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고위 관료의 “사랑해” 열창…역시 ‘고수’

입력 2016.10.09 (16:45) 수정 2016.10.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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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한글날을 이틀 앞둔 10월 7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 1층 전시실에서 한국 대중가요가 울려 퍼졌다. 노래의 주인공은 마에카와 기헤이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한글 디자인 특별전' 개막식 축사에서 한국 사랑 노래를 열창한 것이다. 일본 사람이 한국말로 부르는 한국의 사랑 노래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도 한글날을 앞두고 열린 한국 문화 행사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대학생 시절 양국 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로 1주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배운 노래라고 했다. 마에카와 사무차관은 상대국의 노래나 언어를 배우는 것, 더 나아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밝혔다. 학생들도 그렇게 서로의 문화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마에카와 기헤이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한글 디자인 특별전 개막식에서 한국 노래를 열창한 일본인 관료다.마에카와 기헤이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한글 디자인 특별전 개막식에서 한국 노래를 열창한 일본인 관료다.

한글 행사에서 한국 노래 열창 日 관료

과시하기 좋아하는 고위관료들이 참석하는 행사의 개막식은 으레, 의전과 격식을 따지면서 건조한 덕담을 주고받으며 끝나기 마련이다. 특히 외교관들이 참석하는 행사는 더욱 그렇다. 일본 문부성 차관의 깜찍한(?) 일탈은 그래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오래 전 배운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일본 가라오케에서 열심히 연습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가 이번 행사를 '외교적 의무방어전'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참석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노력과 정성을 들일수록, 상대방의 심리적 방어선은 쉽게 허물어진다. 일본 관료들은 그래서 고수다.


이번 행사에는 일본 학생들도 참석해서 눈길을 끓었다. 도쿄 시내 한 중학교의 '한국문화 학습반' 학생 20여 명이 현장 학습을 겸해서 전시회에 참석했다. 대중문화에 익숙하고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을 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 청소년들이 한국의 옛 문자 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전시회가 문화 콘텐츠로서의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학생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개관 두 돌 맞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첫 해외특별전이다. 첫 장소가 일본이라서 관심을 모았다. 한글사랑으로 유명한 일본인 학자 노마 히데키의 한글 소개 영상이 상영되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일본의 한글 연구가 노마 히데키와 관련된 내용도 전시됐다.일본의 한글 연구가 노마 히데키와 관련된 내용도 전시됐다.

'문화 콘텐츠 소재'로서의 한글 강조

한글의 원형이 담긴 훈민정음을 행사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만, 한글의 과학적 창제원리나 탁월한 활용성 등을 알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실, 한글의 원형을 간직한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외국인들의 단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문적 성과를 알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이례적으로 문화 콘텐츠 창작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는 점은 그래서 적절한 목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전시돼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전시돼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전시회에는 한글의 원형을 응용한 디자인 작품 30여 점이 공개됐다. 제자·구성·응용원리를 그래픽, 조형물 등으로 형상화했다. 응용미술과 산업디자인 소재로서 한글의 확장성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한글 전시회와는 차이가 있다.


한글은 진작부터 예술 창작의 원천으로서뿐만 아니라 상업적 디자인의 소재로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음, 모음, 자음의 순서로 초성, 중성, 종성을 이루어 하나의 음(음절)을 표현하는 원리는 한 때, 조형미를 부여하는 데 한계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특성이 오히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장점으로 여겨진다. 이미 그래픽 디자인의 소재로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글은 장난감이나 가구의 디자인 등 실용적 활용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개성이 가득한 음소 하나하나가 약간의 변형만 가해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된다. 한글의 숨겨진 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전시

