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생존배낭’을 꾸려야 하나?

입력 2016.09.3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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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各自圖生),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하다.

우리 국어사전에 나온 '각자도생'의 의미다. 지난 12일 경주 지진 이후 이 말이 요즘은 언론이나 국민들 입에서 자주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진이 아직도 이어지면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3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매일 여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횟수가 무려 440여 차례나 된다.

앞으로도 길게는 수개월 동안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련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분간 지진의 공포가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일 오후 8시37분 발생한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울산시 남구 삼신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일부 시민은 물과 비상식량 등이 든 ‘생존배낭’을 메고 피신했다. 지난 19일 오후 8시37분 발생한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울산시 남구 삼신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일부 시민은 물과 비상식량 등이 든 ‘생존배낭’을 메고 피신했다.

심지어 일본의 어느 학자는 경주에서 일어난 것은 전진(前震)일 뿐이고 이보다 훨씬 더 강한 지진이 본진(本震)으로 뒤따라 올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하필이면 한반도 지진 발생 지역 주변에 원자력발전소들이 밀집해 있고 지진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 국가 산업단지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만약 대지진이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리 국민들의 근심이 기우만은 아니다.

부실한 정부 대책에 개인이 재난용품 준비

재난을 알리는 문자가 뒤늦게 발송되고 심지어 아예 받지 못한 사람도 많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국민안전처의 지진대피요령에 실망한 국민들은 일본에서 발행된 지진 매뉴얼 도쿄방재를 번역해서 나눠볼 정도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때 처럼 지진의 공포 앞에서도 국가가 부재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국민 각자가 재난용품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이제는 필요한 상황이 됐다.

생존가방에 대한 정부의 공식 매뉴얼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비상식량과 체온 유지용품, 구조용품, 통신기, 구급약 등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생존가방에 대한 정부의 공식 매뉴얼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비상식량과 체온 유지용품, 구조용품, 통신기, 구급약 등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한 방법으로 이른바 '생존배낭'이 주목받고 있다.

[연관기사] ☞ ‘생존 가방’ 아시나요?

주목 받는 '생존배낭' 이렇게 꾸려라!

사람의 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이 각자도생에 부정적인 사람도 많지만, 재난 상황을 대비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개인적 준비 차원의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존배낭'은 어떻게 꾸려야 할까?

이 생존배낭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매뉴얼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재난관련 단체나 산악인 등이 개별적으로 만든 매뉴얼이 전부다.

이에 반해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민들에게 생존 물품 20가지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연관기사] ☞ 日 실전 같은 ‘지진 훈련’…“몸에 익은 방재”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도쿄도청이 국민들에게 준비를 권고한 ‘비상용 반출 가방’(생존배낭)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도쿄도청이 국민들에게 준비를 권고한 ‘비상용 반출 가방’(생존배낭)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물과 통조림 같은 먹을거리가 눈에 띄고, 헬멧, 밧줄, 마스크, 장갑 같은 안전용품도 포함돼 있다.

응급 약품은 물론이고 화장실 역할을 할 물건과 칼, 가위도 포함됐다. 어디서 잘지 모르니 방수시트와 방한 시트도 챙기도록 했다.

눈에 띄는 건 라디오와 건전지다. 통신망이 끊겼을 때 라디오를 통해 재난정보를 들으란 얘기다.

위기 발생 후 72시간 버티는 게 생존 방법

우리나라에서의 '생존배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재난 생존법은 위기 발생 후 72시간 동안 버틸 수 있도록하는 방법을 말한다"고 전한다.

구조대가 오기까지의 골든타임을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인 셈이다.

우선 생존배낭은 가족 수에 맞게 준비한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도 작은 분량이나마 꾸려야 한다.

재난발생 때 바로 들고 나갈 수 있도록 방 한쪽 또는 현관문 옆에 생존배낭을 놔두는 게 좋다.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로는 크게 (1)비상식량과 (2)물(생수), (3)체온 유지용품, 구조용품, (4)통신기, (5)구급약, (6)기타 라이터와 나침반 등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자면 아래 그림과 같다.

■ 물과 라디오, 라이터는 필수다


■ 지도와 담요, 칼도 챙겨야 한다


■ 구급약품과 비상식량도 필수 준비물이다


'생존배낭'으로 불리는 피난용 보따리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경주 지진 이후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이 같은 물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온라인 쇼핑사이트 자료를 보면 지난 12일 지진 이후 1주일 동안 완강기와 자가 발전기 같은 구조 용품 판매가 이례적으로 늘었고, 손전등과 의료용품 매출도 30% 이상 급증했다.

국민들 불안감이 그큼 크다는 얘기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재난이 발생해 긴급대피시 어떤 물품을 챙겨야 하고,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세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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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생존배낭’을 꾸려야 하나?
    • 입력 2016-09-30 13:58:30
    취재K
'각자도생' (各自圖生),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하다.

