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베끼기’ 벤처신화는 없다

입력 2016.09.04 (22:30) 수정 2016.09.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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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특허 사무실에 물어보니까 '이게 2~3년 걸릴 텐데 결국은 돈이 없으면 1, 2, 3심까지 가기 어려울 겁니다.'"

<녹취> "카피해서 가져가서 그대로 공짜로 쓰고, 또 민간한테는 공짜로 서비스 하잖아요. (우리는) 그냥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사라져버리는 정 도밖에 방법이 없는 거예요."

<녹취>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어야 되는데, 다른 데서도 저원가로 같은 기술을 제공한다면 누가 그 기업에 투자하겠습니까?"

<오프닝>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가들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을 차별화시키는 가장 큰 힘은 독자적인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입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의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은 시장에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 걸까요?

또, 이걸 보호하는 게 왜 중요한 걸까요?

창업 권하는 사회, 국내 창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에 자리잡은 작은 빵집.

저온으로 숙성시킨 빵 반죽을 꺼내 얇게 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반죽 위에 마늘을 넣어 만든 페이스트를 바르고 동그랗게 말아 고리 모양을 만듭니다.

<녹취> 김소라(제빵사) : "이런 식으로 말게 되면 이렇게 겹쳐져요. 겹쳐진 게 부풀어오르면 같이 한 빵이 되면서 90겹이 됩니다."

향긋한 마늘향을 풍기는 이 빵은 동네 빵집으로는 드물게 제조 비법으로 지난 2013년 12월 특허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신학(00 베이커리 대표) : "빵을 개발했는데, 이걸 (가지고) 서울로 나가고 싶은데 나가려고 물어보니까 '이거 대기업에서 다 따라하면 너희는 무조건 죽는다.' 그래서 저희는 돈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인 특허를 내는 방법을 해서 이걸 2년 동안 개발한 거예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간식으로 제공되면서 이른바 '교황빵'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비슷한 마늘빵을 출시한 국내 대형 제빵 업체가 김 씨를 상대로 특허청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제조 방법이 일본의 제빵 책에 소개될 만큼 보편화된 것이어서 특허가 될만한 기술이 아니라는 논리였습니다.

김 씨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던 대형 제빵 업체측은 3개월 여만에 특허 무효 심판 청구를 취소했습니다.

업체 측은 취재진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업체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게 됐으며, 논란이 지속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대승적 차원에서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철회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소송전에서는 벗어낫지만 특허 분쟁으로 3개월을 끌면서 김 씨가 계획했던 프랜차이즈 사업은 차질을 빚었습니다.

<인터뷰> 김신학(00 베이커리 대표) : "'이거 다른 데 할 수 있습니까? 아뇨. 못해요, 저희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거 아니겠어요? (가맹점이) 이 빵을 받으려면 특허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당연히 못하는 거죠.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무효 소송이 들어오니까..."

특허청 조사 결과 지식재산권으로 분쟁을 겪은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한 경우는 전체의 65%에 달했고, 대기업은 6.8%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특허 침해 관련 본안 소송 결과를 전수분석해 봤더니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승소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전기 버스의 충전 시간을 줄여주는 교환형 배터리의 시제품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업체는 정부 R&D사업에 참여해 전기 버스에 탈부착이 가능한 교환형 배터리 팩을 지난 2014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백억 원이 넘는 개발 비용을 들여 관련 특허 10여 개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상용화 시장에 먼저 진출한 건 국내 한 대기업이었습니다.

<인터뷰> 안훈노(배터리 개발 업체 상무) : "저희 배터리 팩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에서 제보가 들어왔어요. 당신네 회사가 제작한 배터리 팩과 매우 유사한,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모 대기업의 1차 벤더사에서 제작을 해주려고 하는데..."

대기업 측은 2004년부터 기술을 개발 중이었고 특허에 저촉되지 않도록 제품 개발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B 대기업 관계자 : "저희 내부적으로도 특허 같은 경우에는 공개가 되니까. 해당 기업에서 갖고 있는 특허를 저희가 확인을 했고, 확인 결과 그 특허하고는 저촉이 되지 않는 걸로, 특허를 침해하는 요인이 없는 걸로 저희가 확인을 했었습니다."

처음으로 특허를 등록한 업체 측에서는 대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을 경우 법적으로 싸우거나 경쟁하기에는 자금과 시간, 능력 모두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안훈노(배터리 개발 업체 상무) : "저희같이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장기간의 소송을 하면 그 소송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결국 큰 인적, 물적,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거다 보니까, 오히려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인터뷰> 정인영(변리사) : "분쟁을 제기하려고 해보면 이미 대기업에서는 관리가 돼 있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그러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회피 설계를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권리를 등록받아두고 있다거나,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 입장에서 기술 개발 초기에 특허 분쟁에 휩싸이게 될 경우, 소송 비용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주영(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 "다른데서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어야 되는데, 다른데서도 저원가로 같은 기술을 제공한다면 누가 그 기업에 투자하겠습니까?"

