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언어 장벽’을 넘어…통일 백일장

입력 2016.10.08 (08:20) 수정 2016.10.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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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내일이 한글날이죠?

남북이 같이 한글을 쓰지만 부모를 따라 북에서 내려온 탈북 청소년들은 막상 현실에서 언어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더군요?

네, 청소년들의 겨우 단순히 의사 소통만 하는게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하다 보니 말의 차이가 곧 학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네 이런 탈북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특별한 백일장이 열렸는데요.

학생들이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리가 됐습니다.

백승주 아나운서도 깜짝 출연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하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중구에 있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대학 입시반 수업이 한창입니다.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그런데, 탈북 청소년들은 공부할 때 다른 학생들보다 몇 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수아(여명학교 학생) : "어휘가 너무 다르고 또 외래어... 순수 우리말을 사용하는 북한과 달리 외래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다보니까 너무 어려워서 사전을 사용해야 되고, 또 모르는 말이 많다 보니까 그걸 따로 공부해야 되기 때문에, 공부 양이 많기 때문에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는 게 두 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수아는 남북한의 언어 차이 때문에 한동안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곤 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아(여명학교 학생) : "‘사과 주스’를 달라고 했어야 되는데 ‘사과 단물’을 좀 달라고 이렇게 얘기 해가지고 옆에 친구들이 다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저 혼자 막 못 알아듣고 하니까 소외감 같은 것도 느끼고 그런 기억도 있는 것 같아요."

수아는 수시로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며 교과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또, 친구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나가고 있다는데요.

한글날을 며칠 앞두고 수아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 청소년 3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글쓰기를 격려하고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통일 글짓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송은혜(탈북민 대안학교 ‘평택 성비전 학교’교장) : "우리 아이들이 아직은 글쓰기를 좀 어려워해요. 근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 글쓰기 나도 자신있구나,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고..."

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 백일장은 올해로 두 번째인데요.

지금 제 뒤에 보이는 학생들~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습니다.

오늘, 과연 어떤 글들이 나올까요?

오늘의 글짓기 주제는 ‘내가 꿈꾸는 나라’와 ‘고마운 사람’, 그리고 ‘인내와 용기’입니다.

<녹취> "마음속에 있는 진솔한 얘기를 풀어주면 되겠습니다."

글쓰기 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이죠?

올망졸망~귀여운 초등학생들이 종이 위에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 놓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김승환(백일장 참가 학생) : "가족에게.. 엄마 저를 태어나게 해 주시고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준비물 살 때 오백 원이나 천원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금 타면 엄마 아빠께 나눠드릴게요."

<녹취> "꼭 수상해요~"

<녹취> "네."

<녹취> "파이팅!"

<인터뷰> 이덕한(백일장 참가 학생) : "제가 꿈꾸는 나라에 대해서 썼어요. 제가 원하는 나라는요.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되어서 화목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얼마 전,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백일장에 참가했습니다.

‘인내와 용기’를 주제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네요.

<인터뷰> 이수아(여명학교 학생) : "고3이다보니까 바깥 구경도 잘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오늘 날씨도 좋고 이런 백일장에 참가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고요. 그 주제(인내와 용기)가 딱 아까 발표 되었을 때 저의 마음에 와 닿은 것 같았는데, 내 거다 싶었는데 쓰면서 보니까 아 정말 어렵구나..."

글쓰기를 마친 학생들은 청명한 하늘을 지붕 삼아 도시락을 먹으며 마음껏 가을을 즐겨봅니다.

<녹취> 김용매(백일장 참가 학생) : "글 쓰고 밥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이번 백일장은 글 솜씨를 겨루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탈북 청소년들이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극복하고,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그런 취지에 맞게 대회장 한쪽에서는 단어를 북한 말로 풀어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사용법도 가르쳐주고 있었는데요.

한 회사 직원들이 탈북 학생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다가 우연히 아이들이 언어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앱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규식(‘남북 언어풀이 앱’ 개발지원(제일기획 신문화팀장) : "교과서 중심으로 번역을 했고요. 이제는 신문이라든가 영화라든가 일단 생활 속에 있는 단어들까지도 계속 업데이트를 해 나가서 지금은 한 이만 여 개 단어가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멀리 내다본다면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모두가 궁금해 하는 심사 결과 발표 시간인데요.

‘인내와 용기’를 주제로 글을 쓴 구기원 학생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구기원(통일백일장 대상 수상자) : "중국에서 아버지랑 할머니랑 생활하던 일과 엄마를... 엄마에 대해서 원망하는 일도 썼고,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는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말했어요."

<인터뷰> 복거일(심사위원/소설가) : "그 점이 좋았어요. 어린 나이에 보통 사람들이 겪기 어려운 힘든 경험들을 했잖아요. 근데 그걸 나름으로 잘 삭혀가지고 그걸 자산으로 삼겠다는 태도가 보여서 흐뭇하고 든든하고 대견했습니다."

한글날을 맞아 탈북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통일 백일장!

학생들이 종이에 꾹꾹 눌러 쓴 진솔한 글들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렸는데요.

남북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우리 사회의 든든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70여 년의 분단으로 언어마저도 장벽이 생긴 남과 북.

