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치료 대신 ‘특별한 여행’ 택한 91세 할머니의 유언은?

입력 2016.10.04 (14:58) 수정 2016.10.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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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주면 멋있지 않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꽃을 보내고 싶으면 누군가에게 꽃을 보내 놀라게 해주세요! 그리고 미스 노마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자선 단체를 골라 기부를 하세요! 당신의 공동체와 당신의 가족을 위해 돈을 쓰세요! 당신의 할머니를 모셔가 외식을 하고 맥주를 대접해드리세요!"

90살이던 지난해 7월 자궁암 진단을 받은 뒤 일체의 의학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자동차로 아메리카대륙 횡단 여행을 하다 13개월 만에 숨진 노마 바우어 슈미트(이하 노마) 할머니의 유족들이 고인의 뜻이라며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만일 가까이 있고 가능하다면 미스 노마의 삶을 기리고 기념식수를 하는 행사에 참여해주십시오. 행사는 10월 7일 유람선 선착장에서 5분 거리인 프라이데이 하버 공원에서 열립니다. 행사 후에는 조촐하게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루트 비어 플롯츠(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탄산음료를 부은 후식)와 케이크가 제공되는 리셉션이 열릴 것입니다."

노마 할머니와 아들 부부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노마 할머니와 아들 부부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

암 치료 대신 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 택한 90세 할머니

노마 할머니가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건 지난해 7월이었다. 노마 할머니의 남편이 숨진 지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고 당시 할머니의 나이는 90세였다. 노마 할머니는 치료를 받는 대신에 평생 해보지 못한 여행을 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전했고 가족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152cm 키에 체중 45kg인 할머니가 항암치료 대신에 무기한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는 건 무리라면서 의료진이 말렸지만, 노마 할머니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노마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반려견 링고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노마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반려견 링고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결국, 노마 할머니는 지난해 8월 말 아들 부부, 반려견인 링고와 함께 레저용 차량에 몸을 싣고 미시간 주 북동부 프레스크 아일의 집을 떠났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날씨를 고려해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고 싶은데 간다'는 것이 노마 할머니의 유일한 여행 계획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시작하면서 노마 할머니는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에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2016년 2월 플로리다 세인트오거스틴 해변에서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2016년 2월 플로리다 세인트오거스틴 해변에서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

"사람들이 내 여행을 지켜보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할머니의 페이스북인 드라이빙 미스 노마 (Driving Miss Norma)의 팔로워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노마 할머니의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가 여행 틈틈이 사진과 글을 올릴 때마다 수만 명이 반응을 보이면서 노마 할머니의 특별한 여행에 관심을 보이고 격려했다.

노마와 아들 팀, 며느리 라미, 애완견 링고를 태운 RV는 그동안 미국 32개 주 75개 도시 곳곳을 돌며 약 2만 1천km를 주행했다. 여행하면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설립 100주년을 맞아 그랜드캐니언·옐로스톤을 비롯한 20여 국립공원 기념행사에 초청돼 참석했다.

2016년 1월 월트 디즈니 월드에서 아들과 함께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2016년 1월 월트 디즈니 월드에서 아들과 함께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또한, 미 해군 ,미국 프로농구 애틀랜타 호크스팀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 마을로부터 초대를 받았지만, 노마 할머니를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초대에 응하지 못할 정도로 날이 갈수록 노마 할머니의 인기가 치솟았다.

2016년 4월 애틀랜타 호크스 치어 리더들과 함께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2016년 4월 애틀랜타 호크스 치어 리더들과 함께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노마 할머니는 이번 여행을 통해 90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일들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열기구와 승마를 즐기는 등 감히 평상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짜릿한 경험도 즐겼다.

가족들과 함께 열기구를 타고 있는 노마 할머니가족들과 함께 열기구를 타고 있는 노마 할머니

승마를 즐기고 있는 노마 할머니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승마를 즐기고 있는 노마 할머니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

노마 할머니는 여행 1년을 맞은 지난 8월 말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길로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통해 삶과 배려와 사랑,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소셜 미디어에 썼다. 노마 할머니는 '지금까지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성 패트릭스 날을 기념해 힐턴 헤드 섬에서 열린 행진에 참여한 노마 할머니(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성 패트릭스 날을 기념해 힐턴 헤드 섬에서 열린 행진에 참여한 노마 할머니(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할머니의 여행에 동행한 아들 부부도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세상 곳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배웠다"며 "여행 과정에서 직접 만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격려를 보내주는 이들로부터 큰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커다란 둥지를 짓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미국 워싱턴 주 프라이데이 하버 병원에 누워있는 노마 할머니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미국 워싱턴 주 프라이데이 하버 병원에 누워있는 노마 할머니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13개월 만에 끝난 '특별한 여행'

여행으로 활력을 회복했지만, 나이 때문에 병마를 완전히 이기지는 못했다. 워싱턴 주 프라이데이 하버에 도착한 8월 초부터 건강이 악화하기 시작해 결국 지난달 30일 아들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희망'대로 캠핑카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을 선택하지 않고 집을 떠나 여행길에 나선 지 13개월 만의 일이었다. 노마 할머니의 사망을 알린 소셜 미디어에는 많은 사람이 '슬퍼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삶을 애도했다.