한글 디자인 작품들은 이례적으로 일본에서 먼저 공개됐다. 10월 28일까지 일본에서 전시회를 연 뒤, 2017년년 상반기에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행사 자체가 해외를 겨냥했음을 보여준다. 문화도 국경을 넘어 경쟁하는 시대다. 돈이 들더라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해외로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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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09 16:45:39
    • 수정2016-10-09 16:46:38
    취재K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한글날을 이틀 앞둔 10월 7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 1층 전시실에서 한국 대중가요가 울려 퍼졌다. 노래의 주인공은 마에카와 기헤이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한글 디자인 특별전' 개막식 축사에서 한국 사랑 노래를 열창한 것이다. 일본 사람이 한국말로 부르는 한국의 사랑 노래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도 한글날을 앞두고 열린 한국 문화 행사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대학생 시절 양국 교류 프로그램의 하나로 1주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배운 노래라고 했다. 마에카와 사무차관은 상대국의 노래나 언어를 배우는 것, 더 나아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고 밝혔다. 학생들도 그렇게 서로의 문화를 배웠으면 좋겠다는 뜻도 밝혔다.

마에카와 기헤이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한글 디자인 특별전 개막식에서 한국 노래를 열창한 일본인 관료다.
한글 행사에서 한국 노래 열창 日 관료

과시하기 좋아하는 고위관료들이 참석하는 행사의 개막식은 으레, 의전과 격식을 따지면서 건조한 덕담을 주고받으며 끝나기 마련이다. 특히 외교관들이 참석하는 행사는 더욱 그렇다. 일본 문부성 차관의 깜찍한(?) 일탈은 그래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오래 전 배운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 일본 가라오케에서 열심히 연습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가 이번 행사를 '외교적 의무방어전' 차원에서 형식적으로 참석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노력과 정성을 들일수록, 상대방의 심리적 방어선은 쉽게 허물어진다. 일본 관료들은 그래서 고수다.


이번 행사에는 일본 학생들도 참석해서 눈길을 끓었다. 도쿄 시내 한 중학교의 '한국문화 학습반' 학생 20여 명이 현장 학습을 겸해서 전시회에 참석했다. 대중문화에 익숙하고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을 알아가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 청소년들이 한국의 옛 문자 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전시회가 문화 콘텐츠로서의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학생을 포함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이번 전시회는 개관 두 돌 맞은 국립한글박물관의 첫 해외특별전이다. 첫 장소가 일본이라서 관심을 모았다. 한글사랑으로 유명한 일본인 학자 노마 히데키의 한글 소개 영상이 상영되는 점도 주목 대상이다.

일본의 한글 연구가 노마 히데키와 관련된 내용도 전시됐다.
'문화 콘텐츠 소재'로서의 한글 강조

한글의 원형이 담긴 훈민정음을 행사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지만, 한글의 과학적 창제원리나 탁월한 활용성 등을 알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실, 한글의 원형을 간직한 훈민정음의 제자 원리를 외국인들의 단번에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문적 성과를 알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이례적으로 문화 콘텐츠 창작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는 점은 그래서 적절한 목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전시돼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전시회에는 한글의 원형을 응용한 디자인 작품 30여 점이 공개됐다. 제자·구성·응용원리를 그래픽, 조형물 등으로 형상화했다. 응용미술과 산업디자인 소재로서 한글의 확장성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한글 전시회와는 차이가 있다.


한글은 진작부터 예술 창작의 원천으로서뿐만 아니라 상업적 디자인의 소재로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음, 모음, 자음의 순서로 초성, 중성, 종성을 이루어 하나의 음(음절)을 표현하는 원리는 한 때, 조형미를 부여하는 데 한계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특성이 오히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한 장점으로 여겨진다. 이미 그래픽 디자인의 소재로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한글은 장난감이나 가구의 디자인 등 실용적 활용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개성이 가득한 음소 하나하나가 약간의 변형만 가해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된다. 한글의 숨겨진 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전시

한글 디자인 작품들은 이례적으로 일본에서 먼저 공개됐다. 10월 28일까지 일본에서 전시회를 연 뒤, 2017년년 상반기에 국내에서도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행사 자체가 해외를 겨냥했음을 보여준다. 문화도 국경을 넘어 경쟁하는 시대다. 돈이 들더라도 더 많이 더 다양하게 해외로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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