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감염 어린이 10%, 에이즈 발병 안 해”

입력 2016.10.01 (01:07) 수정 2016.10.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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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에 걸린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스스로 방어 체계를 갖춰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BBC가 30일 보도했다.

연구 보고서에서 학자들은 어린이들의 면역체계가 '잠잠한 상태'를 유지해 신체 면역기능이 없어지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HIV는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에이즈를 발병시켜 신체가 쉽게 다른 질병에 걸리도록 만든다.

연구자들은 최근 HIV에 감염됐지만 항바이러스 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도 에이즈 발병에 이르지 않은 170명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어린이들의 혈액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어린이 혈액 1㎖에는 수만 개의 면역결핍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바이러스는 면역체계를 자극해 감염에 대항해 필사적으로 싸우게 하거나 환자를 심각하게 아프게 하는 데 연구 대상 어린이들에게서는 이 둘 중 어느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 중 한 명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필립 굴더 교수는 "발병하지 않은 어린이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를 최대한 무시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대부분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신체가 바이러스에 대항하지 않으면 면역체계를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체가 과다하게 방어할수록 감염증세로 더 많은 백혈구가 죽게 된다.

이번 발견은 HIV 감염환자에 대한 새로운 면역기반 치료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망했다.

HIV에 감염된 어린이 환자 60%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2년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숭이는 HIV 감염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굴더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에이즈 발병은 HIV 감염과 크게 관련이 없고 HIV에 대한 면역체계의 반응과 연관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10%의 어린이가 HIV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과정은 40% 이상의 유인원이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에 반응하는 과정과 닮았다.

유인원은 수십만 년 동안 각종 감염에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발전시켰다.

굴더는 "유인원은 자연적인 선택 과정을 채택하고서 어린이들과 매우 흡사한 메커니즘을 거쳐 더는 에이즈로 발병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성인들은 바이러스에 대항해 전면전을 벌이지만 결국 실패하는 데 반해 어린이는 성인과 달리 '인내할 줄 아는(tolerant)'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즉, 수두 같은 전염병은 면역체계가 강하게 반응하는 어른에게서 훨씬 심하게 나타난다.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어른의 면역체계를 갖추게 되기 때문에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에이즈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 미국 에모리 대학의 앤 차흐루디 박사와 기도 실베스트리 박사는 이번 연구가 인간과 HIV의 공동진화 과정의 초기 징후를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논평에서 "HIV에 감염돼도 에이즈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어린이를 치료 없이 놔둬도 임상적으로 안전한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굴더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HIV 감염환자들의 면역체계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 결국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혀 다른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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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01 01:07:55
    • 수정2016-10-01 11:12:38
    국제
HIV(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에 걸린 어린이 10명 중 1명은 스스로 방어 체계를 갖춰 에이즈가 발병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BBC가 30일 보도했다.

연구 보고서에서 학자들은 어린이들의 면역체계가 '잠잠한 상태'를 유지해 신체 면역기능이 없어지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HIV는 면역체계를 무너뜨리는 에이즈를 발병시켜 신체가 쉽게 다른 질병에 걸리도록 만든다.

연구자들은 최근 HIV에 감염됐지만 항바이러스 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도 에이즈 발병에 이르지 않은 170명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어린이들의 혈액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 어린이 혈액 1㎖에는 수만 개의 면역결핍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바이러스는 면역체계를 자극해 감염에 대항해 필사적으로 싸우게 하거나 환자를 심각하게 아프게 하는 데 연구 대상 어린이들에게서는 이 둘 중 어느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 중 한 명인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필립 굴더 교수는 "발병하지 않은 어린이의 면역체계는 바이러스를 최대한 무시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일은 대부분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신체가 바이러스에 대항하지 않으면 면역체계를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체가 과다하게 방어할수록 감염증세로 더 많은 백혈구가 죽게 된다.

이번 발견은 HIV 감염환자에 대한 새로운 면역기반 치료를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망했다.

HIV에 감염된 어린이 환자 60%가 치료를 받지 않으면 2년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숭이는 HIV 감염이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굴더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에이즈 발병은 HIV 감염과 크게 관련이 없고 HIV에 대한 면역체계의 반응과 연관됐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전했다.

10%의 어린이가 HIV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과정은 40% 이상의 유인원이 원숭이면역결핍바이러스(SIV)에 반응하는 과정과 닮았다.

유인원은 수십만 년 동안 각종 감염에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발전시켰다.

굴더는 "유인원은 자연적인 선택 과정을 채택하고서 어린이들과 매우 흡사한 메커니즘을 거쳐 더는 에이즈로 발병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성인들은 바이러스에 대항해 전면전을 벌이지만 결국 실패하는 데 반해 어린이는 성인과 달리 '인내할 줄 아는(tolerant)'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

즉, 수두 같은 전염병은 면역체계가 강하게 반응하는 어른에게서 훨씬 심하게 나타난다.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어른의 면역체계를 갖추게 되기 때문에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에이즈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한편, 미국 에모리 대학의 앤 차흐루디 박사와 기도 실베스트리 박사는 이번 연구가 인간과 HIV의 공동진화 과정의 초기 징후를 발견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논평에서 "HIV에 감염돼도 에이즈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어린이를 치료 없이 놔둬도 임상적으로 안전한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굴더 교수는 "이번 발견으로 HIV 감염환자들의 면역체계를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 결국 가능해질 것"이라며 "전혀 다른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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