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조망권 고집하다 ‘물의 도시’된 마린시티

입력 2016.10.06 (13:19) 수정 2016.10.0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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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에 상륙한 5일 오전 10시,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가의 영화의거리.

마침 만조시간까지 겹치면서 높이 10m 이상의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거대한 해일처럼 밀어닥쳤다.

밀려온 파도에 물 바다 된 '마린시티'

바닷물은 곧바로 아파트 앞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덮치고 아파트로 단지 안으로 밀려가 도로 곳곳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가로수와 가로등이 쓰러지고 보도블록 수백 장이 떨어져 나와 거리에 흩어졌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피해상황을 SNS로 전하며 "영화를 보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연관기사] ☞ 방파제 무용지물…부산 ‘마린시티’ 아수라장

5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변도로에 주차한 차량이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에 밀려 화단으로 올라가 있다(상). 주민들이 바닷물에 잠긴 마린시티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하).5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변도로에 주차한 차량이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에 밀려 화단으로 올라가 있다(상). 주민들이 바닷물에 잠긴 마린시티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하).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富村)이자 랜드마크인 마린시티가 '물의 도시'로 변했다.

최고급·초고층 아파트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뛰어난 조망권을 자랑하지만 이번 태풍에도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도로를 넘어와 마린시티를 덮친 것이다.

상가 10여 곳 침수…인도와 도로 1만㎡ 파손

방파제를 따라 들어선 인도의 보도블록이 수십 미터에 걸쳐 파도에 떨어져 나갔고 보도블록들은 상가를 덮쳤다.

해운대구청이 마린시티 일대 피해를 집계해보니, 상가 10여 곳이 침수나 파손피해를 입었다.

또 도로변 가로등 12개가 파손됐고 인도와 도로 1만여㎡도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에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변도로 상가와 보행로가 물에 잠기고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에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변도로 상가와 보행로가 물에 잠기고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마린시티는 이번 태풍뿐만 아니라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를 비롯해 2010년 태풍 뎬무, 2011년 태풍 무이파, 2012년 태풍 볼라벤과 산바 등 태풍이 내습할 때마다 침수 피해를 입었다.

바다와 48m 인접한 건물에 방파제 높이는 고작 5.1m

마린시티 앞 바다에 설치된 길이 780m, 높이 5.1미터의 방파제와 높이 1.2미터의 방수벽도 초대형 파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임이 드러난 것이다.

마린시티 내 대우 트럼프 월드마린 아파트와 바다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48미터. 걸어서도 1분밖에 안되는 거리다.

특히 매립지에 조성된 마린시티는 먼바다와 바로 맞닿은 돌출된 지형이어서 태풍이 발생하면 월파와 해일피해가 충분히 예상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허술하게 지어졌을까?

그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조망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방수벽은 당초 계획의 절반 높이 밖에 설치되지 못한 것이다.

주민들 민원 때문에 방수벽 높이지 못해

거듭된 태풍 피해로 인해 부산시 해운대구가 높이 2.5미터의 방수벽을 설치하려 했지만 마린시티 입주자대표연합회 측은 "구청 계획대로 방수벽을 쌓으면 방수벽에 가려 보도나 카페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를 했다.

당시 마린시티 주민들 1000여 명의 서명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도 전달됐다.

5일 오전 태풍 ‘차바’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아파트 단지로 쏟아지고 있다. 5일 오전 태풍 ‘차바’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아파트 단지로 쏟아지고 있다.

결국 해일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도 민원 등을 이유로 계획의(2.5미터) 절반 높이(1.2미터)의 방수벽만 쌓은 것이다.

부산시 '마린시티 용역'… 예산 확보 걸림돌

방수벽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태풍 내습 때마다 확인되면서 부산시는 마린시티 일대를 '해일 피해 위험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0년까지 국비와 시비 655억원을 투입해 마린시티 호안 650m 구간 너비를 7m 더 넓히는 것과 동시에 육지에서 100m 가량 떨어진 해상에 길이 650m, 수면 높이 7m의 방파제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인 마린시티에 또 다시 많은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반감도 없지 않지만 이미 마린시티는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고, 시민 수만 명이 몰려 사는 주거지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운대 일대를 해일 피해 위험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이 진행 중인데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상 방파제 설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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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뭣이 중헌디?…조망권 고집하다 ‘물의 도시’된 마린시티
    • 입력 2016-10-06 13:19:58
    • 수정2016-10-06 13:23:33
    취재K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에 상륙한 5일 오전 10시, 해운대구 마린시티 해안가의 영화의거리.

