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4] “남성 보호자 필요 없어” 사우디 여성들의 반란

입력 2016.09.29 (2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윤수영 앵커 > 사우디 아라비아는 대표적인 여성인권 후진국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납니다. 남성들의 허락없인 외출도 못하는 나라죠. 최근 사우디 여성들이 자유를 찾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조지현기자, 사우디 여성들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 건가요?

○조지현 기자 > 최근 사우디 소셜 미디어에는 '내 후견인은 나 자신이다(#IamMyOwnGuardian)'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남성 후견인 제도를 없애자(#TogetherToEndMaleGuardianship)','사우디 여성의 노예화를 멈춰달라(#StopEnslavingSaudiWomen)'는 해시태그도 유행인데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사우디에만 있는 남성 후견인 제도를 없애 달라는 겁니다.

 
출처: 트위터출처: 트위터

이 제도 때문에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결혼이나 취직은 물론 병원조차 갈 수 없습니다. 대규모 청원 운동도 벌이고 있는데요. 며칠 만에 서명한 사람이 만 5천명이 넘었고 사우디 왕실 텔레그램에도 2천 5백여 건의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합니다.

■윤수영 앵커 > 남성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병원도 못 간다니..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남성의 허락이 필요한 건가요?

○조지현 기자 > 한 인권단체가 사우디 여성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봤습니다.



한밤중에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여성이 아기를 안고 보호소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편과 화해하는 겁니다." 결국 남편이 아내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고 가정 폭력은 되풀이됩니다.



소년원에 구금된 한 소녀가 있습니다. 달력에 표시까지 해가며 석방 날짜만 기다립니다. 드디어 석방날이돼 어머니를 만났는데, 아버지가 막아섭니다. "가족에게 수치심을 줬으니 집으로 데려갈 수 없다"는 겁니다.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소년원의 방에 갇혔습니다.



의사인 여성에게 날아온 한 통의 문자. 런던에서 열리는 심장병 학회에 참석해 강연을 해달라는 문자입니다. 여성은 아들에게 참석을 허락해달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하지만 게임에 빠져있는 아들은 "싫어요" "바빠요"라는 짧은 답을 보내고는 다시 게임을 합니다.

남성 후견인 제도를 철폐해 달라는 사우디 여성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감옥에 갇힌 죄수입니다. 죄는 사우디 여성이라는 거죠."

"뭐든지 마음대로 하는 자유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남자들이 저를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간으로 봐주기를 바랍니다."

■윤수영 앵커 > 이 후견인제도는, 이슬람국가중에서도 사우디에만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우디 여성들에겐 운전도 금지돼 있죠?

○조지현 기자 > 네 여성에게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습니다.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 압둘아지즈알셰이크는 올해에도 "여성이 운전을 하면 심각한 위험과 악에 노출된다"면서 여성 운전 금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여성이 운전을 할 경우 구속되는데요. 여성 운전을 허용해 달라며 운전하는 영상을 올렸던 여성 인권 운동가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못하는 여성들은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즐기며 대리만족을 한다는데요. 이곳에서는 다른 곳의 범퍼카처럼 마구 충돌했다가는 따가운 눈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이 여성들은 놀이기구를 타러 온 것이 아니라 운전을 즐기러 왔기 때문이죠.

■윤수영 앵커 > 조금만 완화되도, 여성은 물론 남성도 부담을 덜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몇 년 사우디 여성 인권에 변화가 있긴 했죠?

○조지현 기자 > 우선 여성의 대학진학율이 남성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현재 사우디 대학생 중 여학생이 5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3년부터 자전거도 탈 수 있고 체육 수업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부터 참정권이 인정돼 스무명의 여성 의원이 탄생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우디 노동인구 가운데 여성은 16.4%에 불과합니다. 실업률도 30%가 넘어서 남성보다 5배 이상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최근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만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실업률을 낮춰야하고 결과적으로 여성인권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무하마드 빈 살만 왕자도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겠다며 여성 인권 신장을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가 주목됩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 24] “남성 보호자 필요 없어” 사우디 여성들의 반란
    • 입력 2016-09-29 21:00:11
    국제
■윤수영 앵커 > 사우디 아라비아는 대표적인 여성인권 후진국으로 꼽히는 곳 중 하납니다. 남성들의 허락없인 외출도 못하는 나라죠. 최근 사우디 여성들이 자유를 찾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조지현기자, 사우디 여성들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 건가요?

