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재정 고심 스위스, 여성 정년 1년 연장 추진

남성보다 1년 일찍 은퇴해 연금을 받을 수 있었던 스위스 여성들이 앞으로는 남성과 같이 65세까지 일해야 연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스위스 연방 하원은 이날 여성 은퇴 연령을 1년 늦추는 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37, 반대 57표로 통과시켰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인 스위스는 2050년이면 인구의 약 3분의 1이 연금을 받는 연령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재정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연방 정부는 남성 65세, 여성 64세인 은퇴 연령을 각각 67세, 65세로 올리는 '연금 2020' 안을 추진했지만 거센 반발 때문에 3년째 갑론을박을 반복했다.

올해 6월 여론 조사에는 은퇴 연령을 늦추는 안에 대해 찬성은 27%에 그쳤고 반대가 57%였다.

알랭 베르세 스위스 내무 장관은 이날 의회 표결 전 발언에서 "여성 은퇴 연령을 1년 늦추면 2030년까지 12억 스위스프랑(1조3천500억)의 연금을 아낄 수 있다"며 찬성표를 호소했다.

의회에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오기는 했지만, 가사노동 등 여성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안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사회당 소속 이본느 페리 의원은 "연금 개혁이 여성을 희생시켜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불평등한 급여 때문에 남성과 동등한 연금을 받지도 못하는데 가사노동까지 하고 있다"며 남녀 연금 격차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같은 당 소속 마리나 카로비오 의원은 여성이 적립하는 연금액은 남성보다 37%가량 적다고 말했다.

반면 극우 성향의 국민당(SVP) 소속 세바스티안 프레너 의원은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에 공평하게 따지자면 여성은 남성보다 더 오래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AFP 통신은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반대도 심해 국민투표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국민투표는 1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제출하면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