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아이들 대상인데…디즈니 만화 속 차별?

입력 2016.09.26 (21:02) 수정 2016.09.2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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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영 앵커 >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만화영화를 두고 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심어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건데요. 디즈니 만화 속에 담겨 있는 차별 문화, 알아봅니다.



이재석 기자.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건, 어린이들이 입는 의상이었다고요.

디즈니가 판매한 어린이용 의상디즈니가 판매한 어린이용 의상

○이재석 기자 > 지금 보고 계신 의상이 바로 문제가 된 의상입니다. 어린이 모델이 입고 있죠. 디즈니 홈페이지에서 우리 돈 2만 원 정도에 팔던 옷인데, 어떻습니까.

검게 그을린 피부색이고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죠. 나뭇잎으로 만든 하의에, 동물 뼈로 된 목걸이입니다.

디즈니 신작 ‘모아나’의 캐릭터디즈니 신작 ‘모아나’의 캐릭터

이 의상은 위의 만화 캐릭터(오른쪽)를 흉내 낸 옷입니다. 11월 개봉 예정인 디즈니 신작 만화영화 '모아나'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인데, 디즈니가 사전에 어린이용 의상을 판매한 거죠.

그런데 이 의상이 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남태평양 원주민, 그러니까 '폴리네시아인'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을 좀 희화화한 거 아니냐, 또 만약 백인이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흑인 흉내를 내면 그 자체가 결례이자 인종차별의 성격이 있듯이, 이렇게 소수인종을 흉내내는 행위 자체에 인종차별의 코드가 있다는 겁니다.

■윤수영 앵커 > 그래서 디즈니가 의상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죠?

○이재석 기자 > 네, 비판이 잇따르다 보니 디즈니가 지난주에 의상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만화 속 캐릭터 자체도 사실 논란이 좀 있었습니다.

캐릭터 이름이 '마우이'인데, '마우이'는 남태평양 신화 속 인물입니다. 태평양에 가라앉아 있던 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매우 강인한 신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는데, 만화에선 좀 익살스럽고 뚱뚱한 이미지로 그려졌거든요.

그래서 비판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라는 반론도 있었죠.

■윤수영 앵커 > 소수 인종을 다루는 게 그만큼 민감한 문제인데, 사실 디즈니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물론 만화라는 게 어느 정도의 단순화는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논란이 반복돼 왔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디즈니 제작 [알라딘](1992년)디즈니 제작 [알라딘](1992년)

지금 보시는 게 1992년 나왔던 '알라딘'이라는 만화죠. 악당들은 전형적인 아랍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주인공 남녀만큼은, 피부색이 어둡다는 것 말고는 얼굴 생김새가 백인과 유사하고, 남성 주인공은 수염도 없고, 말투도 아주 매끈한 영어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디즈니 제작 [라이온 킹](1994년)디즈니 제작 [라이온 킹](1994년)

'라이온 킹'에서도 사자왕은 영국식 억양, 다른 사자들은 미국식 억양을 쓰는데, 악역으로 나오는 하이에나들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소수인종 억양을 쓰는 걸로 묘사돼서 차별 논란이 있었습니다.

