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숙박공유…해외업체는 ‘펄펄’ 국내업체는 ‘고사’

입력 2016.09.04 (11:19) 수정 2016.09.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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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한 호텔 하나 없이 시가총액이 이미 33조 원을 넘어, 세계 1위 호텔 체인(힐튼, 시가총액 30조 원 안팎)보다 더 잘나가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것도 창업 8년 만에. 바로 에어비앤비라는 공유숙박 사이트입니다.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그 과실을 수익으로 만들어낸 대표적인 상징적인 사례죠.

하지만 급성장 뒤엔 '수많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퇴출된 '우버 택시' 기억하시나요?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로 아예 우리나라에선 서비스 자체가 안 되는 상태입니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인데요,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된 나라들에서도 속속 규제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선 에어비앤비는 '사실상 금지'


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세입자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 독일은 원래 유럽에서 주거 안정도가 높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베를린의 경우 면적은 서울의 1.5배지만 인구는 3분의 1 정도인 350만 명일 정도로 대도시 집중도도 낮습니다. 자연히 임대료도 주변 국가에 비해 쌌죠.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베를린의 경우 인구가 급증하면서 임대료가 5년 만에 50%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주택 공급량은 만 5천 가구가 부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숙박이 확대되자,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며 규제에 나선 거죠.

이 때문에 지난 5월 1일부터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한 주택 대여 대부분을 금지했습니다. 집주인이 절반을 함께 사용하거나, 두 집을 서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 정도만 제한적으로 허용합니다. 공유숙박이 너무 많아지면 임대료가 올라 베를린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죠. 벌금은 최대 10만 유로, 약 1억 3천만 원에 달합니다. 독일 베를린에선 이제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리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에어비앤비 탄생지 美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미국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입법된 내용을 볼까요. 이제 공유숙박업을 하려면 돈(50달러)을 내고 등록한 뒤, 제한된 영업일 수(90일)를 지켜야 합니다. 지금은 70% 이상이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 단속 대상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불법 영업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 불법 게시물을 올린 사이트도 단속하고 벌금을 물립니다. 에어비앤비도 처벌한다는 거죠. 벌금은 건당 1,000달러, 110만 원 정도입니다.


뉴욕시도 규제법안을 만들었습니다. 아파트 전체를 단기임대할 수는 없고 어기면 횟수에 따라 1,000에서 7,500달러의 벌금을 매깁니다. 에어비앤비는 불법 행위 단속과 세금 부과를 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LA도 등록을 해야 하고 웹에 방을 올릴 때는 등록번호도 함께 올려야 합니다. 등록했는지 감독하겠다는 것이죠. 시카고도 250달러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합니다. 이 돈으론 불법 행위 단속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도시와 국가에서 에어비앤비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임대료 안정, 세금 징수, 기존 숙박업 보호, 공정한 경쟁...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여튼 결론적으로는 공유숙박의 무분별한 확장이 지역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공유숙박 규제는 '엄격'


우리나라 역시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상당히 많은 호스트(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부터 아파트, 일반 주택, 한옥... 전국 각지에 다양한 집을 일부 혹은 통째로 빌려준다는 글이 넘쳐납니다. 우리도 공유숙박이 꽤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 규제는 어떨까요?


뜻밖에 규제는 엄격했습니다.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이 집 일부를 빌릴 경우'만 합법입니다. 집 전체는 안됩니다. 주인이 살아야 해요. 또 주택과 아파트만 가능합니다. '오피스텔'은 무조건 불법입니다. 또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로 집을 빌리는 건 불법입니다. 한옥, 농어촌 민박만 가능한데요, '내국인 숙박'은 기존 숙박산업 보호를 위해 모두 불법으로 묶은 겁니다. 꽤 강력하게 규제하는 셈이죠.

규제만 엄격하고 단속은 '사실상 불가'


직접 오피스텔을 한 번 빌려봤습니다. 사이트 상에서 '오피스텔은 불법'이라는 점을 알리는 안내를 보진 못했습니다. 내국인은 안된다는 메시지도요. 등록 여부도 모르겠군요. 주인의 거절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결제를 하면 문자메시지로 주소와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가르쳐줍니다.

