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경주 지진…“집 흔들리고 우레 소리”

입력 2016.09.13 (06:24) 수정 2016.09.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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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해상누각인 영일대 입구 바닥이 3m가량 갈라졌다.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해상누각인 영일대 입구 바닥이 3m가량 갈라졌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약 1,900건의 지진 관련 기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어제(12일)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한 경주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은 17건 검색된다(국역 기준).


KBS 디지털뉴스팀이 검색해보니 실록에 기록된 경주 지역 지진의 내용은 대부분 '지진이 발생했다' 정도의 간략한 상황을 담고 있다.

◆ 조선왕조실록, '경주·울산에 지진,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하지만 '집이 흔들렸다',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등 비교적 자세하게 피해 상황을 기록한 기사도 다수 발견된다.

집이나 방 안의 물건이 흔들리는 것은 지진 규모가 4.0 이상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진 규모가 3.9 이하일 경우 지진계나 사람만 탐지할 수 있다.

경상도 경주(慶州)·청송(靑松)·청도(淸道)·진보(眞寶)·신녕(新寧)에 지진(地震)이 우레처럼 일어났다.
- 숙종 29년 12월 12일

경상도 경주(慶州)·울산(蔚山)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 인조 17년 12월 11일

경상도 경주(慶州) 등 16고을에 지진(地震)이 발생하여 집이 모두 흔들렸다.
- 중종 21년 8월 7일


특히 세종과 명종 때는 불과 수개월 사이에 경주에서 지진이 잇달아 발생한 기록이 남아 있다. 세종 12년(1430년) 4월과 9월에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고, 명종 10년(1555년) 1월과 4월에 역시 경주 지진이 있었다.

경주 지진에 대한 기록은 명종과 숙종 때 각각 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숙종 43년(1717년) 1월 8일 기사를 끝으로 경주 지진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 세종 실록, "경상도에 더욱 많다"… 350건 넘게 기록돼


지난 7월 울산 동쪽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경주에서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경상도 지역의 지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상도의 잦은 지진이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경상도에서 발생한 지진이 350건 이상 적혀 있다. 전라도나 충청도, 평안도, 강원도 등 다른 지역의 지진 관련 내용보다 100건 이상 웃도는 수치다.

세종 실록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고, 경상도에 더욱 많다. 지나간 기유년에 지진이 경상도로부터 시작하여 충청·강원·경기의 세 도(道)에 파급(波及)하였다. …… 우리나라에는 비록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는 일이 없으나, 지진이 하삼도(下三道)에 매우 많으니 오랑캐의 변란이 있지나 않을까 의심된다.

- 세종 14년 5월 5일


아울러 조선왕조실록에는 서울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지진 30여 건이 기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는 재산 피해로 이어진 비교적 강한 지진에 대한 내용도 있다.

서울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갔으며 한참 뒤에 그쳤다. 처음에는 소리가 약한 천둥 같았고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집채가 모두 흔들리고 담과 벽이 흔들려 무너졌다. 신시(申時)에 또 지진이 일어났다.

- 명종 1년 5월 23일


◆ "바닷물이 요동... 설악산 큰 바위가 무너져"

한편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해일을 묘사한 듯한 대목도 나와 관심을 끈다.

강원도(江原道)에서 지진(地震)이 일어났는데, 소리가 우레가 같았고 담벽이 무너졌으며, 기와가 날아가 떨어졌다. 양양(襄陽)에서는 바닷물이 요동쳤는데, 마치 소리가 물이 끓는 것 같았고, 설악산(雪岳山)의 신흥사(神興寺) 및 계조굴(繼祖窟)의 거암(巨巖)이 모두 붕괴[崩頹]되었다. 삼척부(三陟府) 서쪽 두타산(頭陀山) 층암(層巖)은 옛부터 돌이 움직인다고 하였는데, 모두 붕괴되었다. 그리고 부(府)의 동쪽 능파대(凌波臺) 수중(水中)의 10여 장(丈) 되는 돌이 가운데가 부러지고 바닷물이 조수(潮水)가 밀려가는 모양과 같았는데, 평일에 물이 찼던 곳이 1백여 보(步) 혹은 5, 60보 노출(露出)되었다.……

- 숙종 7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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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경주 지진…“집 흔들리고 우레 소리”
    • 입력 2016-09-13 06:24:42
    • 수정2016-09-13 10:32:47
    사회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 해상누각인 영일대 입구 바닥이 3m가량 갈라졌다.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조선왕조실록에는 약 1,900건의 지진 관련 기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어제(12일)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한 경주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은 17건 검색된다(국역 기준).


