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승부조작 무혐의’ 전창진 전 감독 눈물의 인터뷰

입력 2016.10.17 (16:46) 수정 2016.10.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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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진두지휘했던 코트에서의 전창진 감독은 아니었다. 평소보다 12kg이나 살이 빠져 양복이 헐렁해진 느낌, 농구 인생 40년 동안 뚝심있고 소신 넘쳤던 예전의 그 풍모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강하게 심판에게 어필하고 선수들에게 카메라 앞에서도 불같이 호통치고 이끌고 갔던 모습이 아니었다.

인삼공사에 피해가 갈까봐 전 인삼공사 감독 말고 자신을 전 프로농구 감독이라고 소개 할 때,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제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분명 눈가가 촉촉해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 제자가 본인에게 한 만큼 자신은 죽어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친구가 케이티에서 물건이 되기까지 정말 연습벌레처럼 죽도록 연습했다고” 뿌듯해하며 여전히 제자에 대한 마음과 농구에 대한 애착을 지니고 있었다.


프로농구 개막을 열흘 정도 앞두고 전창진 전 감독을 만났다. 원주 동부를 정상에 올려 놓은 뒤 꼴찌팀이었던 kt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국내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가 승부조작의 오명으로 무기한 등록 불허 처분을 받고 감독 생명이 사실상 끝난 사령탑, 길게 수식해 보자면 이 정도일 테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전창진이라는 이름 석자로 모든 설명이 가능한 감독이다.

농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지휘자, 지도자로서는 드물게 프론트 주무 출신으로 시작해 프로 무대에서 3회 우승을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코트 위에서 간혹 불같은 성격과 고집스러운 지도방식을 보여 그를 바라보는 시선엔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인간적인 매력 탓에 선수단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았고 농구계에 그를 추종하거나 영향을 받은 농구인도 적지 않았다.

"불면증, 대인기피증으로 12kg나 살 빠져”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은 최근 승부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고 농구계 복귀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KBL은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자 지난해 9월 '무기한 KBL 등록자격 불허' 조치를 내렸다. 당시 KBL은 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KBL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당시 아직 승부조작 혐의가 결론나지 않았던 시점이라 KBL의 결정이 지나치게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창진 전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무혐의 판결을 받은 이후 최초로 KBS와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심경을 털어 놓았다전창진 전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무혐의 판결을 받은 이후 최초로 KBS와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심경을 털어 놓았다

전창진 전 감독은 “당시 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왜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섞인 생각도 들었어요. 경찰에서 32시간, 검찰에서 10시간 조사를 받고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겪었어요”라며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무죄를 받은 부분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해요”라고 전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사죄했다. 주변 관리를 잘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도 인정하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 자체로 농구를 사랑하고 이끼는 팬들에게 무조건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농구할 마음 없어 KBL 재심 청구는 안할 것”

전창진 전 감독의 복귀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KBL의 섣부른 퇴출 징계 문제에 대해선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위기도 분명히 있다. 문화 차이는 있지만 메이저리거 강정호에 대한 피츠버그와 MLB 사무국의 입장과 대조돼 마녀사냥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고리타분한 말 같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지켜야 할 윤리이고 유죄 추정의 원칙은 오답이기 때문이다.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모든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무죄로 여겨지고 죄가 없는 사람이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은 논쟁의 여지없는 법적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강정호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피츠버그 구단은 공식적으로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을 뿐 어떠한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강정호의 경기 출전에도 도의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는 있을 지언정 강정호의 경기 출장을 두고 법적으로 문제 삼거나 제약의 대상으로 두는 어떠한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미국 사회에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창진 감독에게 코트 복귀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창진 전 감독은 코트 복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당분간 자숙하겠다고 밝혔다전창진 전 감독은 코트 복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당분간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전창진 감독은 부산 케이티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 2월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하고,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려 스포츠도박에 베팅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5월부터 경찰·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승부조작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 농구팬들이 그의 코트 복귀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창진 전 감독의 코트 복귀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고 논란이 있는 만큼 인터뷰 영상 전부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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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인터뷰] ‘승부조작 무혐의’ 전창진 전 감독 눈물의 인터뷰
    • 입력 2016-10-17 16:46:11
    • 수정2016-10-17 18:00:50
    취재K
분명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진두지휘했던 코트에서의 전창진 감독은 아니었다. 평소보다 12kg이나 살이 빠져 양복이 헐렁해진 느낌, 농구 인생 40년 동안 뚝심있고 소신 넘쳤던 예전의 그 풍모는 아니었다. 누구보다 강하게 심판에게 어필하고 선수들에게 카메라 앞에서도 불같이 호통치고 이끌고 갔던 모습이 아니었다.