주인은 만날 필요도 없고 필요하면 통화만 하면 됩니다. 단속 문제를 물어봤더니 오히려 주인분은 "누가 (단속하러) 오거나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온다, 파티하러도 오고, 지방에서 오기도 한다"고 안심시키더군요.

에어비앤비에 들어가 보면 서울 도심에 등록된 집들의 상당수가 이런 오피스텔입니다. 오피스텔이라고 써놓은 경우도 많습니다. 집 전체를 빌린다고 필터 설정을 하고 봐도 엄청나게 많은 집들이 검색됩니다. 한국어로 된 후기도 아주 많습니다. 다 불법인데 이렇게 당당히 광고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이유, 단속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속의 어려움은 정보 부족 때문입니다. 등록된 오피스텔이 있는지, 집 전체를 빌려주는 사람이 있는지, 내국인에게 빌려주는 경우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게 어렵습니다.

우선 사이트엔 상세 주소가 안나옵니다. 결제를 해야 정확한 주소가 나오죠.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속할 때 '의심되는 곳을 클릭해서 결제한 뒤에 주소를 알아내고 결제한 금액을 취소한다'고 합니다. 지난 4월 58곳을 단속해 30개 업소를 적발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 올라와 있는 집은 수천수만 개이니 이걸 저런 식으로 단속한다는 건 사실상 단속을 할 수 없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습니다.


에어비앤비같은 사이트 운영자에게 자료를 요청하면 간단하지 않을까 싶지만 사이트에선 정보를 안줍니다. 법적으로 줘야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담당자 공무원도 자료를 주지 않는다고 토로합니다. 자료 제공의 의무가 없다는 것, 당연히 처벌도 안 한다는 의미죠. 그래서 정부는 에어비앤비의 도움은 하나도 받지 못한 채 직접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방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공유숙박은 광범위하게 규제하지만 사실상 단속이 안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단속에 가장 결정적인 정보를 쥐고 있는 중개사이트 업체는 법적으로 자료 제공의 의무가 없습니다. 당연히 처벌도 없죠. 처벌은 오직 집을 빌려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분께 물어봤습니다. 등록하면 세금을 내야 할 수 있고 또 표적 단속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부분 등록하지 않는데 나만 등록하면 튀어 보인다는 거죠.

그리고 내국인, 외국인 가려 받은 적은 없다고 합니다. 지방의 경우는 내국인 비율이 90%를 상회할 거라고도 하더군요. 돈을 목적으로 서너개 이상의 오피스텔을 동시에 돌리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단속에 적발되면 벌금을 물기는 하지만, 계속 영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네요. 벌금 액수가 방 하나의 한 달 수입보다 적다는군요.

무엇이 문제냐고요? 국내 공유경제가 죽고 있습니다.


공유경제 규제에 반대하는 여론도 많습니다. 글을 쓰는 저도 규제를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규제는 필요하고, 또 규제를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규제만 하고 그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내 공유숙박 중개 업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규제가 국내 공유숙박 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거죠.

에어비앤비에 대항하는 국내 중개사이트들이 외국 시장을 공략하긴 힘듭니다. 자본과 경험에서 월등히 앞서는 에어비앤비와 해외 시장에서 정면승부한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다만 국내 시장이라면 얘기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전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해있습니다. 국가별 특성 보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운영되겠죠. 이 경우 국가별 이용자들의 특성이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는 힘듭니다. 바로 여기에 로컬 업체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는 원천이 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거대한 업체여도 '잘만하면 국내 시장 공략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국내 공유숙박 스타트업 '코자자'의 대표 조산구 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의 로컬 업체는 내국인 시장에서 차별화된 컨텐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시장이 합법이기만 하다면요. 실제로 중국 1위 업체는 중국 업체입니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업체에 대항할 수 있게 각종 제도로 도와준 측면이 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국인 시장 자체가 불법입니다. 합법인 '한옥'이나 '농어촌 민박'만 가지고는 영업을 하기도 어렵고, 투자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아예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거죠"

결국 우리 숙박공유 중개업체들은 시장이 너무 좁고 고객은 없고, 그러니 투자유치도 어렵고 사업은 정체되는 악순환에 빠져있습니다.

