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차준환, 내년엔 4회전 루프 뛴다

입력 2016.10.14 (07:43) 수정 2016.10.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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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차준환 효과’…남자 피겨 상향 평준화

지난해 2월 여자 피겨 유망주를 취재하러 간 태릉 국제빙상장. 그 한쪽 편에서 남자 선수 한 명이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면서 계속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뛰고 또 뛰고 얼음판에 계속 미끄러졌지만,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히죽히죽 웃음을 짓는 게 인상적이긴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 저렇게 축이 무너지면 당분간은 트리플 악셀을 실전에서 성공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1년 반 뒤인 지난달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다시 본 차준환의 점프는 정말로 깜짝 놀랄 정도였다. 트리플 악셀은 물론이거니와 4회전 살코점프도 어쩜 그렇게 안정적으로 뛰는지. 느린 동작으로 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도대체 1년 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번의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1위를 차지하고 국내 선발전인 랭킹전 출전을 위해 차준환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점프를 담당하는 지슬란 코치와 함께였다. 토론토 크리켓 클럽에서는 오서 코치가 총괄을 맞고 지슬란 코치가 점프, 데이비드 윌슨이 안무 등을 담당하는 등 팀제로 움직이고 있다. 점프와 스핀, 안무 등 세부적인 시간표가 따로 있는데 차준환은 하루 15분 정도 점프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최근 10cm 이상 부쩍 자란 키, 자칫 잘못하다간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만큼 그 부분을 가장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차준환과 지슬란코치차준환과 지슬란코치

지슬란 코치와 차준환에게 물어봐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연습과 노력,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승부욕? 차준환에게 하네스(몸에 줄을 연결해 점프를 도와주는 보조기구)없이 처음으로 4회전 점프에 성공했을 때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차준환의 답이 걸작이었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요?" 해냈다던가, 기쁘다던가 그런 예상이 단숨에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차준환은 안 그래도 오서 코치가 "너는 4회전 점프를 해냈는데 왜 기뻐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면서, 그때 느낀 감정은 "이렇게 쉬운 거였는데 왜 그동안 그거 하나 못하고 헤맸는지 나 자신을 탓했다는 것이었다.

차준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사이 왜 점프가 좋아졌는지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답은 '스피드'. 고난도 점프를 실패할 때 그 실패 원인을 분석해보면 스케이팅 속도가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정 점프를 시도하기 위한 최적의 속도와 동선, 이런 것들을 몸에 익혔기 때문에 점프가 안정화됐다는 것이다. 실전에서도 연습할 때의 그 느낌을 끊임없이 떠올린다고 했다.


지슬란 코치는 차준환의 4회전 살코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답하면서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추가로 했는데, 차준환이 지난여름 이미 4회전 토와 4회전 루프 점프 랜딩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4회전 루프점프???? 4회전 루프는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얼마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로 그 점프이다. 이 점프 하나에 무려 12점이 걸려있는, 프로그램에 장착한다면 세계 최정상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히든카드다. 물론 지금은 부상에 대한 우려와 체력문제 때문에 시도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훈련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년 시즌엔 4회전 점프 3개를 프로그램에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8년 2월에 있을 평창올림픽, 내년 시즌 프로그램은 곧 올림픽 프로그램이다.