그러나, 그 언어의 장벽을 넘어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씩 통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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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언어 장벽’을 넘어…통일 백일장
    • 입력 2016-10-08 09:16:09
    • 수정2016-10-10 14:11:49
    남북의 창
<앵커 멘트> 내일이 한글날이죠? 남북이 같이 한글을 쓰지만 부모를 따라 북에서 내려온 탈북 청소년들은 막상 현실에서 언어 차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다더군요? 네, 청소년들의 겨우 단순히 의사 소통만 하는게 아니라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하다 보니 말의 차이가 곧 학업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겁니다. 네 이런 탈북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한 특별한 백일장이 열렸는데요. 학생들이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자리가 됐습니다. 백승주 아나운서도 깜짝 출연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현장으로 홍은지 리포터가 안내하겠습니다. <리포트> 서울 중구에 있는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 대학 입시반 수업이 한창입니다. 저마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그런데, 탈북 청소년들은 공부할 때 다른 학생들보다 몇 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이수아(여명학교 학생) : "어휘가 너무 다르고 또 외래어... 순수 우리말을 사용하는 북한과 달리 외래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다보니까 너무 어려워서 사전을 사용해야 되고, 또 모르는 말이 많다 보니까 그걸 따로 공부해야 되기 때문에, 공부 양이 많기 때문에 공부가 어렵게 느껴지는 게 두 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한국에 온 지 6년째인 수아는 남북한의 언어 차이 때문에 한동안 자신도 모르게 주눅이 들곤 했습니다. <인터뷰> 이수아(여명학교 학생) : "‘사과 주스’를 달라고 했어야 되는데 ‘사과 단물’을 좀 달라고 이렇게 얘기 해가지고 옆에 친구들이 다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저 혼자 막 못 알아듣고 하니까 소외감 같은 것도 느끼고 그런 기억도 있는 것 같아요." 수아는 수시로 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며 교과서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또, 친구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좁혀나가고 있다는데요. 한글날을 며칠 앞두고 수아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 청소년 3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글쓰기를 격려하고 학교생활 적응을 돕는 ‘통일 글짓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송은혜(탈북민 대안학교 ‘평택 성비전 학교’교장) : "우리 아이들이 아직은 글쓰기를 좀 어려워해요. 근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 글쓰기 나도 자신있구나,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고..." 탈북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통일 백일장은 올해로 두 번째인데요. 지금 제 뒤에 보이는 학생들~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습니다. 오늘, 과연 어떤 글들이 나올까요? 오늘의 글짓기 주제는 ‘내가 꿈꾸는 나라’와 ‘고마운 사람’, 그리고 ‘인내와 용기’입니다. <녹취> "마음속에 있는 진솔한 얘기를 풀어주면 되겠습니다." 글쓰기 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이죠? 올망졸망~귀여운 초등학생들이 종이 위에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 놓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한번 들어볼까요? <녹취> 김승환(백일장 참가 학생) : "가족에게.. 엄마 저를 태어나게 해 주시고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준비물 살 때 오백 원이나 천원 주셔서 감사합니다. 상금 타면 엄마 아빠께 나눠드릴게요." <녹취> "꼭 수상해요~" <녹취> "네." <녹취> "파이팅!" <인터뷰> 이덕한(백일장 참가 학생) : "제가 꿈꾸는 나라에 대해서 썼어요. 제가 원하는 나라는요. 남한과 북한이 하나가 되어서 화목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얼마 전,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한 수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백일장에 참가했습니다. ‘인내와 용기’를 주제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네요. <인터뷰> 이수아(여명학교 학생) : "고3이다보니까 바깥 구경도 잘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오늘 날씨도 좋고 이런 백일장에 참가하게 돼서 감회가 새롭고요. 그 주제(인내와 용기)가 딱 아까 발표 되었을 때 저의 마음에 와 닿은 것 같았는데, 내 거다 싶었는데 쓰면서 보니까 아 정말 어렵구나..." 글쓰기를 마친 학생들은 청명한 하늘을 지붕 삼아 도시락을 먹으며 마음껏 가을을 즐겨봅니다. <녹취> 김용매(백일장 참가 학생) : "글 쓰고 밥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이번 백일장은 글 솜씨를 겨루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탈북 청소년들이 남북한의 언어 차이를 극복하고, 글쓰기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그런 취지에 맞게 대회장 한쪽에서는 단어를 북한 말로 풀어주는 무료 애플리케이션 사용법도 가르쳐주고 있었는데요. 한 회사 직원들이 탈북 학생들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다가 우연히 아이들이 언어 차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이 앱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규식(‘남북 언어풀이 앱’ 개발지원(제일기획 신문화팀장) : "교과서 중심으로 번역을 했고요. 이제는 신문이라든가 영화라든가 일단 생활 속에 있는 단어들까지도 계속 업데이트를 해 나가서 지금은 한 이만 여 개 단어가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멀리 내다본다면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 이제 모두가 궁금해 하는 심사 결과 발표 시간인데요. ‘인내와 용기’를 주제로 글을 쓴 구기원 학생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구기원(통일백일장 대상 수상자) : "중국에서 아버지랑 할머니랑 생활하던 일과 엄마를... 엄마에 대해서 원망하는 일도 썼고,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는 어려운 점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말했어요." <인터뷰> 복거일(심사위원/소설가) : "그 점이 좋았어요. 어린 나이에 보통 사람들이 겪기 어려운 힘든 경험들을 했잖아요. 근데 그걸 나름으로 잘 삭혀가지고 그걸 자산으로 삼겠다는 태도가 보여서 흐뭇하고 든든하고 대견했습니다." 한글날을 맞아 탈북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통일 백일장! 학생들이 종이에 꾹꾹 눌러 쓴 진솔한 글들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울렸는데요. 남북한 언어의 장벽을 넘어, 우리 사회의 든든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70여 년의 분단으로 언어마저도 장벽이 생긴 남과 북. 그러나, 그 언어의 장벽을 넘어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한 걸음씩 통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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