우리 국어사전에 나온 '각자도생'의 의미다. 지난 12일 경주 지진 이후 이 말이 요즘은 언론이나 국민들 입에서 자주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진이 아직도 이어지면서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 3주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매일 여진이 발생하고 있는데 그 횟수가 무려 440여 차례나 된다.

앞으로도 길게는 수개월 동안 여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련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당분간 지진의 공포가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19일 오후 8시37분 발생한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자 시민들이 울산시 남구 삼신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일부 시민은 물과 비상식량 등이 든 ‘생존배낭’을 메고 피신했다.
심지어 일본의 어느 학자는 경주에서 일어난 것은 전진(前震)일 뿐이고 이보다 훨씬 더 강한 지진이 본진(本震)으로 뒤따라 올 것이라는 해석도 내놨다.

하필이면 한반도 지진 발생 지역 주변에 원자력발전소들이 밀집해 있고 지진 피해를 증폭시킬 수 있는 국가 산업단지들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만약 대지진이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리 국민들의 근심이 기우만은 아니다.

부실한 정부 대책에 개인이 재난용품 준비

재난을 알리는 문자가 뒤늦게 발송되고 심지어 아예 받지 못한 사람도 많다.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국민안전처의 지진대피요령에 실망한 국민들은 일본에서 발행된 지진 매뉴얼 도쿄방재를 번역해서 나눠볼 정도다.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 때 처럼 지진의 공포 앞에서도 국가가 부재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국민 각자가 재난용품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이제는 필요한 상황이 됐다.

생존가방에 대한 정부의 공식 매뉴얼은 없지만 전문가들은 비상식량과 체온 유지용품, 구조용품, 통신기, 구급약 등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한 방법으로 이른바 '생존배낭'이 주목받고 있다.

[연관기사] ☞ ‘생존 가방’ 아시나요?

주목 받는 '생존배낭' 이렇게 꾸려라!

사람의 능력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에서 이 각자도생에 부정적인 사람도 많지만, 재난 상황을 대비해 내 몸은 내가 지킨다는 개인적 준비 차원의 대응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생존배낭'은 어떻게 꾸려야 할까?

이 생존배낭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매뉴얼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재난관련 단체나 산악인 등이 개별적으로 만든 매뉴얼이 전부다.

이에 반해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국민들에게 생존 물품 20가지를 준비하라고 권고했다.

[연관기사] ☞ 日 실전 같은 ‘지진 훈련’…“몸에 익은 방재”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도쿄도청이 국민들에게 준비를 권고한 ‘비상용 반출 가방’(생존배낭)
그 내용을 살펴보면 물과 통조림 같은 먹을거리가 눈에 띄고, 헬멧, 밧줄, 마스크, 장갑 같은 안전용품도 포함돼 있다.

응급 약품은 물론이고 화장실 역할을 할 물건과 칼, 가위도 포함됐다. 어디서 잘지 모르니 방수시트와 방한 시트도 챙기도록 했다.

눈에 띄는 건 라디오와 건전지다. 통신망이 끊겼을 때 라디오를 통해 재난정보를 들으란 얘기다.

위기 발생 후 72시간 버티는 게 생존 방법

우리나라에서의 '생존배낭'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재난 생존법은 위기 발생 후 72시간 동안 버틸 수 있도록하는 방법을 말한다"고 전한다.

구조대가 오기까지의 골든타임을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인 셈이다.

우선 생존배낭은 가족 수에 맞게 준비한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도 작은 분량이나마 꾸려야 한다.

재난발생 때 바로 들고 나갈 수 있도록 방 한쪽 또는 현관문 옆에 생존배낭을 놔두는 게 좋다.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로는 크게 (1)비상식량과 (2)물(생수), (3)체온 유지용품, 구조용품, (4)통신기, (5)구급약, (6)기타 라이터와 나침반 등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하자면 아래 그림과 같다.

■ 물과 라디오, 라이터는 필수다


■ 지도와 담요, 칼도 챙겨야 한다


■ 구급약품과 비상식량도 필수 준비물이다


'생존배낭'으로 불리는 피난용 보따리가 국내에 알려지면서 경주 지진 이후 온라인 쇼핑몰을 중심으로 이 같은 물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한 온라인 쇼핑사이트 자료를 보면 지난 12일 지진 이후 1주일 동안 완강기와 자가 발전기 같은 구조 용품 판매가 이례적으로 늘었고, 손전등과 의료용품 매출도 30% 이상 급증했다.

국민들 불안감이 그큼 크다는 얘기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재난이 발생해 긴급대피시 어떤 물품을 챙겨야 하고,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재난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세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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