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끼고, 업히고, 발걸고…재해 현장의 갑질

입력 2016.09.25 (10:57) 수정 2016.09.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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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와 양산을 쓰고 취재하는 중국 여기자 (웨이보 캡처)선글라스와 양산을 쓰고 취재하는 중국 여기자 (웨이보 캡처)

수마(水磨)가 할퀴고 한 현장은 처참하다. 생활 터전을 잃은 수해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고 심하다. 이런 재해 현장일수록 처신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한 여기자가 적절치 못한 차림으로 수해 복구 현장을 취재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당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의 샤먼 TV 방송국은 소속 여기자가 슈퍼 태풍 므란티가 덮친 수해 복구 현장에서 선글라스와 양산을 쓴 채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일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기자는 현장에서 복구 작업 중인 자원봉사자를 인터뷰하던 도중 사진에 찍혔고, 사진은 기자의 취재 태도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과 함께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특히 므란티가 푸젠성을 포함한 중국 동남부를 강타해 수십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논란이 커지자 샤먼 TV 방송국은 성명을 통해 "소속 기자 중 한 명이 규정을 따르지 않고, 인터뷰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기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직 처분을 발표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직 처분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인터뷰 도중 선글라스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방송국 규정이 실제로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단순히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었다고 정직시킨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초기에 온라인에 사진을 올린 누리꾼도 정직 처분은 너무 가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 역시 비난을 받는 등 기자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내부 경고로만 충분했다고 BBC와 인터뷰한 여성에게도 누리꾼들은 비난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해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갑질 행태'가 몇 차례 물의를 빚은 사례가 있었다.

2014년에는 중국 지방 공무원이 자신의 신발을 젖지 않게 하려고 직원에 업힌 모습이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장시성 구이시 왕모 부국장은 최근 홍수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을 방문해 순시 하던중 불어난 물에 자신의 신발이 젖을 것을 염려,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업게 했다.


한 목격자는 "당시 왕 부국장의 행동이 거만해 보였으며 수해 지구 방문을 어쩔 수 없이 온 것처럼 보였다"며 "자신의 가죽 신발이 젖을까봐 나이 많은 부하직원에게 업으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왕 부국장은 "부하직원이 자발적으로 업히라고 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장시성 정부는 그를 조만간 파면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10월에도 저장성 위야오시의 한 간부도 수해지구를 방문했다가 고가의 신발이 젖을까봐 60대 마을 서기의 등에 업힌 사실이 드러나 파면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재난 재해 현장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헝가리의 극우성향 방송사인 N1TV의 여성 카메라 기자였던 페트라 라슬로는 지난해 9월 헝가리 뢰스케 근처의 난민수용소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난민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고, 이 장면을 담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라슬로가 소속된 방송사는 라슬로를 곧 해고했고, 헝가리 검찰은 이번 달 7일 라슬로를 질서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처신이 구설에 올라섰다. 주차선을 무시한 '무개념' 주차와 유가족들이 머물던 진도 체육관에서의 '컵라면 식사' 장면이 SNS상에서 유포되면서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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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5 10:57:51
    • 수정2016-09-25 11:05:49
    취재K
선글라스와 양산을 쓰고 취재하는 중국 여기자 (웨이보 캡처) 수마(水磨)가 할퀴고 한 현장은 처참하다. 생활 터전을 잃은 수해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고 심하다. 이런 재해 현장일수록 처신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는 한 여기자가 적절치 못한 차림으로 수해 복구 현장을 취재했다는 이유로 정직을 당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의 샤먼 TV 방송국은 소속 여기자가 슈퍼 태풍 므란티가 덮친 수해 복구 현장에서 선글라스와 양산을 쓴 채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20일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이 여기자는 현장에서 복구 작업 중인 자원봉사자를 인터뷰하던 도중 사진에 찍혔고, 사진은 기자의 취재 태도가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과 함께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특히 므란티가 푸젠성을 포함한 중국 동남부를 강타해 수십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논란이 커지자 샤먼 TV 방송국은 성명을 통해 "소속 기자 중 한 명이 규정을 따르지 않고, 인터뷰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기자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직 처분을 발표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직 처분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 웨이보 사용자는 인터뷰 도중 선글라스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방송국 규정이 실제로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단순히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었다고 정직시킨 것 아니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초기에 온라인에 사진을 올린 누리꾼도 정직 처분은 너무 가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의견 역시 비난을 받는 등 기자를 비난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내부 경고로만 충분했다고 BBC와 인터뷰한 여성에게도 누리꾼들은 비난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는 수해 현장에서 공무원들의 '갑질 행태'가 몇 차례 물의를 빚은 사례가 있었다. 2014년에는 중국 지방 공무원이 자신의 신발을 젖지 않게 하려고 직원에 업힌 모습이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장시성 구이시 왕모 부국장은 최근 홍수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역을 방문해 순시 하던중 불어난 물에 자신의 신발이 젖을 것을 염려,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업게 했다. 한 목격자는 "당시 왕 부국장의 행동이 거만해 보였으며 수해 지구 방문을 어쩔 수 없이 온 것처럼 보였다"며 "자신의 가죽 신발이 젖을까봐 나이 많은 부하직원에게 업으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후 논란이 일자 왕 부국장은 "부하직원이 자발적으로 업히라고 한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장시성 정부는 그를 조만간 파면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3년 10월에도 저장성 위야오시의 한 간부도 수해지구를 방문했다가 고가의 신발이 젖을까봐 60대 마을 서기의 등에 업힌 사실이 드러나 파면된 바 있다. 유럽에서도 재난 재해 현장에서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헝가리의 극우성향 방송사인 N1TV의 여성 카메라 기자였던 페트라 라슬로는 지난해 9월 헝가리 뢰스케 근처의 난민수용소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난민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고, 이 장면을 담은 모습이 공개되면서 전 세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라슬로가 소속된 방송사는 라슬로를 곧 해고했고, 헝가리 검찰은 이번 달 7일 라슬로를 질서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처신이 구설에 올라섰다. 주차선을 무시한 '무개념' 주차와 유가족들이 머물던 진도 체육관에서의 '컵라면 식사' 장면이 SNS상에서 유포되면서 질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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