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150만원 짜리 골동품을 112억에 팔려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

입력 2016.09.2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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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 등 4곳에 골동품 1만 점을 보관하고 있던 A(81)씨는 주변에 자신을 골동품 전문가로 소개한다.

A 씨와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B(63)씨는 A 씨가 골동품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것으로 믿고 그의 옆에서 비서 역할을 했다.

이들은 A 씨가 수집한 골동품을 팔아 보려고 했지만, 경기 불황 등으로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오피스텔 임대료가 연체되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진다.

결국, A 씨와 B 씨는 골동품을 국보급 유물이라고 속여 사기를 치기로 마음먹고 A 씨 지인을 통해 알게 된 C(58)씨를 제물로 삼는다.

지난해 2월15일 이들은 C 씨에게 “중국 정치가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대만으로 도망가던 당시 건네 받은 국보급 유물을 정부 지시로 창고에 보관 중인데 창고를 여는 경비가 필요하다”며 5억 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C 씨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로 데려가 골동품 4,000여 점을 보여주며 “일주일 안에 2억5,000만 원을 더 얹어 갚겠다”고 꼬드겼다.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A 씨는 또 골동품들을 송·원·청나라 시대의 도자기로 소개하면서 "대만으로 도망하던 장제스 총통이 중국 황실의 국보급 유물을 군함에 실어 옮기면서 일부 유물을 넘겨줘 이를 우리나라로 들여와 보관 중"이라는 황당한 거짓말까지 했다. C 씨는 A 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지인한테 5억100만 원을 빌려 A 씨에게 돈을 건넸다.

하지만 A 씨가 C 씨에게 보여준 골동품은 국보급 유물은 커녕, 인사동 골동품 도소매업자와 보따리상에게서 싸게는 3,000원 비싸게는 5만 원 가량의 헐값에 구매한 싸구려였다.

C 씨는 시간이 흘러도 A 씨가 돈을 주지 않자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고, 이에 A 씨는 C 씨의 돈을 갚기 위해 다른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또 삼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C 씨에게 빌린 돈을 오피스텔 임대료와 고급호텔 숙박료, 생활비 등으로 탕진하고 약 8,000만 원 정도만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A 씨와 B 씨는 평소 골동품에 관심이 많았던 지인 D(64)씨에게 접근, 가야와 통일신라, 원나라 골동품을 팔아 치울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D 씨에게 “가야, 통일신라와 원나라 골동품을 팔겠다”며 ‘쌍용향로’ ‘관음보살자기’ 등으로 둔갑시킨 골동품 12점을 112억 원에 팔겠다고 하자, 수상한 눈치를 챈 D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D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B 씨를 지난 5월24일, A 씨를 9월7일 각각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결과 이들이 주장한 골동품 12점의 감정가(한국고미술협회 감정)는 15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40년 동안 직접 수집한 진품이 맞다. 박물관을 만들어 국가에 기증하려고 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B 씨는 A 씨가 정말로 골동품 전문가로 알고 있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며 “A 씨를 쫓아다니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10여 년 동안 비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 씨를 구속하고 B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들에게서 골동품을 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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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150만원 짜리 골동품을 112억에 팔려한 ‘현대판 봉이 김선달’
    • 입력 2016-09-28 15:05:17
    취재후·사건후
서울 종로구 한 오피스텔 등 4곳에 골동품 1만 점을 보관하고 있던 A(81)씨는 주변에 자신을 골동품 전문가로 소개한다.

A 씨와 1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냈던 B(63)씨는 A 씨가 골동품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것으로 믿고 그의 옆에서 비서 역할을 했다.

이들은 A 씨가 수집한 골동품을 팔아 보려고 했지만, 경기 불황 등으로 뜻대로 되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오피스텔 임대료가 연체되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에 빠진다.

결국, A 씨와 B 씨는 골동품을 국보급 유물이라고 속여 사기를 치기로 마음먹고 A 씨 지인을 통해 알게 된 C(58)씨를 제물로 삼는다.

지난해 2월15일 이들은 C 씨에게 “중국 정치가 장제스(蔣介石) 총통이 대만으로 도망가던 당시 건네 받은 국보급 유물을 정부 지시로 창고에 보관 중인데 창고를 여는 경비가 필요하다”며 5억 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A 씨는 C 씨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오피스텔로 데려가 골동품 4,000여 점을 보여주며 “일주일 안에 2억5,000만 원을 더 얹어 갚겠다”고 꼬드겼다.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A 씨는 또 골동품들을 송·원·청나라 시대의 도자기로 소개하면서 "대만으로 도망하던 장제스 총통이 중국 황실의 국보급 유물을 군함에 실어 옮기면서 일부 유물을 넘겨줘 이를 우리나라로 들여와 보관 중"이라는 황당한 거짓말까지 했다. C 씨는 A 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 지인한테 5억100만 원을 빌려 A 씨에게 돈을 건넸다.

하지만 A 씨가 C 씨에게 보여준 골동품은 국보급 유물은 커녕, 인사동 골동품 도소매업자와 보따리상에게서 싸게는 3,000원 비싸게는 5만 원 가량의 헐값에 구매한 싸구려였다.

C 씨는 시간이 흘러도 A 씨가 돈을 주지 않자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고, 이에 A 씨는 C 씨의 돈을 갚기 위해 다른 사람을 범행 대상으로 또 삼는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C 씨에게 빌린 돈을 오피스텔 임대료와 고급호텔 숙박료, 생활비 등으로 탕진하고 약 8,000만 원 정도만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수서경찰서 제공
A 씨와 B 씨는 평소 골동품에 관심이 많았던 지인 D(64)씨에게 접근, 가야와 통일신라, 원나라 골동품을 팔아 치울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D 씨에게 “가야, 통일신라와 원나라 골동품을 팔겠다”며 ‘쌍용향로’ ‘관음보살자기’ 등으로 둔갑시킨 골동품 12점을 112억 원에 팔겠다고 하자, 수상한 눈치를 챈 D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D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B 씨를 지난 5월24일, A 씨를 9월7일 각각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결과 이들이 주장한 골동품 12점의 감정가(한국고미술협회 감정)는 15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40년 동안 직접 수집한 진품이 맞다. 박물관을 만들어 국가에 기증하려고 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B 씨는 A 씨가 정말로 골동품 전문가로 알고 있었다고 경찰조사에서 진술했다”며 “A 씨를 쫓아다니면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10여 년 동안 비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 씨를 구속하고 B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들에게서 골동품을 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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