반면 선발업체 에어비앤비는 이미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등록된 방도 많고 이용자도 많습니다. TV 광고도 합니다. 막대한 자본으로 점점 더 편리하고 수익성 높은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이용자는 점점 늘어갑니다. 불법이지만 단속 사각지대에서 국내 시장('지하경제'라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요)은 결국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에어비앤비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도 내국인 숙박공유 시장의 90% 이상을 에어비앤비가 가져가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으로 내국인 시장 푼다지만...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해 규제를 일부 풀기로 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발의되어 있는데요, 여기에 제주, 부산, 강원도 세 개 지역을 관광특성화 지역으로 지정해 내국인 공유숙박을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규제로 막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선 가장 많은 방이 나와 있는, 수요도 가장 많은 서울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서울은 계속 '지하경제' 상태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또 1년에 180일 영업규제가 있고 어기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지만 여전히 단속 방법은 불투명합니다. 문체부는 법령을 통해 이번엔 중개사이트 업체에 '자료제공 의무'를 부과했다고는 합니다. 중요한 진전이긴 합니다만 '처벌규정'은 없습니다. 즉, 자료 제공 의무는 있지만 해당 중개사이트가 수사기관에 자료를 주지 않아도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충분히 협력해줄지는 불투명합니다.

국내 시장을 꼭 국내 업체가 차지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서 해외 업체가 승리한다면 이를 두고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시장은 국내 업체에 사실상 족쇄를 채운 규제 때문에 '기울어진 판'이 되어 있습니다. 개선하는 법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규제가 국내 공유경제를 역차별하는 현실은 꼭 개선되길 바랍니다.

[연관 기사] ☞ [뉴스7] 국내 장악한 해외 숙박공유업…규제가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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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숙박공유…해외업체는 ‘펄펄’ 국내업체는 ‘고사’
    • 입력 2016-09-04 11:19:18
    • 수정2016-09-04 11:24:04
    취재후·사건후
소유한 호텔 하나 없이 시가총액이 이미 33조 원을 넘어, 세계 1위 호텔 체인(힐튼, 시가총액 30조 원 안팎)보다 더 잘나가는 기업이 있습니다. 그것도 창업 8년 만에. 바로 에어비앤비라는 공유숙박 사이트입니다.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그 과실을 수익으로 만들어낸 대표적인 상징적인 사례죠.

하지만 급성장 뒤엔 '수많은 우려'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퇴출된 '우버 택시' 기억하시나요? 기존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로 아예 우리나라에선 서비스 자체가 안 되는 상태입니다. 에어비앤비도 마찬가지인데요,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된 나라들에서도 속속 규제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에선 에어비앤비는 '사실상 금지'


임대주택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고 세입자 권리를 적극 보장하는 독일은 원래 유럽에서 주거 안정도가 높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베를린의 경우 면적은 서울의 1.5배지만 인구는 3분의 1 정도인 350만 명일 정도로 대도시 집중도도 낮습니다. 자연히 임대료도 주변 국가에 비해 쌌죠.

그런데 최근 상황이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베를린의 경우 인구가 급증하면서 임대료가 5년 만에 50%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주택 공급량은 만 5천 가구가 부족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유숙박이 확대되자, 임대료 상승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며 규제에 나선 거죠.

이 때문에 지난 5월 1일부터 숙박공유 사이트를 통한 주택 대여 대부분을 금지했습니다. 집주인이 절반을 함께 사용하거나, 두 집을 서로 바꿔 사용하는 경우 정도만 제한적으로 허용합니다. 공유숙박이 너무 많아지면 임대료가 올라 베를린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죠. 벌금은 최대 10만 유로, 약 1억 3천만 원에 달합니다. 독일 베를린에선 이제 에어비앤비를 통해 방을 빌리는 게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에어비앤비 탄생지 美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미국 주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어비앤비가 탄생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입법된 내용을 볼까요. 이제 공유숙박업을 하려면 돈(50달러)을 내고 등록한 뒤, 제한된 영업일 수(90일)를 지켜야 합니다. 지금은 70% 이상이 신고하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제 단속 대상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불법 영업하는 사람 뿐 아니라 그 불법 게시물을 올린 사이트도 단속하고 벌금을 물립니다. 에어비앤비도 처벌한다는 거죠. 벌금은 건당 1,000달러, 110만 원 정도입니다.