마침 만조시간까지 겹치면서 높이 10m 이상의 집채만 한 파도가 방파제를 넘어 거대한 해일처럼 밀어닥쳤다.

밀려온 파도에 물 바다 된 '마린시티'

바닷물은 곧바로 아파트 앞 도로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덮치고 아파트로 단지 안으로 밀려가 도로 곳곳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가로수와 가로등이 쓰러지고 보도블록 수백 장이 떨어져 나와 거리에 흩어졌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피해상황을 SNS로 전하며 "영화를 보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연관기사] ☞ 방파제 무용지물…부산 ‘마린시티’ 아수라장

5일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변도로에 주차한 차량이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에 밀려 화단으로 올라가 있다(상). 주민들이 바닷물에 잠긴 마린시티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고 있다(하).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富村)이자 랜드마크인 마린시티가 '물의 도시'로 변했다.

최고급·초고층 아파트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 뛰어난 조망권을 자랑하지만 이번 태풍에도 엄청난 높이의 파도가 도로를 넘어와 마린시티를 덮친 것이다.

상가 10여 곳 침수…인도와 도로 1만㎡ 파손

방파제를 따라 들어선 인도의 보도블록이 수십 미터에 걸쳐 파도에 떨어져 나갔고 보도블록들은 상가를 덮쳤다.

해운대구청이 마린시티 일대 피해를 집계해보니, 상가 10여 곳이 침수나 파손피해를 입었다.

또 도로변 가로등 12개가 파손됐고 인도와 도로 1만여㎡도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거대한 파도에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해변도로 상가와 보행로가 물에 잠기고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마린시티는 이번 태풍뿐만 아니라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를 비롯해 2010년 태풍 뎬무, 2011년 태풍 무이파, 2012년 태풍 볼라벤과 산바 등 태풍이 내습할 때마다 침수 피해를 입었다.

바다와 48m 인접한 건물에 방파제 높이는 고작 5.1m

마린시티 앞 바다에 설치된 길이 780m, 높이 5.1미터의 방파제와 높이 1.2미터의 방수벽도 초대형 파도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임이 드러난 것이다.

마린시티 내 대우 트럼프 월드마린 아파트와 바다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48미터. 걸어서도 1분밖에 안되는 거리다.

특히 매립지에 조성된 마린시티는 먼바다와 바로 맞닿은 돌출된 지형이어서 태풍이 발생하면 월파와 해일피해가 충분히 예상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허술하게 지어졌을까?

그 이유는 바로 주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조망권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로 방수벽은 당초 계획의 절반 높이 밖에 설치되지 못한 것이다.

주민들 민원 때문에 방수벽 높이지 못해

거듭된 태풍 피해로 인해 부산시 해운대구가 높이 2.5미터의 방수벽을 설치하려 했지만 마린시티 입주자대표연합회 측은 "구청 계획대로 방수벽을 쌓으면 방수벽에 가려 보도나 카페에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를 했다.

당시 마린시티 주민들 1000여 명의 서명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등에도 전달됐다.

5일 오전 태풍 ‘차바’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에서 바닷물이 방파제를 넘어 아파트 단지로 쏟아지고 있다.
결국 해일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도 민원 등을 이유로 계획의(2.5미터) 절반 높이(1.2미터)의 방수벽만 쌓은 것이다.

부산시 '마린시티 용역'… 예산 확보 걸림돌

방수벽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 태풍 내습 때마다 확인되면서 부산시는 마린시티 일대를 '해일 피해 위험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오는 2020년까지 국비와 시비 655억원을 투입해 마린시티 호안 650m 구간 너비를 7m 더 넓히는 것과 동시에 육지에서 100m 가량 떨어진 해상에 길이 650m, 수면 높이 7m의 방파제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부촌인 마린시티에 또 다시 많은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반감도 없지 않지만 이미 마린시티는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고, 시민 수만 명이 몰려 사는 주거지라는 점을 고려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운대 일대를 해일 피해 위험지구로 지정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이 진행 중인데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해상 방파제 설치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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