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여전히 우간다보다 못해”…국가경쟁력 평가 어떻길래?

입력 2016.09.28 (15:53) 수정 2016.09.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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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138개국 가운데 26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저 순위를 3년 연속으로 유지한 것이다.

WEF의 평가항목 12개 부문 가운데 순위가 크게 낮은 부문은 올해도 역시 금융과 노동이었다.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는 80위,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는 7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7계단, 6계단씩 오른 순위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을 크게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 경쟁력, 여전히 우간다 못 따라가?

지난해 우간다보다 못하다고 평가받아 논란이 됐던 금융분야 경쟁력은 올해도 우간다(77위)보다 낮은 순위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런 평가가 합리적이지 않다며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바로가기] ☞ ‘2015년 WEF 금융부문 평가 관련’ 보도참고자료

예컨대, 우리나라 성인 10만 명당 현금인출기 개수는 290개인데, 우간다는 4개에 불과하다. 은행지점 수와 계좌보유 비율 등 모든 객관적 지표면에서 우간다에도 못 미친다는 건 '난센스'라는 게 금융위의 항변이었다.


실제로 올해 초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금융발전지수는 일본이나 독일보다 더 높은 세계 6위로 평가됐다.

WEF 국가경쟁력 평가, 어떻게 하길래?

이런 평가 결과를 이해하려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조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진 WEF는 저명한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모여 경제 문제를 토론하는 민간회의체다.


다보스포럼에는 '부자들의 사교클럽', '경제성장 우선주의자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적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WEF의 관심사가 '어떻게 하면 기업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더 창출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역시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가'를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 보니 평가 방식이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에 무게가 실려있다. 12개 부문 114개 항목 가운데 통계로 평가하는 항목은 34개에 불과하고 설문으로 평가하는 항목이 80개에 이른다. 설문조사 대상도 기업체 최고경영자만으로 구성돼있다.


금융부문을 보면, 8개 가운데 7개 항목의 평가가 설문조사로 이뤄진다. 설문조사의 문구도 단순하고 추상적이다. 예를 들면, '금융서비스 가격은 적정한가'를 묻고 매우 부적정하다고 생각하면 1점, 매우 적정하다고 생각하면 7점을 주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평가 방식을 이해하면 WEF 평가 순위를 논하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며 "한국 기업인들의 눈높이(기대수준)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정책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경쟁력 평가는 믿을만한가?

금융부문 못지 않게 낮은 순위가 매겨진 노동부문에 대한 평가도 10개 항목 가운데 8개가 설문조사로 이뤄진다. 설문조사 응답자 100명은 역시 모두 기업체 최고경영자다. 노동을 전공하는 교수도, 노동계 인사도 포함돼있지 않다.

이런 평가 방식의 문제는 평가 결과의 난맥상으로 이어진다. 설문조사로 평가하는 '노사간 협력' 순위를 보면, 2006년 114위에서 2007년 55위로 급등하더니 2011년 140위, 2014년 132위를 기록했다. 노사협력의 정도를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인 노사분규 발생 건수와 비교해보면, 상관관계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노동계는 물론 정부 여당의 노동전문가까지 이 평가를 의미있는 지표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다.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출신인 조재정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10월 한 신문에 게재한 기고에서 "과연 이러한 평가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WEF 평가 결과는 국가경쟁력 지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노사관계에 대한 걱정이 많고,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노동시장 유연성과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보다 더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여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만족도 조사"인데 "입법조치 긴요" ?

정부도 WEF 조사의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자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의 성격이어서 국가간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8일(오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WEF 국가경쟁력 평가결과를 공개하며 "노동과 금융 경쟁력이 만성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노동 등 구조개혁이 필수적인 과제이며, 이를 위해 노동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의 입법 조치가 긴요하다"고 밝혔다.

[연관기사] ☞ ‘2016년 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보도참고자료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신뢰도가 낮아 정부 스스로 '기업인 만족도 조사' 성격이라고 규정한 자료를 빌미로 노동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첨예한 노동 4법 등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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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금융, 여전히 우간다보다 못해”…국가경쟁력 평가 어떻길래?
    • 입력 2016-09-28 15:53:21
    • 수정2016-09-28 15:54:04
    취재K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138개국 가운데 26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저 순위를 3년 연속으로 유지한 것이다.

