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나의 알아보자] 갤노트7, 왜 한국 소비자안전은 뒷전이었나?

입력 2016.10.14 (06:05) 수정 2016.10.27 (16: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3일부터 한국에서 삼성 갤럭시 노트7의 교환과 환불이 시작됐다. 지난 8월 19일 출시 이후 전세계에서 발화사고가 잇따르고 리콜, 사용중지 권고가 거듭된 혼란 끝에 내려진 조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 것은 정부의 늦은 대처였다. 지난 8월 24일 첫 사고가 일어난 곳이 한국이고 제조사 삼성은 한국기업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정부로부터 정확한 정보와 행동 지침을 얻을 수 없었다.

정작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곳은 미국 정부였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CPSC)는 사고가 잇따르자 9월 9일 소비자들에게 사용중지를 권고했다. 이어 9월 15일 공식 리콜을 발표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9월 22일에야 삼성의 리콜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 국내 소비자에게 사용중지 권고가 내려진 것은 10월 11일로, 미국에 비해 한달 이상 늦었다. 그 사이 교환받은 신제품을 포함해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고가 이어졌다.

한국, 제품안전 전담기관 없어

제품 안전 사고는 소비자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신속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이를 위해 제품 안전 관리를 전담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위해정보 수집부터 제품 시험, 리콜까지 모든 제품 안전 업무를 총괄한다.




반면 한국은 제품 안전 관리의 각 단계별로 주관 기관이 다르다. 위해정보 수집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등이 담당하고, 제품 안전관리는 국가기술표준원이 맡고 있다. 리콜 명령이 내려지면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다.

이처럼 복잡한 보고체계 때문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긴밀하지 못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를 일주일 뒤에나 언론 보도를 통해 파악했다. 국표원은 미국이 공식 리콜을 발표한 지 5일이 지난 9월 20일에야 제품안전자문위원회를 열고 자발적 리콜 계획이 위해를 제거하는데 충분한지 검토했다.

리콜 정보도 구체적이지 않아

9월 2일 삼성이 리콜을 발표하자 한국 언론은 '통 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비공식 리콜'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에서 리콜의 첫 단계는 기업이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 위해 정보를 신고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기업과 함께 필요한 조치의 범위와 방법, 소비자 권고 조치를 결정한다. 지난 2일 삼성의 일방적인 자진 리콜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됐다. 그 결과 한 쪽에서는 갤럭시노트7을 교환해주고 다른 쪽에서는 같은 제품을 여전히 판매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미국은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소비자에게 리콜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은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 리콜 정보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콜을 알리는 포스터는 리콜의 내용뿐만 아니라 '리콜', '안전' 등을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무료 상담전화 번호를 밝혀야 한다. 글자는 충분히 크고 글자의 색깔은 바탕색과 대조를 이뤄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반면 한국은 제품안전기본법 시행령에서 '소비자와 판매자 등에게 수거 등의 조치 계획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제품 수거 계획서에 넣도록 한 것이 가이드라인의 전부다. 실제 리콜 정보를 전달할 매체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지 않아 선언적인 규정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갤럭시 노트7처럼 구매 과정에 제조사, 이통사, 판매사가 얽힌 경우, 소비자가 친절한 리콜 정보를 얻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소비자 안전 정책 재검토해야

한국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관심이 높고 기대수준이 높아,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환경은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데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7 사태는 소비자들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제도는 국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김나나의 알아보자] 갤노트7, 왜 한국 소비자안전은 뒷전이었나?
    • 입력 2016-10-14 06:05:52
    • 수정2016-10-27 16:51:32
    김나나의 알아보자
13일부터 한국에서 삼성 갤럭시 노트7의 교환과 환불이 시작됐다. 지난 8월 19일 출시 이후 전세계에서 발화사고가 잇따르고 리콜, 사용중지 권고가 거듭된 혼란 끝에 내려진 조치다. 이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 것은 정부의 늦은 대처였다. 지난 8월 24일 첫 사고가 일어난 곳이 한국이고 제조사 삼성은 한국기업이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정부로부터 정확한 정보와 행동 지침을 얻을 수 없었다. 정작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곳은 미국 정부였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CPSC)는 사고가 잇따르자 9월 9일 소비자들에게 사용중지를 권고했다. 이어 9월 15일 공식 리콜을 발표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9월 22일에야 삼성의 리콜 계획을 공식 승인했다. 국내 소비자에게 사용중지 권고가 내려진 것은 10월 11일로, 미국에 비해 한달 이상 늦었다. 그 사이 교환받은 신제품을 포함해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고가 이어졌다. 한국, 제품안전 전담기관 없어 제품 안전 사고는 소비자의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신속한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은 이를 위해 제품 안전 관리를 전담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위해정보 수집부터 제품 시험, 리콜까지 모든 제품 안전 업무를 총괄한다. 반면 한국은 제품 안전 관리의 각 단계별로 주관 기관이 다르다. 위해정보 수집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등이 담당하고, 제품 안전관리는 국가기술표준원이 맡고 있다. 리콜 명령이 내려지면 중앙행정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한다. 이처럼 복잡한 보고체계 때문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신속하고 긴밀하지 못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고를 일주일 뒤에나 언론 보도를 통해 파악했다. 국표원은 미국이 공식 리콜을 발표한 지 5일이 지난 9월 20일에야 제품안전자문위원회를 열고 자발적 리콜 계획이 위해를 제거하는데 충분한지 검토했다. 리콜 정보도 구체적이지 않아 9월 2일 삼성이 리콜을 발표하자 한국 언론은 '통 큰 결단'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정부와 합의되지 않은 '비공식 리콜'에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에서 리콜의 첫 단계는 기업이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 위해 정보를 신고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기업과 함께 필요한 조치의 범위와 방법, 소비자 권고 조치를 결정한다. 지난 2일 삼성의 일방적인 자진 리콜은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됐다. 그 결과 한 쪽에서는 갤럭시노트7을 교환해주고 다른 쪽에서는 같은 제품을 여전히 판매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미국은 이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소비자에게 리콜 사실을 알리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은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할 리콜 정보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리콜을 알리는 포스터는 리콜의 내용뿐만 아니라 '리콜', '안전' 등을 명시적으로 나타내고, 무료 상담전화 번호를 밝혀야 한다. 글자는 충분히 크고 글자의 색깔은 바탕색과 대조를 이뤄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반면 한국은 제품안전기본법 시행령에서 '소비자와 판매자 등에게 수거 등의 조치 계획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제품 수거 계획서에 넣도록 한 것이 가이드라인의 전부다. 실제 리콜 정보를 전달할 매체와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지 않아 선언적인 규정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갤럭시 노트7처럼 구매 과정에 제조사, 이통사, 판매사가 얽힌 경우, 소비자가 친절한 리콜 정보를 얻는 것은 더욱 쉽지 않다. 소비자 안전 정책 재검토해야 한국 소비자들은 신제품에 관심이 높고 기대수준이 높아, 제품의 국제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환경은 한국 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데 유리한 환경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7 사태는 소비자들의 권리와 안전에 대한 우리나라의 제도는 국제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