뉴욕시도 규제법안을 만들었습니다. 아파트 전체를 단기임대할 수는 없고 어기면 횟수에 따라 1,000에서 7,500달러의 벌금을 매깁니다. 에어비앤비는 불법 행위 단속과 세금 부과를 위한 자료를 제공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LA도 등록을 해야 하고 웹에 방을 올릴 때는 등록번호도 함께 올려야 합니다. 등록했는지 감독하겠다는 것이죠. 시카고도 250달러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세금도 내야 합니다. 이 돈으론 불법 행위 단속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도시와 국가에서 에어비앤비 규제에 나서고 있습니다. 임대료 안정, 세금 징수, 기존 숙박업 보호, 공정한 경쟁...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여튼 결론적으로는 공유숙박의 무분별한 확장이 지역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공유숙박 규제는 '엄격'


우리나라 역시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상당히 많은 호스트(집을 내놓은 사람)들이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피스텔부터 아파트, 일반 주택, 한옥... 전국 각지에 다양한 집을 일부 혹은 통째로 빌려준다는 글이 넘쳐납니다. 우리도 공유숙박이 꽤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면 우리 규제는 어떨까요?


뜻밖에 규제는 엄격했습니다.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이 집 일부를 빌릴 경우'만 합법입니다. 집 전체는 안됩니다. 주인이 살아야 해요. 또 주택과 아파트만 가능합니다. '오피스텔'은 무조건 불법입니다. 또 한국 사람이 한국에서 에어비앤비로 집을 빌리는 건 불법입니다. 한옥, 농어촌 민박만 가능한데요, '내국인 숙박'은 기존 숙박산업 보호를 위해 모두 불법으로 묶은 겁니다. 꽤 강력하게 규제하는 셈이죠.

규제만 엄격하고 단속은 '사실상 불가'


직접 오피스텔을 한 번 빌려봤습니다. 사이트 상에서 '오피스텔은 불법'이라는 점을 알리는 안내를 보진 못했습니다. 내국인은 안된다는 메시지도요. 등록 여부도 모르겠군요. 주인의 거절 같은 것도 없었습니다. 결제를 하면 문자메시지로 주소와 집 도어락 비밀번호를 가르쳐줍니다.

주인은 만날 필요도 없고 필요하면 통화만 하면 됩니다. 단속 문제를 물어봤더니 오히려 주인분은 "누가 (단속하러) 오거나 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 사람들도 많이 온다, 파티하러도 오고, 지방에서 오기도 한다"고 안심시키더군요.

에어비앤비에 들어가 보면 서울 도심에 등록된 집들의 상당수가 이런 오피스텔입니다. 오피스텔이라고 써놓은 경우도 많습니다. 집 전체를 빌린다고 필터 설정을 하고 봐도 엄청나게 많은 집들이 검색됩니다. 한국어로 된 후기도 아주 많습니다. 다 불법인데 이렇게 당당히 광고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이유, 단속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속의 어려움은 정보 부족 때문입니다. 등록된 오피스텔이 있는지, 집 전체를 빌려주는 사람이 있는지, 내국인에게 빌려주는 경우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게 어렵습니다.

우선 사이트엔 상세 주소가 안나옵니다. 결제를 해야 정확한 주소가 나오죠. 그래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속할 때 '의심되는 곳을 클릭해서 결제한 뒤에 주소를 알아내고 결제한 금액을 취소한다'고 합니다. 지난 4월 58곳을 단속해 30개 업소를 적발했습니다. 에어비앤비에 올라와 있는 집은 수천수만 개이니 이걸 저런 식으로 단속한다는 건 사실상 단속을 할 수 없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습니다.


에어비앤비같은 사이트 운영자에게 자료를 요청하면 간단하지 않을까 싶지만 사이트에선 정보를 안줍니다. 법적으로 줘야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담당자 공무원도 자료를 주지 않는다고 토로합니다. 자료 제공의 의무가 없다는 것, 당연히 처벌도 안 한다는 의미죠. 그래서 정부는 에어비앤비의 도움은 하나도 받지 못한 채 직접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방을 하나하나 확인해야 합니다.


