 문모(사망 당시 58세)와 1995년부터 동거하다 2003년 혼인 신고를 했고 가정 폭력과 학대에 시달린 끝에 지난 2014년 협의 이혼을 했다. 하지만 문 씨는 지난 2015년 6월 교도소에서 노역을 마치고 출소한 뒤 지낼 곳이 없다며 조 씨와 자녀들을 찾아왔다. 문 씨는 조 씨와 함께 지내면서 다시 학대를 시작했다.

사고 당일 밤에도 술에 취한 문 씨는 조 씨에게 욕설과 모욕, 폭행을 했고 조 씨가 대들자 흉기를 목에 들이대며 살해 협박을 했다. 조 씨는 문 씨를 밀친 뒤 부엌에서 둔기를 가져와 휘둘렀고, 만취한 상태였던 문 씨는 둔기에 맞은 뒤 미끄러져 제대로 거동을 하지 못했다. 조 씨는 두 시간 뒤, 쓰러져 있는 문 씨에게 다가가 다시 여러 차례 둔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문 씨가 숨을 쉬는지 확인한 뒤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조 씨는 자신을 말리는 자녀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였기 때문에 죽지 않고 깨어나면 우리가 무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범행 이유를 설명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조 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변호인은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오랫동안 가정 폭력에 시달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일종인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과도한 공포심과 방어 본능을 주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1·2심은 정당방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남편 문 씨가 먼저 휘둘렀던 흉기는 범행 당시 치워진 상태여서 위협적인 상황이 아니었고, 문 씨가 둔기에 맞아 의식을 잃은 것을 확인한 뒤에도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조 씨가 장기간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고 해도 치료를 받을 정도로 큰 상해를 입은 적은 없었으며 '매 맞는 아내 증후군'을 앓는다 하더라도 그런 심리가 언제나 살인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라며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조 씨가 20년간 구타와 학대 등으로 고통받은 점, 자녀들과 함께 도망쳤다가 남편에게 큰 보복을 당했던 점 등을 고려해 선고 형량을 징역 2년으로 정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2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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