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후견인제 폐지” 사우디 왕실에 메시지 폭주

입력 2016.09.26 (14:04) 수정 2016.09.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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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텔레그램'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계정이 전통적인 성차별 제도를 혁파해달라는 탄원으로 가득 찼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성이 주요 결정을 내릴 때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도록 국왕이 나서달라는 내용을 담은 텔레그램 메시지 수백 통이 사우디 왕실에 전송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여성은 해외여행이나 유학, 취업, 결혼 등을 하려면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여성이 치료를 받을 때도 남성의 승인이 필요하다.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을 주도한 라미야(37)는 대학을 졸업한 뒤 간호사로 일하며 백수 남편과 가족을 수년 동안 돌봤는데도 남편이 여행을 허락해주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남편과 이혼한 그녀는 "직장에서는 존중을 받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에서는 여성 운동가를 중심으로 남성 후견인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운동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WSJ은 이번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이 이같은 운동의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은 지난 7월 트위터에서 '사우디 여성은 후견인 제도의 폐지를 원한다'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간 이후 자생적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왕실은 이미 유엔에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종교계의 강력한 영향력과 보수적인 사회 문화 때문에 정작 실행은 주저하고 있다.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그랜드 무프티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는 최근 후견인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이는 "이슬람 종교에 반하는 범죄이자 사우디 사회의 존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우디 원로 종교학자 위원회의 위원인 셰이크 압둘라 알마네아는 "이슬람은 결혼할 때를 제외하면 여성이 남성 후견인을 두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알셰이크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 운동가인 아지자 알 유세프는 26일 직접 궁중으로 찾아가 남성 후견인 제도의 폐지를 요청하는 1만4천7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킹사우디대학의 컴퓨터 공학 교수 출신인 유세프는 "이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시민이라는 것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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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6 14:04:23
    • 수정2016-09-26 14:05:28
    국제
메신저 '텔레그램'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계정이 전통적인 성차별 제도를 혁파해달라는 탄원으로 가득 찼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성이 주요 결정을 내릴 때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도록 국왕이 나서달라는 내용을 담은 텔레그램 메시지 수백 통이 사우디 왕실에 전송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여성은 해외여행이나 유학, 취업, 결혼 등을 하려면 아버지나 남편, 아들 등 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병원에서는 여성이 치료를 받을 때도 남성의 승인이 필요하다.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을 주도한 라미야(37)는 대학을 졸업한 뒤 간호사로 일하며 백수 남편과 가족을 수년 동안 돌봤는데도 남편이 여행을 허락해주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결국 남편과 이혼한 그녀는 "직장에서는 존중을 받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에서는 여성 운동가를 중심으로 남성 후견인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운동이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WSJ은 이번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이 이같은 운동의 정점을 찍었다고 분석했다.

텔레그램 메시지 전송은 지난 7월 트위터에서 '사우디 여성은 후견인 제도의 폐지를 원한다'는 해시태그가 퍼져나간 이후 자생적으로 나타났다.

사우디 왕실은 이미 유엔에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종교계의 강력한 영향력과 보수적인 사회 문화 때문에 정작 실행은 주저하고 있다.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그랜드 무프티 셰이크 압둘아지즈 알셰이크는 최근 후견인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이는 "이슬람 종교에 반하는 범죄이자 사우디 사회의 존립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사우디 원로 종교학자 위원회의 위원인 셰이크 압둘라 알마네아는 "이슬람은 결혼할 때를 제외하면 여성이 남성 후견인을 두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알셰이크의 주장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 운동가인 아지자 알 유세프는 26일 직접 궁중으로 찾아가 남성 후견인 제도의 폐지를 요청하는 1만4천700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킹사우디대학의 컴퓨터 공학 교수 출신인 유세프는 "이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시민이라는 것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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