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때문에 고용 못 한다?…한·일·독 대기업 비교해보니

입력 2016.09.17 (10:01) 수정 2016.09.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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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기업(제조업)의 인건비 부담이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 대기업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최근 산업연구원 조덕희 선임연구위원에게 의뢰해 받은 분석 자료를 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였다. 일본은 10.3%, 독일은 14.8%로 나타났다.

한국 제조 대기업 인건비 비중, 독일의 절반 수준

1만 원짜리 제품을 팔았을 때 우리나라 제조 대기업은 종업원 인건비(정기급여,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로 700원을 지출하는 데 비해, 일본은 1,030원, 독일은 1,480원을 쓴다는 뜻이다. 우리 대기업의 인건비 지출 비중은 일본의 70%, 독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비교 대상 대기업은 우리나라의 경우 종사자 수 300인 이상 사업체(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했고, 일본은 자본금 10억 엔 이상 사업체(재무성 법인기업통계), 독일은 매출액 5천만 유로 이상 사업체(독일연방은행 통계)였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상 대기업 분류 기준이 나라별로 달라 일본과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더 큰 기업 위주로 포함됐을 것"이라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독일이나 일본처럼 매출액이나 자본금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우리 대기업들의 인건비 비중은 더 낮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비중은 낮아지고, 외주비 비중은 높아지고

한국은행이 매년 발간하는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후반에도 9.8%가량을 유지하던 우리나라 제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락해 2011년에는 6.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998년 12.3%에서 2013년 14.5%로 커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대기업들의 제조원가에서 외주가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3.3%에서 2013년 5.3%로 커졌다.


이처럼 인건비 비중이 낮아지고 외주가공비 비중이 높아진 것은 대기업의 고용 감소와 맞닿아있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체 근로자는 63만 명 증가했지만, 대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는 6만 명가량 줄었다.

제조업 전체 매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2% 선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대기업들이 자동화와 외주 확대를 통해 생산을 늘리면서도 인건비 절감을 추구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인건비 부담 → 고용 감소’ 설득력 떨어져”

조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고용 감소는 외주 확대를 통해 일감 일부를 저임금 기반의 중소기업에 넘겨온데 따른 결과"라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제조 대기업들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에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오히려 소폭 증가함으로써 경제 위기 상황에서 고용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독일과 일본에 비해 낮은 인건비 비중은 우리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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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건비 때문에 고용 못 한다?…한·일·독 대기업 비교해보니
    • 입력 2016-09-17 10:01:26
    • 수정2016-09-17 10:12:41
    취재K
우리나라 대기업(제조업)의 인건비 부담이 제조업 강국인 일본과 독일 대기업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가 최근 산업연구원 조덕희 선임연구위원에게 의뢰해 받은 분석 자료를 보면,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기업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였다. 일본은 10.3%, 독일은 14.8%로 나타났다. 한국 제조 대기업 인건비 비중, 독일의 절반 수준 1만 원짜리 제품을 팔았을 때 우리나라 제조 대기업은 종업원 인건비(정기급여,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로 700원을 지출하는 데 비해, 일본은 1,030원, 독일은 1,480원을 쓴다는 뜻이다. 우리 대기업의 인건비 지출 비중은 일본의 70%, 독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비교 대상 대기업은 우리나라의 경우 종사자 수 300인 이상 사업체(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했고, 일본은 자본금 10억 엔 이상 사업체(재무성 법인기업통계), 독일은 매출액 5천만 유로 이상 사업체(독일연방은행 통계)였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상 대기업 분류 기준이 나라별로 달라 일본과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더 큰 기업 위주로 포함됐을 것"이라며,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독일이나 일본처럼 매출액이나 자본금을 기준으로 분류한다면 우리 대기업들의 인건비 비중은 더 낮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비중은 낮아지고, 외주비 비중은 높아지고 한국은행이 매년 발간하는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후반에도 9.8%가량을 유지하던 우리나라 제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락해 2011년에는 6.3%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1998년 12.3%에서 2013년 14.5%로 커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대기업들의 제조원가에서 외주가공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3.3%에서 2013년 5.3%로 커졌다. 이처럼 인건비 비중이 낮아지고 외주가공비 비중이 높아진 것은 대기업의 고용 감소와 맞닿아있다.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 제조업의 전체 근로자는 63만 명 증가했지만, 대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는 6만 명가량 줄었다. 제조업 전체 매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2% 선으로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대기업들이 자동화와 외주 확대를 통해 생산을 늘리면서도 인건비 절감을 추구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대기업 인건비 부담 → 고용 감소’ 설득력 떨어져” 조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고용 감소는 외주 확대를 통해 일감 일부를 저임금 기반의 중소기업에 넘겨온데 따른 결과"라며,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제조 대기업들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에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오히려 소폭 증가함으로써 경제 위기 상황에서 고용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독일과 일본에 비해 낮은 인건비 비중은 우리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더 만들 수 있는 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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