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방치된 노인들…보호구역 부족·허술

입력 2016.09.23 (23:18) 수정 2016.09.24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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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교통사고도 심각한 수준으로 늘고 있는데요.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만든 노인보호구역은 그 숫자도 적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용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달리는 승용차 앞으로 정차된 차량 사이에서 70대 노인이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이 노인 역시 달려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5년 사이 4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원용표(83세) : "죽을 맛이죠. 지나가고 있으면 얼마나 답답한지 기어갈 수도 없고 뛰어갈 수도 없고. 속으로 그러죠. 당신들도 나이 먹어봐."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3%인 노인의 교통사고 사망 비율은 39%나 됩니다.

<인터뷰> 이선우(경기남부경찰청 교통계장) :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 걷는 속도와 같을 것으로 생각하시고 그냥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반응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경찰은 주간 전조등 켜기 등 노인 안전 대책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노인보호구역은 여전히 크게 부족합니다.

전국 노인보호구역은 746곳. 어린이보호구역의 1/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곳은 노인보호구역인데요.

보시다시피 길 양편에 차들이 쭉 주차돼있고, 저속 주행을 알리는 도로 표시도 훼손돼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나종욱(71세) : "(노인)복지관이 있어서 이런 데는 주차하면 안 되거든. (길이 좁아서) 차들이 서로 빼달라고 싸우니 그 틈바구니를 노인들이 빠져나가야 해"

관련 예산 대부분이 집중된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하면 관리가 허술합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말 약 백억 원의 예산 투입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보호구역 한 곳을 만드는 데 5천만 원 이상이 들어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운 형편입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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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사고 방치된 노인들…보호구역 부족·허술
    • 입력 2016-09-23 23:40:12
    • 수정2016-09-24 00: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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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교통사고도 심각한 수준으로 늘고 있는데요.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만든 노인보호구역은 그 숫자도 적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용덕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달리는 승용차 앞으로 정차된 차량 사이에서 70대 노인이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이 노인 역시 달려오는 차량을 피하지 못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교통사고는 5년 사이 40%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원용표(83세) : "죽을 맛이죠. 지나가고 있으면 얼마나 답답한지 기어갈 수도 없고 뛰어갈 수도 없고. 속으로 그러죠. 당신들도 나이 먹어봐."

사망 사고로 이어진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3%인 노인의 교통사고 사망 비율은 39%나 됩니다.

<인터뷰> 이선우(경기남부경찰청 교통계장) : "(어르신들이) 젊었을 때 걷는 속도와 같을 것으로 생각하시고 그냥 도로를 횡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반응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교통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경찰은 주간 전조등 켜기 등 노인 안전 대책을 추진 중입니다.

그러나 노인보호구역은 여전히 크게 부족합니다.

전국 노인보호구역은 746곳. 어린이보호구역의 1/2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곳은 노인보호구역인데요.

보시다시피 길 양편에 차들이 쭉 주차돼있고, 저속 주행을 알리는 도로 표시도 훼손돼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인터뷰> 나종욱(71세) : "(노인)복지관이 있어서 이런 데는 주차하면 안 되거든. (길이 좁아서) 차들이 서로 빼달라고 싸우니 그 틈바구니를 노인들이 빠져나가야 해"

관련 예산 대부분이 집중된 어린이보호구역과 비교하면 관리가 허술합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말 약 백억 원의 예산 투입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보호구역 한 곳을 만드는 데 5천만 원 이상이 들어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운 형편입니다.

KBS 뉴스 김용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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