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와 개미가 지진을 미리 안다?

입력 2016.09.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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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어 떼 이동, 지진 전조현상?

숭어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8월 30일 울산 태화강 인근 주민이 숭어의 이동 모습을 촬영했다. 숭어 떼가 2~3km 정도 일렬로 줄지어 하류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경주지진이 발생하기 13일 전에 발생해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니겠나며 화제가 됐다.

관련 전문가들은 섣부른 추측을 경계한다. 숭어 전문가인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의 이경우 연구사는 "지진과의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숭어는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고 가을철 산란기를 앞두고 바다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태화강 인근 주민들도 과거 비슷한 시기에 숭어가 일렬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개미 떼 이동, 지진을 미리 감지한 결과?

숭어 떼 동영상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나타난 개미의 집단 이동 모습이다. 그러나 이 영상은 경주지진이 발생하기 훨씬 전인 2015년 7월에 이미 나온 것이어서 이번 경주지진의 전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숭어 떼 동영상과 함께 광안리 해변의 개미 떼를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으며, SNS에서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감각이 예민한 동물은 지진 발생을 미리 감지해 대피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동물은 정말 ‘지진 예지 능력’이 있는가?

숭어와 개미 사례 외에도 평소 연안에서 보기 힘든 심해어가 출현하는 것도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주지진 발생 전인 8월 23일 경남 구조라 해변에서 1.7m 길이의 기괴하게 생긴 갈치가 힘없이 떠다니다가 시민에 포획됐다. 수심 50~300m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진 갈치가 해수욕장에서 잡힌 것은 이례적이어서 "지진 전에 심해어가 출몰한다더니 무섭다"는 소문도 나왔다.


그러나 숭어 떼 이동이 과거에도 포착된 것처럼 개미의 집단 이동도 장마 후 백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또, 갈치 한 마리의 출현을 지진 전조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지질조사서는 동물의 예지 능력을 이용한 지진 예측을 '근거 없는 믿음', 미신(Myth)으로 보고 있다. 지질조사서는 대지진에 앞서 동물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기록은 BC 373년 그리스에서 시작됐다며, 쥐와 족제비, 뱀, 지네 등이 지진 수일 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류, 새, 파충류, 곤충 등 동물은 지진 직전이나 수주 전에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만, 원인을 모르고 지진이 뒤따른다는 일관성이 없어서 과학을 피해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많은 과학자가 이런 신비한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일본의 동물 연구 사례

1975년 2월 4일 중국 랴오닝 성의 대지진 당시, 중국 지진국은 개구리 떼의 대이동과 동물의 특이 행동을 주의 깊게 보고 지진 전조현상으로 해석해 인근 주민 5만 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실제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고, 건물의 90%가 파괴됐다. 이 사례는 동물의 예지 능력을 이용해 지진을 예측해낸 첫 성과로 기록됐다.

하지만 1976년 발생한 규모 8.2의 탕산 대지진 때에는 사전에 많은 개구리 떼 이동이 목격됐음에도 예측에 실패했다.

일본의 경우, 동물의 예지 능력을 공식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 다만, 메기를 이용한 지진 예측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메기가 난폭하게 움직이면 몇 시간 내로 지진이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대학 실험실에서 메기의 움직임 횟수와 지진의 강도를 분석하고 있다.

일본 고서에 나오는 메기 (도쿄대 지진연구소 소장)일본 고서에 나오는 메기 (도쿄대 지진연구소 소장)

북한도 지진과 관련해 개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진국 홍보 영상에 많은 개를 사육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진이 발생해 가장 먼저 도달하는 P파를 개가 민감하게 감지해 짖는 경우가 종종 관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이 동물을 이용한 지진 예측 연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외부로 밝힐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진운’도 전조 현상인가?

'지진운'이라며 밭 이랑 모양의 구름 띠가 지진 전조현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진 전후 땅에서 발생한 전자기파가 특이한 모양의 구름을 만든다는 일본의 한 민간 방송사의 실험에 근거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구름은 공기의 수직 운동으로 생긴다. 구름의 분류에 나오는 '고적운'이란 이름이 붙어있으며, 지진과는 무관하게 관찰되고 있다. 기상청은 "설사 지진운의 발생 원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기 운동에 의해서 고적운이 워낙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의 전조현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형태의 지진운 발생이 반드시 지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지진운’이라고 말하는 구름은 산악효과 등 다양한 요인으로 생성된다.‘지진운’이라고 말하는 구름은 산악효과 등 다양한 요인으로 생성된다.

‘근거없는 믿음’이 확산되는 이유

미국 지질조사소가 밝혔듯이 동물들의 지진 예지 능력과 지진운은 과학과 비과학의 영역을 오가고 있다.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전조현상의 원리가 밝혀지고, 일관적이며 반복적으로 인과관계가 설명돼야 한다. 그러나 땅속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현재 과학 수준에서 예측하기가 불가능할뿐더러 한 번 발생하면 파괴력이 매우 크다. 이번 경주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지진에 대한 과학자들의 설명이 부족하고, 정부의 재난 대응이 충분히 꼼꼼하지 못할 경우 불안감이 커져서 사람들이 미신과 같은 비과학에 의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도 동물이나 지진운에 의지하는 것이 비과학적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을 불신하게 될 경우 신비주의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덕환 교수는 과학자들은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진을 충분히 설명하고, 정부는 재난관리에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분명한 것은 1978년 지진 계기 관측 이래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가장 강력했고, 주변 지역의 단층 구조를 봤을 때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예측보다는 평소의 지진 대비와 정책적인 내진 강화만이 답이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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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어와 개미가 지진을 미리 안다?
    • 입력 2016-09-27 18:41:12
    취재K
숭어 떼 이동, 지진 전조현상?

