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은 설탕 아니라 지방 탓?’ 美 설탕업계가 연구 로비

입력 2016.09.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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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당업계가 50년 전 학자들에게 '심장질환의 원인은 설탕이 아니라 지방'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미국 제당업계 내부 문건을 인용해, 미국 제당협회의 전신인 제당조사재단(SRF)이 1967년 하버드대 연구자 3명에게 '설탕과 지방이 심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의 대가로 현재가치로 5만 달러(5500만 원)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제당조사재단은 설탕과 심장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자, 1964년 설탕에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연구 지원과 법제화 등을 계획했다. 제당조사재단은 연구의 목적과 인용할 논문을 지정해 하버드대 연구자들에게 제시하고, 논문 발표 전 초안을 사전 점검했다.

심장 건강과 설탕의 연관성을 축소하고 포화지방의 역할을 비난하는 결론을 도출한 이 연구는 1967년 권위 있는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의학지(NEJM)에 실렸다. 연구가 발표된 뒤 심장질환과 설탕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는 가라앉은 반면, 보건당국은 저지방 식이에 대한 대책을 강화했다.


제당업계의 내부 문건을 발굴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스탠턴 글랜츠 교수는 "이 때문에 설탕에 관한 논의가 수십 년간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돼왔다"고 주장했다.

글랜츠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정부의 보건당국이 지방 섭취를 줄이도록 권고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저지방, 고당류 음식으로 쏠렸다며, 이러한 정책방향이 비만을 가중시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대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마크 헤그스테드는 이후 미국 농무부의 영양분야 수장을 지내며 제당업계에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헤그스테드는 1977년 미 연방정부의 '식생활 지침'의 초본 작성에 참여하면서, 포화지방을 심장질환의 주요 요인으로 강조하고 설탕은 치아건강에만 연관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버드대 보건학과의 월터 윌렛 교수는 "당시 학자들은 설탕과 지방이 심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에 제한된 데이터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방뿐만 아니라 설탕이 포함된 음료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960년대 이후 학술지들은 이러한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자들에게 연구비의 출처를 논문에 명시하도록 규정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학술연구가 관련 업계의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될 때, 업계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불건전한 문제가 새삼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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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장질환은 설탕 아니라 지방 탓?’ 美 설탕업계가 연구 로비
    • 입력 2016-09-16 14:08:41
    국제
미국의 제당업계가 50년 전 학자들에게 '심장질환의 원인은 설탕이 아니라 지방'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도록 연구비를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학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실린 미국 제당업계 내부 문건을 인용해, 미국 제당협회의 전신인 제당조사재단(SRF)이 1967년 하버드대 연구자 3명에게 '설탕과 지방이 심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의 대가로 현재가치로 5만 달러(5500만 원)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제당조사재단은 설탕과 심장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자, 1964년 설탕에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연구 지원과 법제화 등을 계획했다. 제당조사재단은 연구의 목적과 인용할 논문을 지정해 하버드대 연구자들에게 제시하고, 논문 발표 전 초안을 사전 점검했다.

심장 건강과 설탕의 연관성을 축소하고 포화지방의 역할을 비난하는 결론을 도출한 이 연구는 1967년 권위 있는 학술지인 뉴잉글랜드의학지(NEJM)에 실렸다. 연구가 발표된 뒤 심장질환과 설탕의 연관성에 대한 논의는 가라앉은 반면, 보건당국은 저지방 식이에 대한 대책을 강화했다.


제당업계의 내부 문건을 발굴한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스탠턴 글랜츠 교수는 "이 때문에 설탕에 관한 논의가 수십 년간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돼왔다"고 주장했다.

글랜츠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정부의 보건당국이 지방 섭취를 줄이도록 권고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저지방, 고당류 음식으로 쏠렸다며, 이러한 정책방향이 비만을 가중시켰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대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인 마크 헤그스테드는 이후 미국 농무부의 영양분야 수장을 지내며 제당업계에 우호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헤그스테드는 1977년 미 연방정부의 '식생활 지침'의 초본 작성에 참여하면서, 포화지방을 심장질환의 주요 요인으로 강조하고 설탕은 치아건강에만 연관시키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버드대 보건학과의 월터 윌렛 교수는 "당시 학자들은 설탕과 지방이 심장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에 제한된 데이터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방뿐만 아니라 설탕이 포함된 음료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960년대 이후 학술지들은 이러한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자들에게 연구비의 출처를 논문에 명시하도록 규정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학술연구가 관련 업계의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될 때, 업계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는 불건전한 문제가 새삼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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