정부는 특허 분쟁에서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허 분쟁 컨설팅, 특허 심판 소송 대리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6월부터는 특허를 침해한 걸로 의심되는 측에 증거 제출 의무를 강화한 법안도 발효됐습니다.

<인터뷰> 최동규(특허청장) : "입증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저희들이 갑니다. 이쪽에서 손해를 주장하면, 침해했다고 의심되는 사람이 그 말에 대해서 소명을 하고, 소명을 못하면 권리자의 말이 맞는 걸로 간주해주도록 그렇게 지금 갑니다."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강화되는 추세지만, 법으로 보호받기 힘든 지적재산의 사각지대도 있습니다.

'사업 모델 베끼기'를 둘러싼 분쟁입니다.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벤처 기업.

<녹취> "사실 확인을 위해 여쭤보겠습니다. 거래한 물품을 수령했거나 환불 받으셨나요? 물품을 받으셨다는 말씀인가요? 아, 쓰레기가 들어있었다고요?"

이 업체는 인터넷에서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사기당할 위험이 있는지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지난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 중고 거래 사기에 사용된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경찰청에서 지난 2010년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3개월간 세 번 이상 경찰에 인터넷 사기 혐의로 신고가 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겁니다.

<인터뷰> 김화랑(사기거래 방지 서비스 업체 대표) : "모든 서비스의 로직이 동일한 상태이고요, 다른 부분이라고 하면, 저희는 민간이고, 경찰은 공공기관이라는 거?"

김 대표는 사업 초기이던 2007년, 경찰청이 공문을 보내와 사기 용의자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1년에는 사기 방지에 기여한 공로로 경찰청으로부터 감사장까지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화랑(사기거래 방지 서비스 업체 대표) : "연구 개발을 해야 되고, 서비스 비용이 계속 지출 돼야 하는데, 경찰청에서 저희가 뭔가 만들어 놓으면 그대로 카피해서 가져가서 그대로 공짜로 쓰고, 또 민간한테는 공짜로 서비스 하잖아요. 그냥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사라져버리는 정도밖에 방법이 없는 거예요."

경찰청은 공공기관이 민간의 사업 모델을 베꼈다는 김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집적된 정보를 조회하는 기능은 인터넷 사업모델에서 필수적인 기반 기술인데, 이걸 두고 사업 모델을 모방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2007년 자료 제공 협조를 요청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로 받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사업 모델을 두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 처음 아이디어를 내 놓았던 중소 기업이 법적으로 권리를 인정 받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상생 경영' 의지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의 경우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무료로 창업을 지원하고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 구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서일석(구글캠퍼스 입주 기업 대표) : "구글 홍콩 오피스하고 일본 오피스에서 온 마케팅 전문가분들하고 2주 동안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습니다. 이런 기회는 구글 캠퍼스가 아니면 얻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임정민(구글 캠퍼스 총괄) : "구글 외부에서 많은 혁신들이 나온다고 믿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혁신들의 기회를 저희가 놓치지 않고 계속 지원해 주기 위해서 서울 뿐 아니고 전 세계 여섯 군데에 있습니다. 이런 캠퍼스 시설들이요."

번역이 필요한 사람과 번역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고, 거기서 나온 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하는 벤처 기업입니다.

<녹취> "'무지하게 덥네용' 이라고 치면 저희는 이걸 누구한테 보내냐면, 이걸 가장 잘 번역할 수 있는 사람들 3백 명 핸드폰으로 보내요. 그럼 It's seriously hot. 이렇게 오는 거죠."

4년 전 창업한 이정수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했습니다.

대기업이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는 스타트업이 쉽게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이 때표는 말합니다.

<인터뷰> 이정수(번역 서비스 업체 대표) :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큰 기업에서 인수를 해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확장해서 자기들의 힘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리게 하고, 또 흡수 당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갖고 있는 자본으로 다시 회사를 키우고, 선순환 구조를 그려야 원래 좋은 구조인데요, 독점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는 기업을 인수할만한 니즈(필요)를 못 느껴요."

정부는 올해 초 창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며 1조2천 억 원을 창업 지원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투자 만큼 신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해주는 토양이 마련돼 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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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베끼기’ 벤처신화는 없다
    • 입력 2016-09-04 22:54:35
    • 수정2016-09-04 23:30:55
    취재파일K
<녹취> "특허 사무실에 물어보니까 '이게 2~3년 걸릴 텐데 결국은 돈이 없으면 1, 2, 3심까지 가기 어려울 겁니다.'"

<녹취> "카피해서 가져가서 그대로 공짜로 쓰고, 또 민간한테는 공짜로 서비스 하잖아요. (우리는) 그냥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사라져버리는 정 도밖에 방법이 없는 거예요."

