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도 호재도 먼저 퍼졌다”…한미약품 SNS 들여다보니

입력 2016.10.06 (18:09) 수정 2016.10.0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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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들지 마세요”…KBS 취재진이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캡쳐 사진’

한미약품 늑장 공시로 논란이 한참이던 지난 3일, KBS 취재진은 한 장의 카카오톡 대화 캡쳐 사진을 입수했다. 수백 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주식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방이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한미약품이나 한미 사이언스 내일 건드리지(건들지) 마세요" "내일 계약 파기 공시 나온대요"라는 글이 써져 있다. 이어서 "한미가 영업은 잘 하는데 입단속을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글이 올라온 시간은 9월 29일 오후 6시 53분.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이메일로 8,5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 파기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시점은 9월 29일 오후 7시 6분. 그보다 13분이나 앞선 시간이다.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기도 전에 SNS에 계약 파기 사실이 유통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 정보 유출·빼 낸 정보로 주식 거래 하는 것도 모두 불법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 활용과 관련해 꾸준히 의견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계약 파기 진행 상황을 알고 있는 회사 내부자가 이메일로 공식 통보를 받기도 전에 계약이 깨질 것임을 인식하고 외부로 해당 내용을 유출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정보를 유출한 것도, 이러한 정보로 주식 거래를 하는 것도 모두 명백한 불법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모순점에 주목하고 내부 정보 유출에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우선 해당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입수한 뒤 역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공시와 계약 체결 담당 직원들의 휴대폰을 입수한 뒤 대검찰청 포렌식센터에 맡겨 과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톡 대화가 흘러간 정황이 포착되면 대화방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 호재 공시 내용도 사전에 알려졌다는 의혹

악재 공시 뿐이 아니다. 9월 29일 오후 4시쯤. 한미약품이 제넨텍에 항암제 신기술을 수출한다는 호재 공시가 올라왔는데, 이 역시 이미 사전에 내용이 알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악재 공시는 몰라도, 호재 공시에 대해서는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재 공시가 나기 10일 전부터 한미약품은 13%나 폭등했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이 기간 주식 매매로 큰 차익을 챙긴 계좌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미약품의 내부 정보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에도 대규모 기술 수출과 관련한 내부 정보로 불공정 주식 거래를 하다가 검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신약 기술수출 계약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수천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한미약품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구속 기소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 사건 이후에도 유독 한미약품 관련 정보는 시장에 많이 떠돌았다고 말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 내부적으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한미약품 주식 거래가 이뤄졌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다.

카카오톡 대화로 금융위원회의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단 장이 열리고 한미약품 악재 공시 사이, 즉 9월 30일 오전 9시부터 9시 28분까지, 악재 공시를 예감하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5만 건이나 집중됐는데, 누가 얼마나, 왜 공매도를 했는지 분석하는데 시간이 열흘 정도 더 걸리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매매 동향 분석 자료가 나오는 대로 기초 조사 결과를 정리해, 사건을 신속히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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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재도 호재도 먼저 퍼졌다”…한미약품 SNS 들여다보니
    • 입력 2016-10-06 18:09:59
    • 수정2016-10-07 07:14:41
    취재K
■ “건들지 마세요”…KBS 취재진이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캡쳐 사진’

한미약품 늑장 공시로 논란이 한참이던 지난 3일, KBS 취재진은 한 장의 카카오톡 대화 캡쳐 사진을 입수했다. 수백 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주식 정보를 공유하는 대화방이었다.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한미약품이나 한미 사이언스 내일 건드리지(건들지) 마세요" "내일 계약 파기 공시 나온대요"라는 글이 써져 있다. 이어서 "한미가 영업은 잘 하는데 입단속을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글이 올라온 시간은 9월 29일 오후 6시 53분.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이메일로 8,500억 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 파기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시점은 9월 29일 오후 7시 6분. 그보다 13분이나 앞선 시간이다.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정식 통보를 받기도 전에 SNS에 계약 파기 사실이 유통되고 있었다는 뜻이다.


■ 정보 유출·빼 낸 정보로 주식 거래 하는 것도 모두 불법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기술 활용과 관련해 꾸준히 의견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계약 파기 진행 상황을 알고 있는 회사 내부자가 이메일로 공식 통보를 받기도 전에 계약이 깨질 것임을 인식하고 외부로 해당 내용을 유출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정보를 유출한 것도, 이러한 정보로 주식 거래를 하는 것도 모두 명백한 불법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모순점에 주목하고 내부 정보 유출에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우선 해당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입수한 뒤 역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공시와 계약 체결 담당 직원들의 휴대폰을 입수한 뒤 대검찰청 포렌식센터에 맡겨 과거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톡 대화가 흘러간 정황이 포착되면 대화방에 참여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 호재 공시 내용도 사전에 알려졌다는 의혹

악재 공시 뿐이 아니다. 9월 29일 오후 4시쯤. 한미약품이 제넨텍에 항암제 신기술을 수출한다는 호재 공시가 올라왔는데, 이 역시 이미 사전에 내용이 알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악재 공시는 몰라도, 호재 공시에 대해서는 제약업계를 중심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호재 공시가 나기 10일 전부터 한미약품은 13%나 폭등했다. 그래서 금융당국이 이 기간 주식 매매로 큰 차익을 챙긴 계좌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미약품의 내부 정보 유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에도 대규모 기술 수출과 관련한 내부 정보로 불공정 주식 거래를 하다가 검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당시 검찰은 신약 기술수출 계약 관련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수천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로 한미약품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구속 기소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 사건 이후에도 유독 한미약품 관련 정보는 시장에 많이 떠돌았다고 말한다. 이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 내부적으로 정보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한미약품 주식 거래가 이뤄졌던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전했다.

카카오톡 대화로 금융위원회의 조사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일단 장이 열리고 한미약품 악재 공시 사이, 즉 9월 30일 오전 9시부터 9시 28분까지, 악재 공시를 예감하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5만 건이나 집중됐는데, 누가 얼마나, 왜 공매도를 했는지 분석하는데 시간이 열흘 정도 더 걸리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매매 동향 분석 자료가 나오는 대로 기초 조사 결과를 정리해, 사건을 신속히 검찰에 넘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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