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꿈의 에너지 ‘인공 태양’ 건설 프로젝트

입력 2016.10.08 (22:14) 수정 2016.10.0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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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이 195개국 당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체결됐죠.

온실가스를 줄여 산업화 이전의 온도와 비교해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 제한폭을 최대 1.5℃로 유지하자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등 전 세계 35개 나라가 함께 프랑스 남부에서 바로 이 인공 태양을 건설 중입니다.

파리 박진현 특파원이 인류 최대의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모든 것이 눈으로 덮여 있는 설국에서 17년째 멈추지 않고 달리는 열차.

괴력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아이언 맨.

서로 다른 공상 과학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질적인 이 캐릭터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태양 에너지와 같은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에너지가 이제는 상상속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와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미래 세대의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휴양 도시 엑상 프로방스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의 한적한 마을 카다라슈.

42만 제곱미터의 넓은 지역에 거대한 구조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바로 국제 핵융합실험로인 '이터'(ITER)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곳입니다.

이터 프로젝트의 핵심인 인공 태양 건설현장입니다.

토요일까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전체 4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는 2025년 첫 시험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이 인공 태양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베르나 비고(ITER 사무총장) : "석탄을 사용하는 천 메가와트 발전소는 8백만에서 천만 톤의 석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핵융합은 350kg의 수소만을 사용하면 됩니다."

석유, 석탄과 같은 한정된 화석 연료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공해 문제 등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핵 분열을 이용하는 핵 발전소와는 달리 방사능 유출과 폭발 등의 위험이 전혀 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인터뷰> 베르나 비고(ITER 사무총장) : "핵 융합 기술은 통제가 가능한 기술입니다.원자로 안에는 단 2g의 수소만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만에 하나 잘못되더라도 바로 중단시킬 수 있죠. 폭발 위험성도 없고 방사능 물질이 분출할 일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꿈의 청정 에너지인 인공 태양의 원리는 무엇일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수소 원자핵 4개가 1억 5천만도 이상의 열을 받아 하나의 헬륨 원자핵으로 합쳐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연쇄적인 핵융합이 일어날 때 모든 입자는 고체도 액체도 그리고 기체도 아닌 제4의 물질 플라즈마라는 상태가 됩니다.

태양처럼 이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유지시켜서 핵융합을 지속적으로 유발시키는 장치가 바로 '토카막'이라는 장치입니다.

높이 30m, 폭 30m 무게가 2만 3,000t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토카막을 건설하기 위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극한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수(ITER 사무차장) : "1억 5천만도 2억도 가깝게 온도를 올립니다. 그런데 그것을 진공 안에 담아야 하고 그러고 그 밖에는 초전도 자석이 있어요. 그 초전도 자석은 절대 온도 4도, 영하 270도에 돌아갑니다."

라틴어로 새로운 길을 의미하기도 하는 '이터' 프로젝트의 시작은 냉전이 끝나가던 지난 19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소 폭탄의 강한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해보자며 미국과 소련이 머리를 맞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35개국이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화 된 것은 2006년입니다.

EU와 28개 회원국 그리고 미국,러시아,일본,중국,인도 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U가 전체 예산의 45.6%를 담당하고 나머지 여섯 나라가 9.1%씩 분활합니다.

참가국들의 인구는 전세계의 50%가 넘고 GDP도 80%이상이니 지구 대표선수들이 모인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은 후발주자이지만 한국형 인공 태양인 K-STAR를 성공 시킨 경험으로 이터 프로젝트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핵공학자 사정우 박사도 30여 명의 한국 과학자 가운데 한명인데 '플라즈마'가 머물게 될 토카막의 진공관 건설에 관여합니다.

<인터뷰> 사정우(진공관 한국책임연구원) : "(각 나라에서 만들어진)진공용기 9개를 조립해야 하고 그것을 위한 제작 설계를 위한 사전 회의입니다."

인공 태양 건설은 이처럼 철저히 분업화가 되어 있습니다.

이터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프랑스 기업입니다.

거대한 밀링 머신을 이용해 강철에 홈을 만들고 있는데 가장 긴면이 14미터나 되지만 오차율이 0.1 밀리미터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한 작업이 진행됩니다.

인공 태양안에 들어가는 코일을 보호하는 절판입니다. 이 절판은 추가 공정을 위해 이탈리아로 보내지는데 이처럼 대부분의 작업이 회원국간의 협업으로 완성됩니다.

참여하는 나라와 기업의 특장점을 고려해 발주를 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클로드(CNIM 홍보 이사) : "전체적인 제작 과정에 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밀한 기계기술이 특히 중요한데 그래서 여러 회사가 공동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지도 않은 어려운 부분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우선 35개 국가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달성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경수(ITER 사무차장) : "지진해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면서 일본의 공장이 문을 닫아서 그런 임팩트가 있었구요. 2008년 미국, 유럽 경제위기가 왔었죠. 그것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인공 태양 첫 시험 가동을 당초 2020년을 목표로 했으나 5년이 연기된 것도 결국,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뷰> 베르나르 비고(ITER 사무총장) : "가장 도전적인 부분은 품질관리와 안전을 포함한 모든 규격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처음 통합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죠. 키워드는 '통합'입니다."

그렇다면, 2025년 인공 태양의 시험 가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예기치 않은 변수가 너무 많은 만큼 100%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화석 연료 시대를 마감하고 후손들에게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인공 태양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서 박진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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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꿈의 에너지 ‘인공 태양’ 건설 프로젝트
    • 입력 2016-10-08 22:44:26
    • 수정2016-10-09 08:09:10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지난해 말 프랑스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유엔 기후변화 협약이 195개국 당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체결됐죠.