<녹취>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어야 되는데, 다른 데서도 저원가로 같은 기술을 제공한다면 누가 그 기업에 투자하겠습니까?"

<오프닝>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창업가들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을 차별화시키는 가장 큰 힘은 독자적인 기술과 사업 아이디어입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의 아이디어와 새로운 기술은 시장에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 걸까요?

또, 이걸 보호하는 게 왜 중요한 걸까요?

창업 권하는 사회, 국내 창업 생태계의 현주소를 들여다 봤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파주에 자리잡은 작은 빵집.

저온으로 숙성시킨 빵 반죽을 꺼내 얇게 펴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반죽 위에 마늘을 넣어 만든 페이스트를 바르고 동그랗게 말아 고리 모양을 만듭니다.

<녹취> 김소라(제빵사) : "이런 식으로 말게 되면 이렇게 겹쳐져요. 겹쳐진 게 부풀어오르면 같이 한 빵이 되면서 90겹이 됩니다."

향긋한 마늘향을 풍기는 이 빵은 동네 빵집으로는 드물게 제조 비법으로 지난 2013년 12월 특허를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신학(00 베이커리 대표) : "빵을 개발했는데, 이걸 (가지고) 서울로 나가고 싶은데 나가려고 물어보니까 '이거 대기업에서 다 따라하면 너희는 무조건 죽는다.' 그래서 저희는 돈이 적게 들어가는 방법인 특허를 내는 방법을 해서 이걸 2년 동안 개발한 거예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간식으로 제공되면서 이른바 '교황빵'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비슷한 마늘빵을 출시한 국내 대형 제빵 업체가 김 씨를 상대로 특허청에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제조 방법이 일본의 제빵 책에 소개될 만큼 보편화된 것이어서 특허가 될만한 기술이 아니라는 논리였습니다.

김 씨의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하던 대형 제빵 업체측은 3개월 여만에 특허 무효 심판 청구를 취소했습니다.

업체 측은 취재진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업체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게 됐으며, 논란이 지속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대승적 차원에서 특허무효심판 청구를 철회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소송전에서는 벗어낫지만 특허 분쟁으로 3개월을 끌면서 김 씨가 계획했던 프랜차이즈 사업은 차질을 빚었습니다.

<인터뷰> 김신학(00 베이커리 대표) : "'이거 다른 데 할 수 있습니까? 아뇨. 못해요, 저희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거 아니겠어요? (가맹점이) 이 빵을 받으려면 특허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당연히 못하는 거죠. 아무것도 못하는 거죠. 무효 소송이 들어오니까..."

특허청 조사 결과 지식재산권으로 분쟁을 겪은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한 경우는 전체의 65%에 달했고, 대기업은 6.8%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특허 침해 관련 본안 소송 결과를 전수분석해 봤더니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승소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전기 버스의 충전 시간을 줄여주는 교환형 배터리의 시제품 테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 업체는 정부 R&D사업에 참여해 전기 버스에 탈부착이 가능한 교환형 배터리 팩을 지난 2014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백억 원이 넘는 개발 비용을 들여 관련 특허 10여 개를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상용화 시장에 먼저 진출한 건 국내 한 대기업이었습니다.

<인터뷰> 안훈노(배터리 개발 업체 상무) : "저희 배터리 팩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에서 제보가 들어왔어요. 당신네 회사가 제작한 배터리 팩과 매우 유사한, 거의 똑같다고 할 수 있는 그런 제품을 모 대기업의 1차 벤더사에서 제작을 해주려고 하는데..."

대기업 측은 2004년부터 기술을 개발 중이었고 특허에 저촉되지 않도록 제품 개발을 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B 대기업 관계자 : "저희 내부적으로도 특허 같은 경우에는 공개가 되니까. 해당 기업에서 갖고 있는 특허를 저희가 확인을 했고, 확인 결과 그 특허하고는 저촉이 되지 않는 걸로, 특허를 침해하는 요인이 없는 걸로 저희가 확인을 했었습니다."

처음으로 특허를 등록한 업체 측에서는 대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을 경우 법적으로 싸우거나 경쟁하기에는 자금과 시간, 능력 모두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안훈노(배터리 개발 업체 상무) : "저희같이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장기간의 소송을 하면 그 소송을 시작한다는 자체가 결국 큰 인적, 물적, 많은 리소스가 투입되는거다 보니까, 오히려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인터뷰> 정인영(변리사) : "분쟁을 제기하려고 해보면 이미 대기업에서는 관리가 돼 있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그러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걸 알고 회피 설계를 해서 피해갈 수 있는 권리를 등록받아두고 있다거나,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중소기업이나 벤처 기업 입장에서 기술 개발 초기에 특허 분쟁에 휩싸이게 될 경우, 소송 비용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박주영(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 "다른데서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어야 되는데, 다른데서도 저원가로 같은 기술을 제공한다면 누가 그 기업에 투자하겠습니까?"