결국 공유숙박은 광범위하게 규제하지만 사실상 단속이 안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단속에 가장 결정적인 정보를 쥐고 있는 중개사이트 업체는 법적으로 자료 제공의 의무가 없습니다. 당연히 처벌도 없죠. 처벌은 오직 집을 빌려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분께 물어봤습니다. 등록하면 세금을 내야 할 수 있고 또 표적 단속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부분 등록하지 않는데 나만 등록하면 튀어 보인다는 거죠.

그리고 내국인, 외국인 가려 받은 적은 없다고 합니다. 지방의 경우는 내국인 비율이 90%를 상회할 거라고도 하더군요. 돈을 목적으로 서너개 이상의 오피스텔을 동시에 돌리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단속에 적발되면 벌금을 물기는 하지만, 계속 영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네요. 벌금 액수가 방 하나의 한 달 수입보다 적다는군요.

무엇이 문제냐고요? 국내 공유경제가 죽고 있습니다.


공유경제 규제에 반대하는 여론도 많습니다. 글을 쓰는 저도 규제를 꼭 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사회적 필요가 있다면 규제는 필요하고, 또 규제를 한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규제만 하고 그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역효과가 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국내 공유숙박 중개 업계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규제가 국내 공유숙박 업체를 고사시키고 있다는 거죠.

에어비앤비에 대항하는 국내 중개사이트들이 외국 시장을 공략하긴 힘듭니다. 자본과 경험에서 월등히 앞서는 에어비앤비와 해외 시장에서 정면승부한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다만 국내 시장이라면 얘기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전세계 100개가 넘는 국가에 진출해있습니다. 국가별 특성 보다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운영되겠죠. 이 경우 국가별 이용자들의 특성이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는 힘듭니다. 바로 여기에 로컬 업체의 경쟁력이 생길 수 있는 원천이 있습니다. 에어비앤비가 거대한 업체여도 '잘만하면 국내 시장 공략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국내 공유숙박 스타트업 '코자자'의 대표 조산구 씨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나라의 로컬 업체는 내국인 시장에서 차별화된 컨텐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시장이 합법이기만 하다면요. 실제로 중국 1위 업체는 중국 업체입니다. 중국 정부가 글로벌 업체에 대항할 수 있게 각종 제도로 도와준 측면이 큽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내국인 시장 자체가 불법입니다. 합법인 '한옥'이나 '농어촌 민박'만 가지고는 영업을 하기도 어렵고, 투자를 받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차별화된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이 아예 규제에 가로막혀 있는 거죠"

결국 우리 숙박공유 중개업체들은 시장이 너무 좁고 고객은 없고, 그러니 투자유치도 어렵고 사업은 정체되는 악순환에 빠져있습니다.

반면 선발업체 에어비앤비는 이미 전 세계에서 엄청난 수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등록된 방도 많고 이용자도 많습니다. TV 광고도 합니다. 막대한 자본으로 점점 더 편리하고 수익성 높은 플랫폼을 구축합니다. 이용자는 점점 늘어갑니다. 불법이지만 단속 사각지대에서 국내 시장('지하경제'라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요)은 결국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에어비앤비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도 내국인 숙박공유 시장의 90% 이상을 에어비앤비가 가져가는 것으로 추산합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으로 내국인 시장 푼다지만...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식해 규제를 일부 풀기로 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발의되어 있는데요, 여기에 제주, 부산, 강원도 세 개 지역을 관광특성화 지역으로 지정해 내국인 공유숙박을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규제로 막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우선 가장 많은 방이 나와 있는, 수요도 가장 많은 서울은 여전히 불법입니다. 서울은 계속 '지하경제' 상태로 남아있어야 합니다.

또 1년에 180일 영업규제가 있고 어기면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지만 여전히 단속 방법은 불투명합니다. 문체부는 법령을 통해 이번엔 중개사이트 업체에 '자료제공 의무'를 부과했다고는 합니다. 중요한 진전이긴 합니다만 '처벌규정'은 없습니다. 즉, 자료 제공 의무는 있지만 해당 중개사이트가 수사기관에 자료를 주지 않아도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충분히 협력해줄지는 불투명합니다.

국내 시장을 꼭 국내 업체가 차지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해서 해외 업체가 승리한다면 이를 두고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시장은 국내 업체에 사실상 족쇄를 채운 규제 때문에 '기울어진 판'이 되어 있습니다. 개선하는 법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규제가 국내 공유경제를 역차별하는 현실은 꼭 개선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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