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는 라디오 듣던데”…현실은 대다수가 ‘먹통’ 터널

입력 2016.09.05 (15:38) 수정 2016.09.05 (22: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터널 ‘재난 사각지대’…라디오도 안 들려요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 분)는 큰 계약 건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뿐.

그가 가진 것은 78% 남은 배터리의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구조대는 오늘도 터널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정부는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린다.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은 꽉 막혀버린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구조는 더디게만 진행된다.

고립 30여일 동안 유일한 소통은 라디오방송

한편,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 분)은 정수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통해 남편에게 희망을 전하며 그의 무사생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올 여름 개봉하고 누적관객 수 7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재난영화 '터널'의 줄거리다.

[연관기사] [박스오피스] 끝까지 가는 ‘터널’ 흥행독주…26일째 1위

영화 ‘터널’의 남자 주인공은 그나마 있던 휴대전화도 배터리가 모두 소진돼 30여일 만에 구출될 때까지 유일하게 FM라디오를 통해 외부의 구조상황 소식을 듣는다.영화 ‘터널’의 남자 주인공은 그나마 있던 휴대전화도 배터리가 모두 소진돼 30여일 만에 구출될 때까지 유일하게 FM라디오를 통해 외부의 구조상황 소식을 듣는다.

국도를 달리다가 무너진 터널에 갇힌 주인공은 휴대전화로 구조대와 연락하다가 갇힌 지 10여 일 만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면서 외부와 쌍방향 통신이 끊긴다.

30여 일 만에 그가 구출될 때까지 그를 견디게 해주고 구조상황을 그에게 알려준 것은 라디오 방송이었다.

터널 속 라디오 방송은 비록 한 방향이긴 하지만 전쟁과 재난 등 유사시에는 사람 목숨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실은 대부분 터널 재난방송 '먹통' 지역

하지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은 어떨까?

터널은 재난이나 전쟁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피시설이지만 우리나라 터널 안에서 민방위 경보나 재난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연관기사] KBS뉴스9 경남 – 비상대피시설 터널, 재난방송은 ‘먹통’

터널은 차량 통행뿐만 아니라 재난이나 전쟁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피시설이지만 우리나라 터널은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민방위 경보나 재난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먹통’ 지역이다.터널은 차량 통행뿐만 아니라 재난이나 전쟁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피시설이지만 우리나라 터널은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민방위 경보나 재난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먹통’ 지역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전국의 도로터널과 철도·지하철터널 3천26 곳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재난방송 수신환경 실태 전수조사'를 한 결과 10곳 중 8곳 이상이 라디오나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통해 재난방송을 들을 수 없는 먹통지역'으로 조사됐다.

10곳 중 8곳 이상 재난방송 들을 수 없어

조사 결과,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의 방송신호 수신상태가 불량한 곳이 DMB는 83.5%인 2천528곳, FM라디오는 87.5%인 2천650곳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철도터널 621곳의 경우 수신 불량률이 DMB는 98.9%, FM라디오는 98.1%로, 대부분 터널에서 재난방송을 들을 수 없었다.

또 도로터널 1천669곳의 수신 불량률은 DMB가 90.7%, FM라디오가 95%였다.

지하철터널은 전체 736곳 가운데 수신 불량률이 DMB 54.3%, FM라디오 61.7%로 조사됐다.


터널이나 지하철 역사에서 각종 사고가 났을 때 재난방송을 보거나 듣지 못해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의 경우 조사가 이뤄진 66개 도로터널 가운데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 라디오가 잘 들리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부산시는 59개 도로터널 모두 수신 불량이었다.

조사 결과 도로터널과 지하철 역사에서 DMB보다 FM라디오의 수신 불량률이 더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FM라디오가 DMB보다 더 잘 나올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결과다.

지자체·도로공사 등은 방송중계설비 반드시 갖춰야

전국 도로와 철도에 설치된 터널과 지하철 역사 등을 소유,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도로공사, 서울메트로 등 34개 공공기관은 지난 2014년 6월 개정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터널 안에 재난상황을 알리는 방송중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시설관리주체인 도로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은 대당 4,000만 원 정도인 재난방송 중계기 설치에 소극적이다.

도로공사는 새로 짓는 터널의 경우 재난방송 중계기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기존 터널은 국비가 지원될 경우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철도시설공단은 한술 더 떠 방송사업자가 전파 환경을 개선하고 시행령 등의 정비가 선행돼야 재난방송 중계기를 설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올해부터 터널 안 재난방송 수신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어직도 그 속도는 더디다.