노마 할머니는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고향인 미시간 주로 돌아가 1년여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곁에 영원히 잠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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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암 치료 대신 ‘특별한 여행’ 택한 91세 할머니의 유언은?
    • 입력 2016-10-04 14:58:36
    • 수정2016-10-04 14:59:52
    취재K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주면 멋있지 않겠습니까?. 만일 당신이 꽃을 보내고 싶으면 누군가에게 꽃을 보내 놀라게 해주세요! 그리고 미스 노마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자선 단체를 골라 기부를 하세요! 당신의 공동체와 당신의 가족을 위해 돈을 쓰세요! 당신의 할머니를 모셔가 외식을 하고 맥주를 대접해드리세요!"

90살이던 지난해 7월 자궁암 진단을 받은 뒤 일체의 의학적인 치료를 거부하고 자동차로 아메리카대륙 횡단 여행을 하다 13개월 만에 숨진 노마 바우어 슈미트(이하 노마) 할머니의 유족들이 고인의 뜻이라며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이다.

"만일 가까이 있고 가능하다면 미스 노마의 삶을 기리고 기념식수를 하는 행사에 참여해주십시오. 행사는 10월 7일 유람선 선착장에서 5분 거리인 프라이데이 하버 공원에서 열립니다. 행사 후에는 조촐하게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루트 비어 플롯츠(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탄산음료를 부은 후식)와 케이크가 제공되는 리셉션이 열릴 것입니다."

노마 할머니와 아들 부부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
암 치료 대신 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 택한 90세 할머니

노마 할머니가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은 건 지난해 7월이었다. 노마 할머니의 남편이 숨진 지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이었고 당시 할머니의 나이는 90세였다. 노마 할머니는 치료를 받는 대신에 평생 해보지 못한 여행을 하면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전했고 가족들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152cm 키에 체중 45kg인 할머니가 항암치료 대신에 무기한 장거리 여행을 떠난다는 건 무리라면서 의료진이 말렸지만, 노마 할머니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노마 할머니와 아들, 그리고 반려견 링고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결국, 노마 할머니는 지난해 8월 말 아들 부부, 반려견인 링고와 함께 레저용 차량에 몸을 싣고 미시간 주 북동부 프레스크 아일의 집을 떠났다.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날씨를 고려해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고 싶은데 간다'는 것이 노마 할머니의 유일한 여행 계획이었다.

그렇게 여행을 시작하면서 노마 할머니는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에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2016년 2월 플로리다 세인트오거스틴 해변에서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
"사람들이 내 여행을 지켜보면서 삶을 마무리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할머니의 페이스북인 드라이빙 미스 노마 (Driving Miss Norma)의 팔로워는 40만 명을 넘어섰다. 노마 할머니의 아들 팀과 며느리 라미가 여행 틈틈이 사진과 글을 올릴 때마다 수만 명이 반응을 보이면서 노마 할머니의 특별한 여행에 관심을 보이고 격려했다.

노마와 아들 팀, 며느리 라미, 애완견 링고를 태운 RV는 그동안 미국 32개 주 75개 도시 곳곳을 돌며 약 2만 1천km를 주행했다. 여행하면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설립 100주년을 맞아 그랜드캐니언·옐로스톤을 비롯한 20여 국립공원 기념행사에 초청돼 참석했다.

2016년 1월 월트 디즈니 월드에서 아들과 함께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또한, 미 해군 ,미국 프로농구 애틀랜타 호크스팀 등 다양한 기관과 단체, 마을로부터 초대를 받았지만, 노마 할머니를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초대에 응하지 못할 정도로 날이 갈수록 노마 할머니의 인기가 치솟았다.

2016년 4월 애틀랜타 호크스 치어 리더들과 함께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노마 할머니는 이번 여행을 통해 90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새로운 일들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열기구와 승마를 즐기는 등 감히 평상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짜릿한 경험도 즐겼다.

가족들과 함께 열기구를 타고 있는 노마 할머니
승마를 즐기고 있는 노마 할머니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

노마 할머니는 여행 1년을 맞은 지난 8월 말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길로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통해 삶과 배려와 사랑,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소셜 미디어에 썼다. 노마 할머니는 '지금까지 여행에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바로 이곳"이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성 패트릭스 날을 기념해 힐턴 헤드 섬에서 열린 행진에 참여한 노마 할머니(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할머니의 여행에 동행한 아들 부부도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세상 곳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배웠다"며 "여행 과정에서 직접 만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격려를 보내주는 이들로부터 큰 힘과 용기를 얻는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 커다란 둥지를 짓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미국 워싱턴 주 프라이데이 하버 병원에 누워있는 노마 할머니 (사진=드라이빙 미스 노마)
13개월 만에 끝난 '특별한 여행'

여행으로 활력을 회복했지만, 나이 때문에 병마를 완전히 이기지는 못했다. 워싱턴 주 프라이데이 하버에 도착한 8월 초부터 건강이 악화하기 시작해 결국 지난달 30일 아들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희망'대로 캠핑카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 항암 치료 등을 선택하지 않고 집을 떠나 여행길에 나선 지 13개월 만의 일이었다. 노마 할머니의 사망을 알린 소셜 미디어에는 많은 사람이 '슬퍼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그녀의 삶을 애도했다.

노마 할머니는 장례절차가 끝나는 대로 고향인 미시간 주로 돌아가 1년여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곁에 영원히 잠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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