KBS 디지털뉴스팀이 검색해보니 실록에 기록된 경주 지역 지진의 내용은 대부분 '지진이 발생했다' 정도의 간략한 상황을 담고 있다.

◆ 조선왕조실록, '경주·울산에 지진,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하지만 '집이 흔들렸다',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등 비교적 자세하게 피해 상황을 기록한 기사도 다수 발견된다.

집이나 방 안의 물건이 흔들리는 것은 지진 규모가 4.0 이상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진 규모가 3.9 이하일 경우 지진계나 사람만 탐지할 수 있다.

경상도 경주(慶州)·청송(靑松)·청도(淸道)·진보(眞寶)·신녕(新寧)에 지진(地震)이 우레처럼 일어났다.
- 숙종 29년 12월 12일

경상도 경주(慶州)·울산(蔚山)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다.
- 인조 17년 12월 11일

경상도 경주(慶州) 등 16고을에 지진(地震)이 발생하여 집이 모두 흔들렸다.
- 중종 21년 8월 7일


특히 세종과 명종 때는 불과 수개월 사이에 경주에서 지진이 잇달아 발생한 기록이 남아 있다. 세종 12년(1430년) 4월과 9월에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고, 명종 10년(1555년) 1월과 4월에 역시 경주 지진이 있었다.

경주 지진에 대한 기록은 명종과 숙종 때 각각 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만 숙종 43년(1717년) 1월 8일 기사를 끝으로 경주 지진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 세종 실록, "경상도에 더욱 많다"… 350건 넘게 기록돼


지난 7월 울산 동쪽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경주에서 우리나라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경상도 지역의 지진 공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경상도의 잦은 지진이 최근에 두드러진 현상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경상도에서 발생한 지진이 350건 이상 적혀 있다. 전라도나 충청도, 평안도, 강원도 등 다른 지역의 지진 관련 내용보다 100건 이상 웃도는 수치다.

세종 실록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는 해가 없고, 경상도에 더욱 많다. 지나간 기유년에 지진이 경상도로부터 시작하여 충청·강원·경기의 세 도(道)에 파급(波及)하였다. …… 우리나라에는 비록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는 일이 없으나, 지진이 하삼도(下三道)에 매우 많으니 오랑캐의 변란이 있지나 않을까 의심된다.

- 세종 14년 5월 5일


아울러 조선왕조실록에는 서울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지진 30여 건이 기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는 재산 피해로 이어진 비교적 강한 지진에 대한 내용도 있다.

서울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동쪽에서부터 서쪽으로 갔으며 한참 뒤에 그쳤다. 처음에는 소리가 약한 천둥 같았고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집채가 모두 흔들리고 담과 벽이 흔들려 무너졌다. 신시(申時)에 또 지진이 일어났다.

- 명종 1년 5월 23일


◆ "바닷물이 요동... 설악산 큰 바위가 무너져"

한편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해일을 묘사한 듯한 대목도 나와 관심을 끈다.

강원도(江原道)에서 지진(地震)이 일어났는데, 소리가 우레가 같았고 담벽이 무너졌으며, 기와가 날아가 떨어졌다. 양양(襄陽)에서는 바닷물이 요동쳤는데, 마치 소리가 물이 끓는 것 같았고, 설악산(雪岳山)의 신흥사(神興寺) 및 계조굴(繼祖窟)의 거암(巨巖)이 모두 붕괴[崩頹]되었다. 삼척부(三陟府) 서쪽 두타산(頭陀山) 층암(層巖)은 옛부터 돌이 움직인다고 하였는데, 모두 붕괴되었다. 그리고 부(府)의 동쪽 능파대(凌波臺) 수중(水中)의 10여 장(丈) 되는 돌이 가운데가 부러지고 바닷물이 조수(潮水)가 밀려가는 모양과 같았는데, 평일에 물이 찼던 곳이 1백여 보(步) 혹은 5, 60보 노출(露出)되었다.……

- 숙종 7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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