인삼공사에 피해가 갈까봐 전 인삼공사 감독 말고 자신을 전 프로농구 감독이라고 소개 할 때,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제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는 분명 눈가가 촉촉해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 제자가 본인에게 한 만큼 자신은 죽어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친구가 케이티에서 물건이 되기까지 정말 연습벌레처럼 죽도록 연습했다고” 뿌듯해하며 여전히 제자에 대한 마음과 농구에 대한 애착을 지니고 있었다.


프로농구 개막을 열흘 정도 앞두고 전창진 전 감독을 만났다. 원주 동부를 정상에 올려 놓은 뒤 꼴찌팀이었던 kt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면서 국내 프로농구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가 승부조작의 오명으로 무기한 등록 불허 처분을 받고 감독 생명이 사실상 끝난 사령탑, 길게 수식해 보자면 이 정도일 테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전창진이라는 이름 석자로 모든 설명이 가능한 감독이다.

농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지휘자, 지도자로서는 드물게 프론트 주무 출신으로 시작해 프로 무대에서 3회 우승을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코트 위에서 간혹 불같은 성격과 고집스러운 지도방식을 보여 그를 바라보는 시선엔 호불호가 엇갈렸지만, 인간적인 매력 탓에 선수단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았고 농구계에 그를 추종하거나 영향을 받은 농구인도 적지 않았다.

"불면증, 대인기피증으로 12kg나 살 빠져”

인터뷰가 진행된 시점은 최근 승부조작 무혐의 처분을 받고 농구계 복귀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KBL은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자 지난해 9월 '무기한 KBL 등록자격 불허' 조치를 내렸다. 당시 KBL은 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에 KBL 구성원으로서 자격이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하지만 일부에서는 당시 아직 승부조작 혐의가 결론나지 않았던 시점이라 KBL의 결정이 지나치게 성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창진 전 프로농구 감독이 승부조작 무혐의 판결을 받은 이후 최초로 KBS와 단독 기자회견을 통해 심경을 털어 놓았다
전창진 전 감독은 “당시 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왜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지 않았을까라는 후회섞인 생각도 들었어요. 경찰에서 32시간, 검찰에서 10시간 조사를 받고 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겪었어요”라며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잘 알아요. 하지만 무죄를 받은 부분만큼은 알아주셨으면 해요”라고 전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사죄했다. 주변 관리를 잘 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도 인정하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 자체로 농구를 사랑하고 이끼는 팬들에게 무조건 죄송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농구할 마음 없어 KBL 재심 청구는 안할 것”

전창진 전 감독의 복귀를 두고는 갑론을박이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KBL의 섣부른 퇴출 징계 문제에 대해선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위기도 분명히 있다. 문화 차이는 있지만 메이저리거 강정호에 대한 피츠버그와 MLB 사무국의 입장과 대조돼 마녀사냥이 아니었냐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고리타분한 말 같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지켜야 할 윤리이고 유죄 추정의 원칙은 오답이기 때문이다.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모든 피고인 또는 피의자는 무죄로 여겨지고 죄가 없는 사람이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은 논쟁의 여지없는 법적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강정호가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었을 때 피츠버그 구단은 공식적으로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을 뿐 어떠한 제재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강정호의 경기 출전에도 도의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는 있을 지언정 강정호의 경기 출장을 두고 법적으로 문제 삼거나 제약의 대상으로 두는 어떠한 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미국 사회에선 무죄 추정의 원칙에 비추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창진 감독에게 코트 복귀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창진 전 감독은 코트 복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당분간 자숙하겠다고 밝혔다
전창진 감독은 부산 케이티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 2월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하고, 사채업자로부터 3억원을 빌려 스포츠도박에 베팅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5월부터 경찰·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승부조작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 농구팬들이 그의 코트 복귀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창진 전 감독의 코트 복귀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고 논란이 있는 만큼 인터뷰 영상 전부를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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