아직 시행령 등이 완비되지 않아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 법적으로 제재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기존 터널에 재난방송 중계기를 설치하는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는 것은 국민안전을 외면하는 일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영화에서는 라디오 듣던데”…현실은 대다수가 ‘먹통’ 터널
    • 입력 2016-09-05 15:38:41
    • 수정2016-09-05 22:36:27
    취재K
[연관 기사] ☞ [뉴스9] 터널 ‘재난 사각지대’…라디오도 안 들려요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 분)는 큰 계약 건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눈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콘크리트 잔해뿐. 그가 가진 것은 78% 남은 배터리의 휴대폰과 생수 두 병, 그리고 딸의 생일 케이크가 전부다. 구조대는 오늘도 터널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정부는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린다.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은 꽉 막혀버린 터널에 진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지만 구조는 더디게만 진행된다. 고립 30여일 동안 유일한 소통은 라디오방송 한편,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 분)은 정수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통해 남편에게 희망을 전하며 그의 무사생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올 여름 개봉하고 누적관객 수 7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둔 영화 재난영화 '터널'의 줄거리다. [연관기사] [박스오피스] 끝까지 가는 ‘터널’ 흥행독주…26일째 1위 영화 ‘터널’의 남자 주인공은 그나마 있던 휴대전화도 배터리가 모두 소진돼 30여일 만에 구출될 때까지 유일하게 FM라디오를 통해 외부의 구조상황 소식을 듣는다. 국도를 달리다가 무너진 터널에 갇힌 주인공은 휴대전화로 구조대와 연락하다가 갇힌 지 10여 일 만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면서 외부와 쌍방향 통신이 끊긴다. 30여 일 만에 그가 구출될 때까지 그를 견디게 해주고 구조상황을 그에게 알려준 것은 라디오 방송이었다. 터널 속 라디오 방송은 비록 한 방향이긴 하지만 전쟁과 재난 등 유사시에는 사람 목숨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실은 대부분 터널 재난방송 '먹통' 지역 하지만 영화가 아니라 현실은 어떨까? 터널은 재난이나 전쟁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피시설이지만 우리나라 터널 안에서 민방위 경보나 재난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연관기사] KBS뉴스9 경남 – 비상대피시설 터널, 재난방송은 ‘먹통’ 터널은 차량 통행뿐만 아니라 재난이나 전쟁 등 긴급상황이 발생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피시설이지만 우리나라 터널은 10곳 가운데 8곳 이상이 민방위 경보나 재난방송을 제대로 들을 수 없는 ‘먹통’ 지역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전국의 도로터널과 철도·지하철터널 3천26 곳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재난방송 수신환경 실태 전수조사'를 한 결과 10곳 중 8곳 이상이 라디오나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통해 재난방송을 들을 수 없는 먹통지역'으로 조사됐다. 10곳 중 8곳 이상 재난방송 들을 수 없어 조사 결과,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의 방송신호 수신상태가 불량한 곳이 DMB는 83.5%인 2천528곳, FM라디오는 87.5%인 2천650곳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철도터널 621곳의 경우 수신 불량률이 DMB는 98.9%, FM라디오는 98.1%로, 대부분 터널에서 재난방송을 들을 수 없었다. 또 도로터널 1천669곳의 수신 불량률은 DMB가 90.7%, FM라디오가 95%였다. 지하철터널은 전체 736곳 가운데 수신 불량률이 DMB 54.3%, FM라디오 61.7%로 조사됐다. 터널이나 지하철 역사에서 각종 사고가 났을 때 재난방송을 보거나 듣지 못해 추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인구가 가장 많은 서울시의 경우 조사가 이뤄진 66개 도로터널 가운데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 라디오가 잘 들리는 곳은 단 1곳에 불과했다. 부산시는 59개 도로터널 모두 수신 불량이었다. 조사 결과 도로터널과 지하철 역사에서 DMB보다 FM라디오의 수신 불량률이 더 높다는 점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FM라디오가 DMB보다 더 잘 나올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결과다. 지자체·도로공사 등은 방송중계설비 반드시 갖춰야 전국 도로와 철도에 설치된 터널과 지하철 역사 등을 소유,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도로공사, 서울메트로 등 34개 공공기관은 지난 2014년 6월 개정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따라 터널 안에 재난상황을 알리는 방송중계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시설관리주체인 도로공사와 철도시설공단은 대당 4,000만 원 정도인 재난방송 중계기 설치에 소극적이다. 도로공사는 새로 짓는 터널의 경우 재난방송 중계기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기존 터널은 국비가 지원될 경우 고려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철도시설공단은 한술 더 떠 방송사업자가 전파 환경을 개선하고 시행령 등의 정비가 선행돼야 재난방송 중계기를 설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가 올해부터 터널 안 재난방송 수신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갔지만 어직도 그 속도는 더디다. 아직 시행령 등이 완비되지 않아 설치하지 않았을 경우 법적으로 제재조항이 없는 것도 문제다. 기존 터널에 재난방송 중계기를 설치하는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는 것은 국민안전을 외면하는 일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