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 흑인 사살 동영상 공개…희생자는 비무장 상태

입력 2016.10.01 (09:47) 수정 2016.10.0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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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캘리포니아 주 엘카혼 경찰서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생한 경찰의 흑인 사살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휴대전화와 상점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녹화된 것으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 동영상이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을 총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먼저 휴대전화에 담긴 동영상을 보면, 숨진 우간다 난민 출신 흑인 남성 알프레드 올랑고(38)는 주차장에서 리처드 곤살베스 경관과 맞닥뜨렸다.

곤살베스 총을 겨눈 채 서성이던 올랑고를 뒤따랐고, 올랑고는 꽉 낀 양손을 곤살베스 경관 쪽으로 향했다.

이때 곤살베스 경관이 발포했다. 오빠가 이상 행동을 보인다며 911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올랑고의 여동생이 총격 후 곤살베스 경관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도 동영상에 담겼다.

사건 현장인 쇼핑몰의 패스트푸드 상점 감시카메라에서도 곤살베스 경관이 올랑고를 뒤쫓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올랑고는 곤살베스 경관을 지원 나온 경관을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고, 몇 초 후 곤살베스 경관의 발포 장면이 나온다.

이 감시카메라 동영상에선 올랑고가 쓰러지기 직전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분명하게 찍히지 않았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소개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앞뒤로 움직이던 올랑고가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경찰을 향해 총 쏘는 자세를 취해 곤살베스 경관이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지원 나온 다른 경관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쐈다.

그러나 올랑고가 손에 쥔 것은 총이 아닌 길기 10㎝짜리 전자담배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의 과잉 대응을 규탄하는 야간 시위가 27일 오후부터 엘카혼 경찰서 앞에서 사흘 내내 벌어졌다. 경찰이 동영상 공개를 거부하자 이에 분노한 50∼75명의 시위자는 도로를 가로막은 채 지나가던 차의 창문을 깨뜨리고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하기도 했다.

갈수록 시위가 폭력 양상을 띠자 엘카혼 경찰서는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깨진 병을 경찰에게 던지며 맞섰다.

일간지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의 사진 기자는 29일 취재 중 과격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고 카메라를 빼앗기기도 했다.

제프 데이비스 엘카혼 경찰서장은 결국 30일 "지역의 안녕과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 검찰과 상의해 동영상을 공개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동영상 공개로 경찰의 과실이 확실해지면서 곤살베스 경관의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샌디에이고 전국행동네트워크는 10월 1일을 '정의를 위한 날'로 선포하고 엘카혼에서 통합 집회를 열 예정이다.

올랑고의 모친인 파멜라 벤지는 29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봤다면, 누구라도 멀리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위대에 평화로운 시위를 당부했다.

그는 사망한 아들이 최근 숨진 친구 탓에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올랑고는 전쟁으로 찢긴 우간다에서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왔다. 미국 이민 당국은 마약과 총기 관련 범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올랑고를 두 차례나 추방하려 했지만, 우간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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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01 09:47:19
    • 수정2016-10-01 09:48:40
    국제
미 캘리포니아 주 엘카혼 경찰서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생한 경찰의 흑인 사살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은 휴대전화와 상점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에 녹화된 것으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이 동영상이 경찰이 무장하지 않은 흑인을 총격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먼저 휴대전화에 담긴 동영상을 보면, 숨진 우간다 난민 출신 흑인 남성 알프레드 올랑고(38)는 주차장에서 리처드 곤살베스 경관과 맞닥뜨렸다.

곤살베스 총을 겨눈 채 서성이던 올랑고를 뒤따랐고, 올랑고는 꽉 낀 양손을 곤살베스 경관 쪽으로 향했다.

이때 곤살베스 경관이 발포했다. 오빠가 이상 행동을 보인다며 911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올랑고의 여동생이 총격 후 곤살베스 경관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도 동영상에 담겼다.

사건 현장인 쇼핑몰의 패스트푸드 상점 감시카메라에서도 곤살베스 경관이 올랑고를 뒤쫓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올랑고는 곤살베스 경관을 지원 나온 경관을 향해 빠르게 걷기 시작했고, 몇 초 후 곤살베스 경관의 발포 장면이 나온다.

이 감시카메라 동영상에선 올랑고가 쓰러지기 직전 어떤 행동을 했는지 분명하게 찍히지 않았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소개했다.

사건 직후 경찰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앞뒤로 움직이던 올랑고가 경찰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경찰을 향해 총 쏘는 자세를 취해 곤살베스 경관이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지원 나온 다른 경관은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쐈다.

그러나 올랑고가 손에 쥔 것은 총이 아닌 길기 10㎝짜리 전자담배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의 과잉 대응을 규탄하는 야간 시위가 27일 오후부터 엘카혼 경찰서 앞에서 사흘 내내 벌어졌다. 경찰이 동영상 공개를 거부하자 이에 분노한 50∼75명의 시위자는 도로를 가로막은 채 지나가던 차의 창문을 깨뜨리고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하기도 했다.

갈수록 시위가 폭력 양상을 띠자 엘카혼 경찰서는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깨진 병을 경찰에게 던지며 맞섰다.

일간지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의 사진 기자는 29일 취재 중 과격 시위대에 폭행을 당하고 카메라를 빼앗기기도 했다.

제프 데이비스 엘카혼 경찰서장은 결국 30일 "지역의 안녕과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역 검찰과 상의해 동영상을 공개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동영상 공개로 경찰의 과실이 확실해지면서 곤살베스 경관의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샌디에이고 전국행동네트워크는 10월 1일을 '정의를 위한 날'로 선포하고 엘카혼에서 통합 집회를 열 예정이다.

올랑고의 모친인 파멜라 벤지는 29일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봤다면, 누구라도 멀리하고 싶을 것"이라면서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시위대에 평화로운 시위를 당부했다.

그는 사망한 아들이 최근 숨진 친구 탓에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했다고 전했다.

올랑고는 전쟁으로 찢긴 우간다에서 폭력을 피해 미국으로 왔다. 미국 이민 당국은 마약과 총기 관련 범죄로 유죄 선고를 받은 올랑고를 두 차례나 추방하려 했지만, 우간다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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