차준환이 4회전 점프 3개를 한 프로그램에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체력이 밑받침돼야 한다. 체형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상 없이 몸 관리를 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 15살의 나이를 감안할 때 부담이 간다. 그래서 차준환은 지금 토론토에서도 하루 3시간씩 근력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토론토 크리켓 클럽에서 하뉴 유즈루와 함께 훈련하고 있는 만큼 더 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이 낮을 때도 자신의 체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실전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고집할 만큼 승부욕이 강한 차준환. 더이상 귀여운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는 한국 피겨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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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침없는 차준환, 내년엔 4회전 루프 뛴다
    • 입력 2016-10-14 07:43:41
    • 수정2016-10-14 22: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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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기사] ☞ [뉴스9] ‘차준환 효과’…남자 피겨 상향 평준화 지난해 2월 여자 피겨 유망주를 취재하러 간 태릉 국제빙상장. 그 한쪽 편에서 남자 선수 한 명이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면서 계속 엉덩방아를 찧고 있었다. 뛰고 또 뛰고 얼음판에 계속 미끄러졌지만,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히죽히죽 웃음을 짓는 게 인상적이긴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 저렇게 축이 무너지면 당분간은 트리플 악셀을 실전에서 성공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1년 반 뒤인 지난달 주니어 그랑프리 3차 대회. 다시 본 차준환의 점프는 정말로 깜짝 놀랄 정도였다. 트리플 악셀은 물론이거니와 4회전 살코점프도 어쩜 그렇게 안정적으로 뛰는지. 느린 동작으로 봐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도대체 1년 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번의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1위를 차지하고 국내 선발전인 랭킹전 출전을 위해 차준환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점프를 담당하는 지슬란 코치와 함께였다. 토론토 크리켓 클럽에서는 오서 코치가 총괄을 맞고 지슬란 코치가 점프, 데이비드 윌슨이 안무 등을 담당하는 등 팀제로 움직이고 있다. 점프와 스핀, 안무 등 세부적인 시간표가 따로 있는데 차준환은 하루 15분 정도 점프에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한다고 했다. 최근 10cm 이상 부쩍 자란 키, 자칫 잘못하다간 부상을 당할 수 있는 만큼 그 부분을 가장 조심한다고 설명했다. 차준환과 지슬란코치 지슬란 코치와 차준환에게 물어봐도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연습과 노력,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승부욕? 차준환에게 하네스(몸에 줄을 연결해 점프를 도와주는 보조기구)없이 처음으로 4회전 점프에 성공했을 때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니, 차준환의 답이 걸작이었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요?" 해냈다던가, 기쁘다던가 그런 예상이 단숨에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차준환은 안 그래도 오서 코치가 "너는 4회전 점프를 해냈는데 왜 기뻐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면서, 그때 느낀 감정은 "이렇게 쉬운 거였는데 왜 그동안 그거 하나 못하고 헤맸는지 나 자신을 탓했다는 것이었다. 차준환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사이 왜 점프가 좋아졌는지에 대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답은 '스피드'. 고난도 점프를 실패할 때 그 실패 원인을 분석해보면 스케이팅 속도가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정 점프를 시도하기 위한 최적의 속도와 동선, 이런 것들을 몸에 익혔기 때문에 점프가 안정화됐다는 것이다. 실전에서도 연습할 때의 그 느낌을 끊임없이 떠올린다고 했다. 지슬란 코치는 차준환의 4회전 살코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답하면서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추가로 했는데, 차준환이 지난여름 이미 4회전 토와 4회전 루프 점프 랜딩에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4회전 루프점프???? 4회전 루프는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일본의 하뉴 유즈루가 얼마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로 그 점프이다. 이 점프 하나에 무려 12점이 걸려있는, 프로그램에 장착한다면 세계 최정상급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히든카드다. 물론 지금은 부상에 대한 우려와 체력문제 때문에 시도하고 있지 않지만,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시 훈련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년 시즌엔 4회전 점프 3개를 프로그램에 넣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8년 2월에 있을 평창올림픽, 내년 시즌 프로그램은 곧 올림픽 프로그램이다. 차준환이 4회전 점프 3개를 한 프로그램에서 소화하기 위해서는 물론 체력이 밑받침돼야 한다. 체형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상 없이 몸 관리를 하기는 쉽지 않은 데다, 15살의 나이를 감안할 때 부담이 간다. 그래서 차준환은 지금 토론토에서도 하루 3시간씩 근력훈련을 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토론토 크리켓 클럽에서 하뉴 유즈루와 함께 훈련하고 있는 만큼 더 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이 낮을 때도 자신의 체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실전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고집할 만큼 승부욕이 강한 차준환. 더이상 귀여운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주목받는 한국 피겨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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