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낙태·단종’ 한센인 2심서도 국가 배상책임 인정

입력 2016.09.23 (13:15) 수정 2016.09.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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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들이 정부의 강제 단종·낙태 수술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도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1심에서 정한 위자료보다 낮은 금액이 배상금으로 정해졌다.

서울고법 민사3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23일 피해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피해 한센인들에게 각 2,000만 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정관수술 피해자인 남성에게는 3천만 원을, 낙태 피해자인 여성에게는 4천만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한센인들에게 자녀 출산을 금지하는 산아 제한 정책을 수립하고, 위법한 낙태 수술과 정관절제 수술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한센인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는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들이 후유증 등으로 신체적 피해를 더 봤다고 보고 위자료 액수에 차이를 뒀지만, 국가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액수를 통일했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한센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펼친 점 등을 토대로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 "한센인들은 사회적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며,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만, 국가 책임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사회 국민 대다수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재판부는 사상 처음으로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특별재판을 열고, 소록도에 사는 피해 한센인의 진술을 듣고 소록도병원 내 수술실 등 현장을 검증했다.

단종·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 500여 명은 지난 2011년부터 수술을 강제한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5차례에 걸쳐 제기했다. 법원은 그동안 "한센인의 본질적 욕구와 천부적 권리를 침해했다"며 정관 수술 피해자에 3천만 원을, 낙태 피해자에게는 4천만 원의 배상판결을 내렸지만, 정부가 "강제성은 없었다"며 불복하면서 아직 확정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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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 낙태·단종’ 한센인 2심서도 국가 배상책임 인정
    • 입력 2016-09-23 13:15:04
    • 수정2016-09-23 13:53:27
    사회
한센인들이 정부의 강제 단종·낙태 수술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 2심에서도 국가의 배상책임이 인정됐다. 다만, 1심에서 정한 위자료보다 낮은 금액이 배상금으로 정해졌다.

서울고법 민사30부(강영수 부장판사)는 23일 피해 한센인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국가는 피해 한센인들에게 각 2,000만 원씩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정관수술 피해자인 남성에게는 3천만 원을, 낙태 피해자인 여성에게는 4천만 원을 국가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한센인들에게 자녀 출산을 금지하는 산아 제한 정책을 수립하고, 위법한 낙태 수술과 정관절제 수술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한센인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등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이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에서는 낙태수술을 받은 여성들이 후유증 등으로 신체적 피해를 더 봤다고 보고 위자료 액수에 차이를 뒀지만, 국가가 행한 불법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는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액수를 통일했다고 밝혔다. 또 국가가 한센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 계획을 세우고,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펼친 점 등을 토대로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기 전 "한센인들은 사회적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며,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만, 국가 책임만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사회 국민 대다수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재판부는 사상 처음으로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특별재판을 열고, 소록도에 사는 피해 한센인의 진술을 듣고 소록도병원 내 수술실 등 현장을 검증했다.

단종·낙태 수술을 받은 한센인 500여 명은 지난 2011년부터 수술을 강제한 국가를 상대로 1인당 5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5차례에 걸쳐 제기했다. 법원은 그동안 "한센인의 본질적 욕구와 천부적 권리를 침해했다"며 정관 수술 피해자에 3천만 원을, 낙태 피해자에게는 4천만 원의 배상판결을 내렸지만, 정부가 "강제성은 없었다"며 불복하면서 아직 확정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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