■윤수영 앵커 > 그렇군요. 물론 성인들이 보는 일반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인종차별의 코드가 있지만, 만화영화는 아이들이 보는 거니까 더 논란이 되는 거겠죠.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이 미취학 어린이 2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남자아이들은 87%, 여자아이들은 98%가 공주가 나오는 디즈니 만화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인종차별 말고도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갖게 된다든가, 또 수동적인 여성상을 내면화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디즈니도 최근에는 흑인 공주를 주인공으로 한다든가, '주토피아' 같은 작품에선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주제의식을 담는 등 그런 비판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면서도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고민은 계속돼야 하겠죠.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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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아이들 대상인데…디즈니 만화 속 차별?
    • 입력 2016-09-26 21:02:27
    • 수정2016-09-26 21:03:07
    국제
■윤수영 앵커 > 전 세계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만화영화를 두고 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디즈니가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을 심어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건데요. 디즈니 만화 속에 담겨 있는 차별 문화, 알아봅니다. 이재석 기자.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건, 어린이들이 입는 의상이었다고요. 디즈니가 판매한 어린이용 의상 ○이재석 기자 > 지금 보고 계신 의상이 바로 문제가 된 의상입니다. 어린이 모델이 입고 있죠. 디즈니 홈페이지에서 우리 돈 2만 원 정도에 팔던 옷인데, 어떻습니까. 검게 그을린 피부색이고 온몸에 문신을 하고 있죠. 나뭇잎으로 만든 하의에, 동물 뼈로 된 목걸이입니다. 디즈니 신작 ‘모아나’의 캐릭터 이 의상은 위의 만화 캐릭터(오른쪽)를 흉내 낸 옷입니다. 11월 개봉 예정인 디즈니 신작 만화영화 '모아나'에 나오는 남자 캐릭터인데, 디즈니가 사전에 어린이용 의상을 판매한 거죠. 그런데 이 의상이 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남태평양 원주민, 그러니까 '폴리네시아인'이라고도 하는데, 이들을 좀 희화화한 거 아니냐, 또 만약 백인이 얼굴을 까맣게 칠하고 흑인 흉내를 내면 그 자체가 결례이자 인종차별의 성격이 있듯이, 이렇게 소수인종을 흉내내는 행위 자체에 인종차별의 코드가 있다는 겁니다. ■윤수영 앵커 > 그래서 디즈니가 의상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죠? ○이재석 기자 > 네, 비판이 잇따르다 보니 디즈니가 지난주에 의상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만화 속 캐릭터 자체도 사실 논란이 좀 있었습니다. 캐릭터 이름이 '마우이'인데, '마우이'는 남태평양 신화 속 인물입니다. 태평양에 가라앉아 있던 섬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매우 강인한 신적인 존재로 알려져 있는데, 만화에선 좀 익살스럽고 뚱뚱한 이미지로 그려졌거든요. 그래서 비판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편으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라는 반론도 있었죠. ■윤수영 앵커 > 소수 인종을 다루는 게 그만큼 민감한 문제인데, 사실 디즈니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물론 만화라는 게 어느 정도의 단순화는 불가피할 수도 있지만, 논란이 반복돼 왔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디즈니 제작 [알라딘](1992년) 지금 보시는 게 1992년 나왔던 '알라딘'이라는 만화죠. 악당들은 전형적인 아랍 사람들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주인공 남녀만큼은, 피부색이 어둡다는 것 말고는 얼굴 생김새가 백인과 유사하고, 남성 주인공은 수염도 없고, 말투도 아주 매끈한 영어를 쓰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디즈니 제작 [라이온 킹](1994년) '라이온 킹'에서도 사자왕은 영국식 억양, 다른 사자들은 미국식 억양을 쓰는데, 악역으로 나오는 하이에나들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소수인종 억양을 쓰는 걸로 묘사돼서 차별 논란이 있었습니다. ■윤수영 앵커 > 그렇군요. 물론 성인들이 보는 일반 영화에서도 심심치 않게 인종차별의 코드가 있지만, 만화영화는 아이들이 보는 거니까 더 논란이 되는 거겠죠. ○이재석 기자 > 그렇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대학이 미취학 어린이 2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남자아이들은 87%, 여자아이들은 98%가 공주가 나오는 디즈니 만화영화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디즈니 영화를 보면서 인종차별 말고도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갖게 된다든가, 또 수동적인 여성상을 내면화하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디즈니도 최근에는 흑인 공주를 주인공으로 한다든가, '주토피아' 같은 작품에선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주제의식을 담는 등 그런 비판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와 감동을 추구하면서도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고민은 계속돼야 하겠죠.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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