숭어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8월 30일 울산 태화강 인근 주민이 숭어의 이동 모습을 촬영했다. 숭어 떼가 2~3km 정도 일렬로 줄지어 하류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경주지진이 발생하기 13일 전에 발생해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니겠나며 화제가 됐다.

관련 전문가들은 섣부른 추측을 경계한다. 숭어 전문가인 전남 해양수산과학원의 이경우 연구사는 "지진과의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숭어는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고 가을철 산란기를 앞두고 바다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해석했다. 태화강 인근 주민들도 과거 비슷한 시기에 숭어가 일렬로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개미 떼 이동, 지진을 미리 감지한 결과?

숭어 떼 동영상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나타난 개미의 집단 이동 모습이다. 그러나 이 영상은 경주지진이 발생하기 훨씬 전인 2015년 7월에 이미 나온 것이어서 이번 경주지진의 전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숭어 떼 동영상과 함께 광안리 해변의 개미 떼를 지진의 전조현상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으며, SNS에서 입소문으로 퍼지고 있다. 감각이 예민한 동물은 지진 발생을 미리 감지해 대피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동물은 정말 ‘지진 예지 능력’이 있는가?

숭어와 개미 사례 외에도 평소 연안에서 보기 힘든 심해어가 출현하는 것도 지진의 전조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주지진 발생 전인 8월 23일 경남 구조라 해변에서 1.7m 길이의 기괴하게 생긴 갈치가 힘없이 떠다니다가 시민에 포획됐다. 수심 50~300m에서 사는 것으로 알려진 갈치가 해수욕장에서 잡힌 것은 이례적이어서 "지진 전에 심해어가 출몰한다더니 무섭다"는 소문도 나왔다.


그러나 숭어 떼 이동이 과거에도 포착된 것처럼 개미의 집단 이동도 장마 후 백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또, 갈치 한 마리의 출현을 지진 전조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지질조사서는 동물의 예지 능력을 이용한 지진 예측을 '근거 없는 믿음', 미신(Myth)으로 보고 있다. 지질조사서는 대지진에 앞서 동물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였다는 기록은 BC 373년 그리스에서 시작됐다며, 쥐와 족제비, 뱀, 지네 등이 지진 수일 전에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한다.

어류, 새, 파충류, 곤충 등 동물은 지진 직전이나 수주 전에 이상한 행동을 보이지만, 원인을 모르고 지진이 뒤따른다는 일관성이 없어서 과학을 피해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의 많은 과학자가 이런 신비한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일본의 동물 연구 사례

1975년 2월 4일 중국 랴오닝 성의 대지진 당시, 중국 지진국은 개구리 떼의 대이동과 동물의 특이 행동을 주의 깊게 보고 지진 전조현상으로 해석해 인근 주민 5만 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실제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고, 건물의 90%가 파괴됐다. 이 사례는 동물의 예지 능력을 이용해 지진을 예측해낸 첫 성과로 기록됐다.

하지만 1976년 발생한 규모 8.2의 탕산 대지진 때에는 사전에 많은 개구리 떼 이동이 목격됐음에도 예측에 실패했다.

일본의 경우, 동물의 예지 능력을 공식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 다만, 메기를 이용한 지진 예측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메기가 난폭하게 움직이면 몇 시간 내로 지진이 일어난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대학 실험실에서 메기의 움직임 횟수와 지진의 강도를 분석하고 있다.

일본 고서에 나오는 메기 (도쿄대 지진연구소 소장)
북한도 지진과 관련해 개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진국 홍보 영상에 많은 개를 사육하고 있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진이 발생해 가장 먼저 도달하는 P파를 개가 민감하게 감지해 짖는 경우가 종종 관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상청이 동물을 이용한 지진 예측 연구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외부로 밝힐 만큼의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지진운’도 전조 현상인가?

'지진운'이라며 밭 이랑 모양의 구름 띠가 지진 전조현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지진 전후 땅에서 발생한 전자기파가 특이한 모양의 구름을 만든다는 일본의 한 민간 방송사의 실험에 근거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구름은 공기의 수직 운동으로 생긴다. 구름의 분류에 나오는 '고적운'이란 이름이 붙어있으며, 지진과는 무관하게 관찰되고 있다. 기상청은 "설사 지진운의 발생 원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대기 운동에 의해서 고적운이 워낙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의 전조현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형태의 지진운 발생이 반드시 지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지진운’이라고 말하는 구름은 산악효과 등 다양한 요인으로 생성된다.
‘근거없는 믿음’이 확산되는 이유

미국 지질조사소가 밝혔듯이 동물들의 지진 예지 능력과 지진운은 과학과 비과학의 영역을 오가고 있다.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전조현상의 원리가 밝혀지고, 일관적이며 반복적으로 인과관계가 설명돼야 한다. 그러나 땅속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현재 과학 수준에서 예측하기가 불가능할뿐더러 한 번 발생하면 파괴력이 매우 크다. 이번 경주지진으로 불안감이 커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지진에 대한 과학자들의 설명이 부족하고, 정부의 재난 대응이 충분히 꼼꼼하지 못할 경우 불안감이 커져서 사람들이 미신과 같은 비과학에 의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사람들도 동물이나 지진운에 의지하는 것이 비과학적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을 불신하게 될 경우 신비주의에 빠져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덕환 교수는 과학자들은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진을 충분히 설명하고, 정부는 재난관리에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분명한 것은 1978년 지진 계기 관측 이래 규모 5.8의 경주지진은 가장 강력했고, 주변 지역의 단층 구조를 봤을 때 이 정도 규모의 지진이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예측보다는 평소의 지진 대비와 정책적인 내진 강화만이 답이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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