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한약재 ‘등칡’, 수유 특효약 둔갑

입력 2016.10.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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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약재 시장인 서울의 경동시장입니다.

한약방에 들어가 모유 수유가 잘 안 된다고 말하자 약재가 든 서랍을 가져옵니다.

<녹취> 한약방 직원(음성변조) : "통초는 그런 용도로 쓰는 약이에요, 젖 잘 돌게 하는 약. 모유 수유를 6개월 이상은 하시잖아요. 1년 열두 달 드셔도 상관이 없는 약재예요."

하지만 직원이 내놓은 건 통초가 아닌 등칡 줄기.

2005년부터 유통과 사용이 전면 금지된 약재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약재상에 들렀습니다.

역시 등칡을 통초라며 팔고 있습니다.

<녹취> 한약재 판매점 직원(음성변조) : "통초 이런 게 젖 돌게 하는데, 보리차처럼 끓여 드셔도 돼요."

속이 하얀 통초와 달리 등칡은 일반 나무줄기 형태로 생김새부터 확연히 다르지만, 일부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일부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통초로 둔갑돼 팔리는 겁니다.

<녹취> 한약재 판매점 직원(음성변조) : "독한 건 아니에요. 독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거면 찾아도 안 드리죠."

제가 방금 이 약재 시장에서 산 등칡입니다.

등칡엔 신장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11년 전부터 국내 유통이 금지돼 있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버젓이 팔릴 수가 있을까요?

식약처 수사팀과 함께 공급업체에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식약처에서 나왔습니다."

창고에는 커다란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상자를 뜯어 보니, 통초로 둔갑된 등칡 제품 수십 개가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등칡' 공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따로 감별하거나 그런 분 계세요?) 없죠. 수매상이 갖고 와서 통초라고 하면 통초라고 팔고, 당귀라고 하면 당귀로 팔고. 우리가 진짜, 가짜까지는 구분을 못하죠."

이 업체에서 등칡을 공급받은 약재상과 한의원 등은 70여 곳, 문제는 등칡의 위험성입니다.

이 여성은 4년 전 출산 직후 등칡이 든 한약을 한 달간 먹었다가 심각한 만성 신부전증에 걸렸습니다.

법정 다툼 끝에 배상 판결은 받아냈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녹취> 유00(등칡 복용 후 만성 신부전증) : "등칡 복용 후 만성 신부전증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피해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걱정인 게 한약을 아기도 같이 먹었거든요, 모유를 먹이면서."

국내에서 등칡을 먹고 부작용을 일으킨 사람은 확인된 경우만 16명.

이미 수 차례 재판 결과까지 나와 유해성이 입증된 뒤에도 여전히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연(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 "식약처가 시장, 학계, 업계 이런 데를 사전적으로 조사를 해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독성물질인 아리스톨로크산이 함유된 등칡은 벨기에 등 유럽에서도 100여 명의 부작용 사례가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KBS 뉴스 정다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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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암 한약재 ‘등칡’, 수유 특효약 둔갑
    • 입력 2016-10-03 22:04:57
    사회
우리나라 최대 약재 시장인 서울의 경동시장입니다.

한약방에 들어가 모유 수유가 잘 안 된다고 말하자 약재가 든 서랍을 가져옵니다.

<녹취> 한약방 직원(음성변조) : "통초는 그런 용도로 쓰는 약이에요, 젖 잘 돌게 하는 약. 모유 수유를 6개월 이상은 하시잖아요. 1년 열두 달 드셔도 상관이 없는 약재예요."

하지만 직원이 내놓은 건 통초가 아닌 등칡 줄기.

2005년부터 유통과 사용이 전면 금지된 약재입니다.

인근의 또 다른 약재상에 들렀습니다.

역시 등칡을 통초라며 팔고 있습니다.

<녹취> 한약재 판매점 직원(음성변조) : "통초 이런 게 젖 돌게 하는데, 보리차처럼 끓여 드셔도 돼요."

속이 하얀 통초와 달리 등칡은 일반 나무줄기 형태로 생김새부터 확연히 다르지만, 일부는 값이 싸다는 이유로 일부는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통초로 둔갑돼 팔리는 겁니다.

<녹취> 한약재 판매점 직원(음성변조) : "독한 건 아니에요. 독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거면 찾아도 안 드리죠."

제가 방금 이 약재 시장에서 산 등칡입니다.

등칡엔 신장암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 들어 있어 11년 전부터 국내 유통이 금지돼 있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버젓이 팔릴 수가 있을까요?

식약처 수사팀과 함께 공급업체에 찾아가 봤습니다.

<녹취> "식약처에서 나왔습니다."

창고에는 커다란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상자를 뜯어 보니, 통초로 둔갑된 등칡 제품 수십 개가 쏟아져 나옵니다.

<녹취> '등칡' 공급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따로 감별하거나 그런 분 계세요?) 없죠. 수매상이 갖고 와서 통초라고 하면 통초라고 팔고, 당귀라고 하면 당귀로 팔고. 우리가 진짜, 가짜까지는 구분을 못하죠."

이 업체에서 등칡을 공급받은 약재상과 한의원 등은 70여 곳, 문제는 등칡의 위험성입니다.

이 여성은 4년 전 출산 직후 등칡이 든 한약을 한 달간 먹었다가 심각한 만성 신부전증에 걸렸습니다.

법정 다툼 끝에 배상 판결은 받아냈지만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녹취> 유00(등칡 복용 후 만성 신부전증) : "등칡 복용 후 만성 신부전증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피해갈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걱정인 게 한약을 아기도 같이 먹었거든요, 모유를 먹이면서."

국내에서 등칡을 먹고 부작용을 일으킨 사람은 확인된 경우만 16명.

이미 수 차례 재판 결과까지 나와 유해성이 입증된 뒤에도 여전히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명연(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 "식약처가 시장, 학계, 업계 이런 데를 사전적으로 조사를 해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되는 사안입니다."

독성물질인 아리스톨로크산이 함유된 등칡은 벨기에 등 유럽에서도 100여 명의 부작용 사례가 드러나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KBS 뉴스 정다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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