정부는 특허 분쟁에서 상대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특허 분쟁 컨설팅, 특허 심판 소송 대리 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 6월부터는 특허를 침해한 걸로 의심되는 측에 증거 제출 의무를 강화한 법안도 발효됐습니다.

<인터뷰> 최동규(특허청장) : "입증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저희들이 갑니다. 이쪽에서 손해를 주장하면, 침해했다고 의심되는 사람이 그 말에 대해서 소명을 하고, 소명을 못하면 권리자의 말이 맞는 걸로 간주해주도록 그렇게 지금 갑니다."

특허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는 강화되는 추세지만, 법으로 보호받기 힘든 지적재산의 사각지대도 있습니다.

'사업 모델 베끼기'를 둘러싼 분쟁입니다.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벤처 기업.

<녹취> "사실 확인을 위해 여쭤보겠습니다. 거래한 물품을 수령했거나 환불 받으셨나요? 물품을 받으셨다는 말씀인가요? 아, 쓰레기가 들어있었다고요?"

이 업체는 인터넷에서 중고 물품을 거래할 때 사기당할 위험이 있는지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지난 2006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거 인터넷 중고 거래 사기에 사용된 계좌번호와 전화번호 등을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경찰청에서 지난 2010년부터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3개월간 세 번 이상 경찰에 인터넷 사기 혐의로 신고가 된 적이 있는지를 확인해주는 겁니다.

<인터뷰> 김화랑(사기거래 방지 서비스 업체 대표) : "모든 서비스의 로직이 동일한 상태이고요, 다른 부분이라고 하면, 저희는 민간이고, 경찰은 공공기관이라는 거?"

김 대표는 사업 초기이던 2007년, 경찰청이 공문을 보내와 사기 용의자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1년에는 사기 방지에 기여한 공로로 경찰청으로부터 감사장까지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화랑(사기거래 방지 서비스 업체 대표) : "연구 개발을 해야 되고, 서비스 비용이 계속 지출 돼야 하는데, 경찰청에서 저희가 뭔가 만들어 놓으면 그대로 카피해서 가져가서 그대로 공짜로 쓰고, 또 민간한테는 공짜로 서비스 하잖아요. 그냥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사라져버리는 정도밖에 방법이 없는 거예요."

경찰청은 공공기관이 민간의 사업 모델을 베꼈다는 김 대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집적된 정보를 조회하는 기능은 인터넷 사업모델에서 필수적인 기반 기술인데, 이걸 두고 사업 모델을 모방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2007년 자료 제공 협조를 요청한 사실은 있지만, 실제로 받았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사업 모델을 두고 분쟁이 생겼을 경우 처음 아이디어를 내 놓았던 중소 기업이 법적으로 권리를 인정 받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상생 경영' 의지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의 경우 전 세계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무료로 창업을 지원하고 사무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늘어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사업 생태계를 만들어 구글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서일석(구글캠퍼스 입주 기업 대표) : "구글 홍콩 오피스하고 일본 오피스에서 온 마케팅 전문가분들하고 2주 동안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습니다. 이런 기회는 구글 캠퍼스가 아니면 얻기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임정민(구글 캠퍼스 총괄) : "구글 외부에서 많은 혁신들이 나온다고 믿고 있고요, 그래서 이런 혁신들의 기회를 저희가 놓치지 않고 계속 지원해 주기 위해서 서울 뿐 아니고 전 세계 여섯 군데에 있습니다. 이런 캠퍼스 시설들이요."

번역이 필요한 사람과 번역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고, 거기서 나온 데이터를 기업에 판매하는 벤처 기업입니다.

<녹취> "'무지하게 덥네용' 이라고 치면 저희는 이걸 누구한테 보내냐면, 이걸 가장 잘 번역할 수 있는 사람들 3백 명 핸드폰으로 보내요. 그럼 It's seriously hot. 이렇게 오는 거죠."

4년 전 창업한 이정수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겨냥했습니다.

대기업이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는 스타트업이 쉽게 성장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이 때표는 말합니다.

<인터뷰> 이정수(번역 서비스 업체 대표) : "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큰 기업에서 인수를 해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확장해서 자기들의 힘을 가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혜택을 누리게 하고, 또 흡수 당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갖고 있는 자본으로 다시 회사를 키우고, 선순환 구조를 그려야 원래 좋은 구조인데요, 독점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는 기업을 인수할만한 니즈(필요)를 못 느껴요."

정부는 올해 초 창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5만 개를 만들겠다며 1조2천 억 원을 창업 지원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투자 만큼 신선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존중해주는 토양이 마련돼 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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