WEF의 평가항목 12개 부문 가운데 순위가 크게 낮은 부문은 올해도 역시 금융과 노동이었다.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는 80위,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는 7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7계단, 6계단씩 오른 순위지만, 여전히 전체 평균을 크게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 경쟁력, 여전히 우간다 못 따라가?

지난해 우간다보다 못하다고 평가받아 논란이 됐던 금융분야 경쟁력은 올해도 우간다(77위)보다 낮은 순위였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런 평가가 합리적이지 않다며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바로가기] ☞ ‘2015년 WEF 금융부문 평가 관련’ 보도참고자료

예컨대, 우리나라 성인 10만 명당 현금인출기 개수는 290개인데, 우간다는 4개에 불과하다. 은행지점 수와 계좌보유 비율 등 모든 객관적 지표면에서 우간다에도 못 미친다는 건 '난센스'라는 게 금융위의 항변이었다.


실제로 올해 초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금융발전지수는 일본이나 독일보다 더 높은 세계 6위로 평가됐다.

WEF 국가경쟁력 평가, 어떻게 하길래?

이런 평가 결과를 이해하려면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조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진 WEF는 저명한 기업인과 경제학자, 정치인 등이 모여 경제 문제를 토론하는 민간회의체다.


다보스포럼에는 '부자들의 사교클럽', '경제성장 우선주의자들의 모임'이라는 비판적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WEF의 관심사가 '어떻게 하면 기업 경영을 잘해서 이익을 더 창출할 수 있느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역시 '얼마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인가'를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 보니 평가 방식이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에 무게가 실려있다. 12개 부문 114개 항목 가운데 통계로 평가하는 항목은 34개에 불과하고 설문으로 평가하는 항목이 80개에 이른다. 설문조사 대상도 기업체 최고경영자만으로 구성돼있다.


금융부문을 보면, 8개 가운데 7개 항목의 평가가 설문조사로 이뤄진다. 설문조사의 문구도 단순하고 추상적이다. 예를 들면, '금융서비스 가격은 적정한가'를 묻고 매우 부적정하다고 생각하면 1점, 매우 적정하다고 생각하면 7점을 주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평가 방식을 이해하면 WEF 평가 순위를 논하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며 "한국 기업인들의 눈높이(기대수준)가 그만큼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정책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 경쟁력 평가는 믿을만한가?

금융부문 못지 않게 낮은 순위가 매겨진 노동부문에 대한 평가도 10개 항목 가운데 8개가 설문조사로 이뤄진다. 설문조사 응답자 100명은 역시 모두 기업체 최고경영자다. 노동을 전공하는 교수도, 노동계 인사도 포함돼있지 않다.

이런 평가 방식의 문제는 평가 결과의 난맥상으로 이어진다. 설문조사로 평가하는 '노사간 협력' 순위를 보면, 2006년 114위에서 2007년 55위로 급등하더니 2011년 140위, 2014년 132위를 기록했다. 노사협력의 정도를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인 노사분규 발생 건수와 비교해보면, 상관관계가 거의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러다 보니, 노동계는 물론 정부 여당의 노동전문가까지 이 평가를 의미있는 지표로 받아들여야 할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다.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 출신인 조재정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10월 한 신문에 게재한 기고에서 "과연 이러한 평가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WEF 평가 결과는 국가경쟁력 지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경영자들이 노사관계에 대한 걱정이 많고, 정부나 정치권에 대해 노동시장 유연성과 기업 규제 완화를 위해 보다 더 노력해주기를 바라는 여망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 "만족도 조사"인데 "입법조치 긴요" ?

정부도 WEF 조사의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자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의 성격이어서 국가간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8일(오늘)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WEF 국가경쟁력 평가결과를 공개하며 "노동과 금융 경쟁력이 만성적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노동 등 구조개혁이 필수적인 과제이며, 이를 위해 노동 4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 등의 입법 조치가 긴요하다"고 밝혔다.

[연관기사] ☞ ‘2016년 WEF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보도참고자료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신뢰도가 낮아 정부 스스로 '기업인 만족도 조사' 성격이라고 규정한 자료를 빌미로 노동 경쟁력이 취약하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첨예한 노동 4법 등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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