○조지현 기자 > 최근 사우디 소셜 미디어에는 '내 후견인은 나 자신이다(#IamMyOwnGuardian)'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함께 남성 후견인 제도를 없애자(#TogetherToEndMaleGuardianship)','사우디 여성의 노예화를 멈춰달라(#StopEnslavingSaudiWomen)'는 해시태그도 유행인데요.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사우디에만 있는 남성 후견인 제도를 없애 달라는 겁니다.

 출처: 트위터
이 제도 때문에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결혼이나 취직은 물론 병원조차 갈 수 없습니다. 대규모 청원 운동도 벌이고 있는데요. 며칠 만에 서명한 사람이 만 5천명이 넘었고 사우디 왕실 텔레그램에도 2천 5백여 건의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합니다.

■윤수영 앵커 > 남성 후견인의 동의 없이는 병원도 못 간다니..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남성의 허락이 필요한 건가요?

○조지현 기자 > 한 인권단체가 사우디 여성의 삶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해 봤습니다.



한밤중에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여성이 아기를 안고 보호소로 도망칩니다. 하지만 보호소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편과 화해하는 겁니다." 결국 남편이 아내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고 가정 폭력은 되풀이됩니다.



소년원에 구금된 한 소녀가 있습니다. 달력에 표시까지 해가며 석방 날짜만 기다립니다. 드디어 석방날이돼 어머니를 만났는데, 아버지가 막아섭니다. "가족에게 수치심을 줬으니 집으로 데려갈 수 없다"는 겁니다.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시 소년원의 방에 갇혔습니다.



의사인 여성에게 날아온 한 통의 문자. 런던에서 열리는 심장병 학회에 참석해 강연을 해달라는 문자입니다. 여성은 아들에게 참석을 허락해달라는 문자를 보냅니다. 하지만 게임에 빠져있는 아들은 "싫어요" "바빠요"라는 짧은 답을 보내고는 다시 게임을 합니다.

남성 후견인 제도를 철폐해 달라는 사우디 여성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감옥에 갇힌 죄수입니다. 죄는 사우디 여성이라는 거죠."

"뭐든지 마음대로 하는 자유를 갖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남자들이 저를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간으로 봐주기를 바랍니다."

■윤수영 앵커 > 이 후견인제도는, 이슬람국가중에서도 사우디에만 있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사우디 여성들에겐 운전도 금지돼 있죠?

○조지현 기자 > 네 여성에게는 운전면허증을 발급하지 않습니다. 사우디의 최고 종교지도자, 압둘아지즈알셰이크는 올해에도 "여성이 운전을 하면 심각한 위험과 악에 노출된다"면서 여성 운전 금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여성이 운전을 할 경우 구속되는데요. 여성 운전을 허용해 달라며 운전하는 영상을 올렸던 여성 인권 운동가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운전을 못하는 여성들은 놀이공원에서 범퍼카를 즐기며 대리만족을 한다는데요. 이곳에서는 다른 곳의 범퍼카처럼 마구 충돌했다가는 따가운 눈총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이 여성들은 놀이기구를 타러 온 것이 아니라 운전을 즐기러 왔기 때문이죠.

■윤수영 앵커 > 조금만 완화되도, 여성은 물론 남성도 부담을 덜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몇 년 사우디 여성 인권에 변화가 있긴 했죠?

○조지현 기자 > 우선 여성의 대학진학율이 남성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현재 사우디 대학생 중 여학생이 51.8%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3년부터 자전거도 탈 수 있고 체육 수업도 받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지난해부터 참정권이 인정돼 스무명의 여성 의원이 탄생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우디 노동인구 가운데 여성은 16.4%에 불과합니다. 실업률도 30%가 넘어서 남성보다 5배 이상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최근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만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실업률을 낮춰야하고 결과적으로 여성인권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는데요.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무하마드 빈 살만 왕자도 석유 의존 경제에서 탈피하겠다며 여성 인권 신장을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가 주목됩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