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오바마 기자단에 “여긴 우리나라”…무슨 일?

입력 2016.09.04 (16:36) 수정 2016.09.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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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 중인 백악관 기자단이 중국 관료들과 현지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의례적인 외교 마찰 수준이 아니라,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질을 하고 완력을 써 밀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현지시간으로 3일, 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 차 중국 항저우(杭州)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기 중국에 도착했다. 먼저 활주로에 내린 기자단은 곧 '에어포스 원(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릴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근처로 다가갔다. 첫 번째 갈등이 이때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중국의 한 관료가 기자단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소리쳤다.

아래는 에어포스 원이 활주로에 멈춰 서기 직전의 동영상이다. 기자단은 화면 오른쪽 끝쪽으로 멀찍이 몰려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동행 기자단은,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지점 바로 지근에 자리를 잡고 촬영을 한다. 불과 몇 미터 앞까지 다가가 셔터를 누르는 일도 다반사다(아래 사진 참고). 이미 신원이 보장된 출입 기자들이고,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소지한 물품까지 철저한 조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2015. 9. 14 미국 아이오와2015. 9. 14 미국 아이오와

백악관의 언론 담당 직원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은 더 커졌다.


왼쪽에 보이는 공보 비서는 기자단의 이런 취재는 늘 허용돼왔던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래 로이터 기자가 찍은 15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우리 대통령", "우리 비행기"라는 말이 들린다. 그러자 오른쪽의 중국 관료는 격앙된 몸짓과 목소리로 "여긴 우리나라잖아요!(This is our country)"라고 언성을 높인다. 관례가 어떻든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하는 장면은, 풀샷이나 멀리서 카메라로 당겨 잡은 것이 전부다. 중국은 취재진만 제지한 것이 아니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과 벤 로즈 부보좌관도 똑같이 대통령 주변으로 가지 못 하도록 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후 기자단들에게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G20 회의에 들어가기 전, 존 케리 국무장관이 수전 라이스 보좌관과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3일, 중국 항저우 G20 회담장 복도) G20 회의에 들어가기 전, 존 케리 국무장관이 수전 라이스 보좌관과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3일, 중국 항저우 G20 회담장 복도)

중국 정부 인사와 백악관 기자단의 갈등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몸싸움 직전의 수준까지 치달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주먹다짐' 직전의 험악한 말싸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 직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장에 도착하기 전에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도착했는데, 이번엔 보안 검색을 담당하는 관료들이 발목을 잡았다. '몇 명의 미국인을 회담장 안으로 들여보낼 것이냐'를 두고 논쟁을 하며, 의전팀과 비밀경호원들의 검색대 통과를 제지한 것이다. 아래 8초짜리 짧은 영상은 거의 중국어밖에 들리지 않지만, 당시 일촉즉발의 상황을 충분히 보여준다.


중국은 오바마와 시진핑, 두 정상이 도착하기 20분 전까지 백악관 직원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대립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기자들은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기사로 전했는데, WSJ 취재진의 경우 중국의 반대로 오바마 대통령과 기자단이 함께 이동하는 차량 행렬에서도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의미를 알리는 자리인 공동 기자회견도, 중국 측의 반대로 이번엔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요즘은 어떤 운동을 하는지 등을 묻고 답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마주 보며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G2(세계 양대 강국)의 수장들,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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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오바마 기자단에 “여긴 우리나라”…무슨 일?
    • 입력 2016-09-04 16:36:51
    • 수정2016-09-04 17:20:07
    국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방문 중인 백악관 기자단이 중국 관료들과 현지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의례적인 외교 마찰 수준이 아니라,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질을 하고 완력을 써 밀치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백악관 출입 기자들은 현지시간으로 3일, G20 정상회의와 미·중 정상회담 차 중국 항저우(杭州)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기 중국에 도착했다. 먼저 활주로에 내린 기자단은 곧 '에어포스 원(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릴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근처로 다가갔다. 첫 번째 갈등이 이때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중국의 한 관료가 기자단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소리쳤다. 아래는 에어포스 원이 활주로에 멈춰 서기 직전의 동영상이다. 기자단은 화면 오른쪽 끝쪽으로 멀찍이 몰려있다. 통상적으로 대통령 동행 기자단은,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려오는 지점 바로 지근에 자리를 잡고 촬영을 한다. 불과 몇 미터 앞까지 다가가 셔터를 누르는 일도 다반사다(아래 사진 참고). 이미 신원이 보장된 출입 기자들이고,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소지한 물품까지 철저한 조사를 거치기 때문이다. 2015. 9. 14 미국 아이오와 백악관의 언론 담당 직원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일은 더 커졌다. 왼쪽에 보이는 공보 비서는 기자단의 이런 취재는 늘 허용돼왔던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래 로이터 기자가 찍은 15초짜리 동영상을 보면, "우리 대통령", "우리 비행기"라는 말이 들린다. 그러자 오른쪽의 중국 관료는 격앙된 몸짓과 목소리로 "여긴 우리나라잖아요!(This is our country)"라고 언성을 높인다. 관례가 어떻든 자신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라는 얘기다. 그래서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하는 장면은, 풀샷이나 멀리서 카메라로 당겨 잡은 것이 전부다. 중국은 취재진만 제지한 것이 아니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 보좌관과 벤 로즈 부보좌관도 똑같이 대통령 주변으로 가지 못 하도록 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라이스 보좌관은 이후 기자단들에게 "우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G20 회의에 들어가기 전, 존 케리 국무장관이 수전 라이스 보좌관과 긴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 (3일, 중국 항저우 G20 회담장 복도) 중국 정부 인사와 백악관 기자단의 갈등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몸싸움 직전의 수준까지 치달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주먹다짐' 직전의 험악한 말싸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 직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회담장에 도착하기 전에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먼저 도착했는데, 이번엔 보안 검색을 담당하는 관료들이 발목을 잡았다. '몇 명의 미국인을 회담장 안으로 들여보낼 것이냐'를 두고 논쟁을 하며, 의전팀과 비밀경호원들의 검색대 통과를 제지한 것이다. 아래 8초짜리 짧은 영상은 거의 중국어밖에 들리지 않지만, 당시 일촉즉발의 상황을 충분히 보여준다. 중국은 오바마와 시진핑, 두 정상이 도착하기 20분 전까지 백악관 직원들을 들여보내지 않고 대립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기자들은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기사로 전했는데, WSJ 취재진의 경우 중국의 반대로 오바마 대통령과 기자단이 함께 이동하는 차량 행렬에서도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이 끝나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의미를 알리는 자리인 공동 기자회견도, 중국 측의 반대로 이번엔 마련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와 달리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요즘은 어떤 운동을 하는지 등을 묻고 답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마주 보며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는 G2(세계 양대 강국)의 수장들,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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