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벤츠 구급차, 헐값에 폐차

입력 2016.10.17 (08:17) 수정 2016.10.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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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응급환자를 실어나르는 119 구급차 중에 고급 외제차 '벤츠'가 있단 사실, 알고 계십니까?

한 대당 2억 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도입 당시부터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는데요.

결국 5년 만에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폐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이규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폐차장 한켠에 119 벤츠 구급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새 차라고 해도 믿을 만큼 대부분 겉모습이 멀쩡합니다.

이 차들의 구입 가격은 2008년 당시 한 대당 2억 원!

지금은 고작 수백만 원에 폐차되고 있습니다.

<녹취> 폐차 업체(음성변조) : "(벤츠) 스프린터 오리지날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벤츠 구급차량도) 있고, 열 몇 대 있어요..."

소방당국이 들여온 벤츠 구급 차량은 모두 141대, 구입비용으로 270억 원이 들었습니다.

이송 중인 응급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영상장비를 갖추기 위해 내부가 넓은 수입 구급차를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골목길이 많고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은 국내 도로 현실에서 큰 차체는 출동에 방해만 됐습니다.

<녹취> 소방관계자(음성변조) : "보급돼 있는 (구급차들보다) 덩치가 한 1.5배 정도 크니까 골목길에 불법 주차돼 있는 차량들 때문에 운전하기에는 부담을 느끼죠."

게다가, 도입의 이유였던 고가의 원격 영상장비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원격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장비 구동에도 5분 이상 걸려 그 사이면 병원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소방관계자(음성변조) : "이송 거리가 10분 이내이다 보니까 원격 화상 진료 시스템을 쓰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고 그 목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는 현실이었으니까..."

전형적인 탁상행정 탓에 벤츠 구급차는 막대한 혈세만 낭비하고 제대로 사용조차 못 한 채 고철 신세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기자 멘트>

일반 구급차와 벤츠 구급차 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크기 차이가 확연한데요.

벤츠 구급차가 일반 구급차보다 약 1미터가 깁니다.

위에서 보신 것처럼, 원격 영상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소방당국은 지난 2009년 내부가 넓은 벤츠 차량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활용률은 3~4%에 그쳤습니다.

심지어 구급차는 급하게 출동하다보니 사고가 잦을 수 밖에 없는데, 비싼 부품비 때문에 보험료는 일반 구급차의 2~3배여서 유지조차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노후 부품 교체시 중고품까지 사용하면서 안전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내구연한이 지나자 환자들을 태웠던 구급차 특성상 다른 용도로 활용이 어렵다보니 결국 헐값에 폐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탁상행정으로 인한 이같은 혈세 낭비는 소방용 드론도 마찬가지인데요,

화재 현장을 촬영하고 조난자 수색을 위해 지난해 전국 소방서 6곳에 9대가 배치됐습니다.

총 1억 여원의 예산이 들었는데요.

그런데 전체 출동 횟수는 11번에 불과했습니다.

4곳의 소방서는 출동 실적조차 없었는데요.

드론을 운용할 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올해도 소방용 드론에 1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경찰이 지난 2011년 도입한 전기순찰차 '폴T3'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경찰은 탄소 배출이 없고 좁은 곳까지 순찰이 가능하다며 한 대당 700만 원을 주고 모두 10대를 구입했는데요.

하지만 원래 목적보다는 행사용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과학 수사를 한다며 70억 원이나 주고 산 CSI 특수차 역시 출동은 한달 평균 3~4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머지는 주차장에 방치돼있거나 아이들 견학용으로 쓰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도입하다보니 이같은 예산낭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오늘 25일부터 예산안 심사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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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억 벤츠 구급차, 헐값에 폐차
    • 입력 2016-10-17 08:21:32
    • 수정2016-10-17 0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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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환자를 실어나르는 119 구급차 중에 고급 외제차 '벤츠'가 있단 사실, 알고 계십니까?

한 대당 2억 원이 넘는 거액이어서 도입 당시부터 예산 낭비 논란이 일었는데요.

결국 5년 만에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폐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먼저, 이규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폐차장 한켠에 119 벤츠 구급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습니다.

새 차라고 해도 믿을 만큼 대부분 겉모습이 멀쩡합니다.

이 차들의 구입 가격은 2008년 당시 한 대당 2억 원!

지금은 고작 수백만 원에 폐차되고 있습니다.

<녹취> 폐차 업체(음성변조) : "(벤츠) 스프린터 오리지날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벤츠 구급차량도) 있고, 열 몇 대 있어요..."

소방당국이 들여온 벤츠 구급 차량은 모두 141대, 구입비용으로 270억 원이 들었습니다.

이송 중인 응급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원격 영상장비를 갖추기 위해 내부가 넓은 수입 구급차를 선택한 것입니다.

하지만, 골목길이 많고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은 국내 도로 현실에서 큰 차체는 출동에 방해만 됐습니다.

<녹취> 소방관계자(음성변조) : "보급돼 있는 (구급차들보다) 덩치가 한 1.5배 정도 크니까 골목길에 불법 주차돼 있는 차량들 때문에 운전하기에는 부담을 느끼죠."

게다가, 도입의 이유였던 고가의 원격 영상장비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원격 진료를 전담할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장비 구동에도 5분 이상 걸려 그 사이면 병원에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녹취> 소방관계자(음성변조) : "이송 거리가 10분 이내이다 보니까 원격 화상 진료 시스템을 쓰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고 그 목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는 현실이었으니까..."

전형적인 탁상행정 탓에 벤츠 구급차는 막대한 혈세만 낭비하고 제대로 사용조차 못 한 채 고철 신세로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기자 멘트>

일반 구급차와 벤츠 구급차 입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크기 차이가 확연한데요.

벤츠 구급차가 일반 구급차보다 약 1미터가 깁니다.

위에서 보신 것처럼, 원격 영상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소방당국은 지난 2009년 내부가 넓은 벤츠 차량을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활용률은 3~4%에 그쳤습니다.

심지어 구급차는 급하게 출동하다보니 사고가 잦을 수 밖에 없는데, 비싼 부품비 때문에 보험료는 일반 구급차의 2~3배여서 유지조차 어려웠습니다.

때문에 노후 부품 교체시 중고품까지 사용하면서 안전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내구연한이 지나자 환자들을 태웠던 구급차 특성상 다른 용도로 활용이 어렵다보니 결국 헐값에 폐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탁상행정으로 인한 이같은 혈세 낭비는 소방용 드론도 마찬가지인데요,

화재 현장을 촬영하고 조난자 수색을 위해 지난해 전국 소방서 6곳에 9대가 배치됐습니다.

총 1억 여원의 예산이 들었는데요.

그런데 전체 출동 횟수는 11번에 불과했습니다.

4곳의 소방서는 출동 실적조차 없었는데요.

드론을 운용할 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올해도 소방용 드론에 1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경찰이 지난 2011년 도입한 전기순찰차 '폴T3'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경찰은 탄소 배출이 없고 좁은 곳까지 순찰이 가능하다며 한 대당 700만 원을 주고 모두 10대를 구입했는데요.

하지만 원래 목적보다는 행사용으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과학 수사를 한다며 70억 원이나 주고 산 CSI 특수차 역시 출동은 한달 평균 3~4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나머지는 주차장에 방치돼있거나 아이들 견학용으로 쓰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도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도입하다보니 이같은 예산낭비로 이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는 오늘 25일부터 예산안 심사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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