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해치는 ‘죽음의 알갱이’…‘미세 플라스틱’ 퇴출

입력 2016.09.30 (08:15) 수정 2016.09.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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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플라스틱 중에서도 크기가 5 밀리미터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처음 생산 당시부터 이렇게 작게 제조된 게 있습니다.

치약이나 세안제, 스크럽 같은 제품에 보면 꺼끌꺼끌한 알갱이들이 있죠.

마이크로 비즈라고 하는데, 1차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입니다.

또, 페트병같은 큰 플라스틱 제품들이 마모되거나 잘게 부서져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기도 합니다.

지구 바다에 떠다니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무려 51조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죽음의 알갱이'로도 불립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습니다.

그대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어류는 장이 막히는 장폐색, 성장이나 번식 장애 등을 겪기도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물고기 비늘에 박히거나 아가미를 통해서도 몸 속에 들어가는데요.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 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로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홍합, 굴, 게, 숭어나 대서양 참다랑어처럼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수치를 한 번 볼까요?

물고기 한 마리에서 평균 1에서 1.9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는데, 최대 21조각이 발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마카사르에서 포획한 어류에서는 28%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고요.

유럽 사람들은 해산물 소비를 통해 1년에 최대 만 천 조각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국에서는 바다 소금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바다 사정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를 보면, 경남 거제 앞바다에선 1㎥ 당 평균 21만 개가 발견됐는데요,

양식장에서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가 주범으로 지목됐는데요.

해외 평균보다 8배 이상, 싱가포르 해역과 비교했을 땐 100배 넘게 많았습니다.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도, 많은 사람들은 생활용품에 마이크로비즈가 사용되는 줄 모르고 있었고요.

미세플라스틱이 해산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는 94%가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각국 정부가 사용 규제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이 미세 플라스틱을 모든 화장품에서 퇴출하기로 했습니다.

국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각질제거 기능이 있는 세안제를 바르자, 얼굴 곳곳에 작은 알갱이가 묻어납니다.

노폐물이나 피지 제거를 위해 첨가한 미세플라스틱입니다.

이 같은 알갱이는 세안 과정을 거쳐 물과 함께 배수구로 빠져나갑니다.

<녹취> 최희정(서울 강서구) : "뽀드득하는 느낌이 좋아서 알갱이 들어있는 스크럽제를 많이 쓰고 있는데요. 바로 물로 씻어버리니까 ..."

국내에서 판매 중인 세안제와 각질제거제 등 화장품 가운데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제품은 3백 가지가 넘습니다.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내후년부터는 판매 행위도 모두 중단됩니다.

<녹취> 권오상(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장) :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거고요. 인체에 대한 영향 부분은 아직까지 여러 학자들이 연구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2018년부터 미세플라스틱 화장품의 생산을 금지하고, 유럽연합과 캐나다 등이 관련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보다 한발 앞선 조칩니다.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는 우리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인 발걸음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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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 해치는 ‘죽음의 알갱이’…‘미세 플라스틱’ 퇴출
    • 입력 2016-09-30 08:17:38
    • 수정2016-09-30 09: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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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중에서도 크기가 5 밀리미터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처음 생산 당시부터 이렇게 작게 제조된 게 있습니다.

치약이나 세안제, 스크럽 같은 제품에 보면 꺼끌꺼끌한 알갱이들이 있죠.

마이크로 비즈라고 하는데, 1차 미세 플라스틱의 일종입니다.

또, 페트병같은 큰 플라스틱 제품들이 마모되거나 잘게 부서져서 미세 플라스틱이 되기도 합니다.

지구 바다에 떠다니는 이런 미세 플라스틱은 무려 51조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밝혀지면서, '죽음의 알갱이'로도 불립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서 하수처리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습니다.

그대로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동물성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 먹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을 먹은 어류는 장이 막히는 장폐색, 성장이나 번식 장애 등을 겪기도 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물고기 비늘에 박히거나 아가미를 통해서도 몸 속에 들어가는데요.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 사슬을 따라 상위 포식자로 이동한다는 점입니다.

홍합, 굴, 게, 숭어나 대서양 참다랑어처럼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는데요.

수치를 한 번 볼까요?

물고기 한 마리에서 평균 1에서 1.9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발견됐는데, 최대 21조각이 발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마카사르에서 포획한 어류에서는 28%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됐고요.

유럽 사람들은 해산물 소비를 통해 1년에 최대 만 천 조각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국에서는 바다 소금에서도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바다 사정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를 보면, 경남 거제 앞바다에선 1㎥ 당 평균 21만 개가 발견됐는데요,

양식장에서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가 주범으로 지목됐는데요.

해외 평균보다 8배 이상, 싱가포르 해역과 비교했을 땐 100배 넘게 많았습니다.

상황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도, 많은 사람들은 생활용품에 마이크로비즈가 사용되는 줄 모르고 있었고요.

미세플라스틱이 해산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는 94%가 불안감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의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각국 정부가 사용 규제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내년부터 이 미세 플라스틱을 모든 화장품에서 퇴출하기로 했습니다.

국현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각질제거 기능이 있는 세안제를 바르자, 얼굴 곳곳에 작은 알갱이가 묻어납니다.

노폐물이나 피지 제거를 위해 첨가한 미세플라스틱입니다.

이 같은 알갱이는 세안 과정을 거쳐 물과 함께 배수구로 빠져나갑니다.

<녹취> 최희정(서울 강서구) : "뽀드득하는 느낌이 좋아서 알갱이 들어있는 스크럽제를 많이 쓰고 있는데요. 바로 물로 씻어버리니까 ..."

국내에서 판매 중인 세안제와 각질제거제 등 화장품 가운데 이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는 제품은 3백 가지가 넘습니다.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의 생산과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내후년부터는 판매 행위도 모두 중단됩니다.

<녹취> 권오상(식품의약품안전처 화장품정책과장) :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거고요. 인체에 대한 영향 부분은 아직까지 여러 학자들이 연구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미국이 2018년부터 미세플라스틱 화장품의 생산을 금지하고, 유럽연합과 캐나다 등이 관련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보다 한발 앞선 조칩니다.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는 우리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인 발걸음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KBS 뉴스 국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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