온실가스를 줄여 산업화 이전의 온도와 비교해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 제한폭을 최대 1.5℃로 유지하자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한다면 지구 온난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서 인공 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 에너지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등 전 세계 35개 나라가 함께 프랑스 남부에서 바로 이 인공 태양을 건설 중입니다.

파리 박진현 특파원이 인류 최대의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모든 것이 눈으로 덮여 있는 설국에서 17년째 멈추지 않고 달리는 열차.

괴력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아이언 맨.

서로 다른 공상 과학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이질적인 이 캐릭터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태양 에너지와 같은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이 에너지가 이제는 상상속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와 온난화로부터 지구를 구할 '미래 세대의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휴양 도시 엑상 프로방스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의 한적한 마을 카다라슈.

42만 제곱미터의 넓은 지역에 거대한 구조물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바로 국제 핵융합실험로인 '이터'(ITER)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곳입니다.

이터 프로젝트의 핵심인 인공 태양 건설현장입니다.

토요일까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전체 42%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는 2025년 첫 시험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이 인공 태양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 베르나 비고(ITER 사무총장) : "석탄을 사용하는 천 메가와트 발전소는 8백만에서 천만 톤의 석탄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핵융합은 350kg의 수소만을 사용하면 됩니다."

석유, 석탄과 같은 한정된 화석 연료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공해 문제 등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핵 분열을 이용하는 핵 발전소와는 달리 방사능 유출과 폭발 등의 위험이 전혀 없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인터뷰> 베르나 비고(ITER 사무총장) : "핵 융합 기술은 통제가 가능한 기술입니다.원자로 안에는 단 2g의 수소만이 들어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만에 하나 잘못되더라도 바로 중단시킬 수 있죠. 폭발 위험성도 없고 방사능 물질이 분출할 일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꿈의 청정 에너지인 인공 태양의 원리는 무엇일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수소 원자핵 4개가 1억 5천만도 이상의 열을 받아 하나의 헬륨 원자핵으로 합쳐지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연쇄적인 핵융합이 일어날 때 모든 입자는 고체도 액체도 그리고 기체도 아닌 제4의 물질 플라즈마라는 상태가 됩니다.

태양처럼 이 플라즈마를 오랫동안 유지시켜서 핵융합을 지속적으로 유발시키는 장치가 바로 '토카막'이라는 장치입니다.

높이 30m, 폭 30m 무게가 2만 3,000t이나 되는 세계 최대의 토카막을 건설하기 위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극한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경수(ITER 사무차장) : "1억 5천만도 2억도 가깝게 온도를 올립니다. 그런데 그것을 진공 안에 담아야 하고 그러고 그 밖에는 초전도 자석이 있어요. 그 초전도 자석은 절대 온도 4도, 영하 270도에 돌아갑니다."

라틴어로 새로운 길을 의미하기도 하는 '이터' 프로젝트의 시작은 냉전이 끝나가던 지난 1985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소 폭탄의 강한 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사용해보자며 미국과 소련이 머리를 맞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35개국이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화 된 것은 2006년입니다.

EU와 28개 회원국 그리고 미국,러시아,일본,중국,인도 한국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U가 전체 예산의 45.6%를 담당하고 나머지 여섯 나라가 9.1%씩 분활합니다.

참가국들의 인구는 전세계의 50%가 넘고 GDP도 80%이상이니 지구 대표선수들이 모인 것으로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은 후발주자이지만 한국형 인공 태양인 K-STAR를 성공 시킨 경험으로 이터 프로젝트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핵공학자 사정우 박사도 30여 명의 한국 과학자 가운데 한명인데 '플라즈마'가 머물게 될 토카막의 진공관 건설에 관여합니다.

<인터뷰> 사정우(진공관 한국책임연구원) : "(각 나라에서 만들어진)진공용기 9개를 조립해야 하고 그것을 위한 제작 설계를 위한 사전 회의입니다."

인공 태양 건설은 이처럼 철저히 분업화가 되어 있습니다.

이터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 프랑스 기업입니다.

거대한 밀링 머신을 이용해 강철에 홈을 만들고 있는데 가장 긴면이 14미터나 되지만 오차율이 0.1 밀리미터 이하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한 작업이 진행됩니다.

인공 태양안에 들어가는 코일을 보호하는 절판입니다. 이 절판은 추가 공정을 위해 이탈리아로 보내지는데 이처럼 대부분의 작업이 회원국간의 협업으로 완성됩니다.

참여하는 나라와 기업의 특장점을 고려해 발주를 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장클로드(CNIM 홍보 이사) : "전체적인 제작 과정에 많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밀한 기계기술이 특히 중요한데 그래서 여러 회사가 공동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지도 않은 어려운 부분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우선 35개 국가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계획이 차질 없이 달성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이경수(ITER 사무차장) : "지진해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나면서 일본의 공장이 문을 닫아서 그런 임팩트가 있었구요. 2008년 미국, 유럽 경제위기가 왔었죠. 그것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인공 태양 첫 시험 가동을 당초 2020년을 목표로 했으나 5년이 연기된 것도 결국,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인터뷰> 베르나르 비고(ITER 사무총장) : "가장 도전적인 부분은 품질관리와 안전을 포함한 모든 규격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처음 통합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죠. 키워드는 '통합'입니다."

그렇다면, 2025년 인공 태양의 시험 가동은 성공할 수 있을까?

앞으로도 예기치 않은 변수가 너무 많은 만큼 100%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화석 연료 시대를 마감하고 후손들에게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인공 태양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서 박진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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