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동창·시누이 돈까지…300억대 투자 사기

입력 2016.10.18 (08:34) 수정 2016.10.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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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명 정수기 회사의 간부 행세를 하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자신에게 투자하면 달마다 3%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지인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았는데요.

이렇게 가로챈 금액 무려 3백70억 원이 넘었습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과 막역한 사이로 절친한 여고 동창이나 시누이 같은 가까운 친척이었습니다.

설마 내 친구가 또 내 친척이 사기를 치겠어라는 생각에 적게는 1억 많게는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맡겼는데요.

지인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암 환자인 55살 김 모 씨 요즘 통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진짜 처음에는 사지가 벌벌 떨리고 진짜 겁이 나.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평소 언니 동생 하며 알고 지낸 지인의 딸 37살 주 모 씨에게 투자한 1억 7천만 원을 모두 날리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주 씨 결혼식에 참석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는데요

비극은 주 씨가 김 씨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돈을 좀 빌려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처음에 시작됐어요. 돈을 빌려주기로…….”

주 씨는 평소 자신이 유명 정수기 업체 간부라고 말했는데요.

처음엔 적은 돈이나마 사업 자금을 빌려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 씨는 매달 2~4%에 해당하는 고수익을 주겠다며 김 씨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하라고 권했습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처음엔 만약에 두 주만 쓰겠다. 그러면 두 주 만에 원금하고 이자하고 딱 들어와요. 일주일 만에 주겠다고 하면 일주일 만에 들어오고 그랬기 때문에 믿었던 것이지.”

주 씨가 칼같이 이자를 주면서 김 씨는 주 씨를 믿고 더 많은 돈을 건넸는데요.

그런데! 지난 6월부터 수익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지난달에는 사업장을 정리할 거라면서 오히려 돈을 더 빌려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망설이던 김 씨에게 주 씨는 이자를 월 14%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수술비 걱정에 결국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려줬습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친정엄마 돈도 있고 지인들 돈도 있고 또 보험회사 같은 데서 대출을 해서 주고, 신용카드회사에서 대출을 받아서 주고.”

그렇게 해서 새롭게 7천만 원을 빌려준 김 씨.

앞서 투자한 돈 1억 원까지 더해 주 씨에게 건넨 돈이 모두 합쳐 1억 7천만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차용증을 쓴 그 날 이후로 주 씨는 갑자기 잠적해 버렸는데요.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전화를 해도 생전 전화가 안 돼. 설마 집에 있겠지 생각하고 갔는데 이사 갔다고 하는데 뒤통수가 띵한 거야.”

뒤늦게 해당 정수기 업체에 연락해봤더니 주 씨 이름을 가진 간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 씨는 경찰서를 찾아갔는데요.

경찰서에서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녀와 같은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던 겁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9월 7일 날, 고소 들어오고 나서 그 건이 보아하니 일이 상당히 커지겠다고 생각해서 전담반을 꾸려서 수사한 겁니다.”

지난 5일 경찰이 주 씨가 운영했다는 정수기 영업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럴듯하게 꾸며진 사무실 하지만 실제로 영업은 이뤄지진 않았다는데요.

사무실은 그저 투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눈속임용에 불과했습니다.

다행히 지난 6일 사라졌던 주 씨가 검거됐는데요.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본인 집이 아닌 지인 집에 숨어있는 것을 추적해서 검거했는데 잡힐 때는 순순히 잡혔고, 본인이 이미 낙담한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주 씨의 사기 행각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그녀가 처음 유명 정수기 업체 간부 행세를 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 8월!

그 이후 5년간 27명에게 무려 37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113억 원을 투자한 피해자까지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피해자들이) 다 지인입니다. 여고 동창 삼인방이라고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던 여고 동창 들이고 또 심지어는 시누이, 가족들 또 인간관계에 있는 친한 사람들, 아침에 야채즙을 배달하시는 그분도 있어요.”

피해자 대부분이 주 씨의 지인들이다 보니 투자 계약서나 차용증을 쓰지 않고 선뜻 돈을 건넨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지인들을 속일 수 있었던 걸까?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잘 안 믿는 사람들은 모 정수기 대여 업체 빌딩으로 불러요. ‘여기로 와라.’ 그렇게 해서 자기가 정말 간부인 것처럼 거기 사원들만 이용하는 휴게실에서 사기를 친 거죠.”

대담하게도 해당 업체 본사로 피해자를 끌어들여 투자 상담을 진행한 건데, 사기극을 도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보험회사 직원 39살 최 모 씨를 보험 계약을 미끼로 끌어들인 겁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일종의 작전이죠. 예전에 받았던 명함이 있어요. 그 회사 남자 직원 것.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전화번호만 바꿔서 (피의자 주씨가) 아는 남자한테 ‘네가 팀장인 척 들어와라. 올라와라.’ 그래서 미리 대기했다가 잘 못 믿는 사람에게 ‘어, 김 팀장 인사해.’ (했던 거죠.)”

이런 치밀한 사기극은 주 씨가 과거 해당 업체의 판매사원으로 근무한 경험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주 씨는 지인들을 상대로 왜 이런 사기극을 시작한 걸까?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예전에 배너 광고업을 했었대요. 2002년도 인지……. (그런데) 중간에 대형 광고사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본인이 밀린 거죠. 그러면서 빚이 좀 있었다고 하는데 그 빚 갚고, 남편이 사업하는데 사업 자금을 좀 주고….”

주 씨의 사기극은 지인들에게 큰 고통을 남겼습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남편 퇴직금, 아버지 퇴직금, 여기저기 빼 올 만한 돈은 다 빼 온 거예요. 본인 가족들 돈을 빼다가 투자한 사람 중에 그래서 이혼한 사람도 있고…….”

전문가들은 지인들 사이의 거래에서도 반드시 차용증을 쓸 것을 권하고, 비상식적인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는 의심부터 해볼 것을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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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동창·시누이 돈까지…300억대 투자 사기
    • 입력 2016-10-18 08:37:35
    • 수정2016-10-18 09: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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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유명 정수기 회사의 간부 행세를 하며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3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자신에게 투자하면 달마다 3%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지인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았는데요.

이렇게 가로챈 금액 무려 3백70억 원이 넘었습니다.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과 막역한 사이로 절친한 여고 동창이나 시누이 같은 가까운 친척이었습니다.

설마 내 친구가 또 내 친척이 사기를 치겠어라는 생각에 적게는 1억 많게는 100억 원이 넘는 돈을 맡겼는데요.

지인을 상대로 벌인 사기극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암 환자인 55살 김 모 씨 요즘 통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진짜 처음에는 사지가 벌벌 떨리고 진짜 겁이 나.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평소 언니 동생 하며 알고 지낸 지인의 딸 37살 주 모 씨에게 투자한 1억 7천만 원을 모두 날리게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주 씨 결혼식에 참석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는데요

비극은 주 씨가 김 씨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돈을 좀 빌려줬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얘기해서 처음에 시작됐어요. 돈을 빌려주기로…….”

주 씨는 평소 자신이 유명 정수기 업체 간부라고 말했는데요.

처음엔 적은 돈이나마 사업 자금을 빌려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 씨는 매달 2~4%에 해당하는 고수익을 주겠다며 김 씨에게 더 많은 돈을 투자하라고 권했습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처음엔 만약에 두 주만 쓰겠다. 그러면 두 주 만에 원금하고 이자하고 딱 들어와요. 일주일 만에 주겠다고 하면 일주일 만에 들어오고 그랬기 때문에 믿었던 것이지.”

주 씨가 칼같이 이자를 주면서 김 씨는 주 씨를 믿고 더 많은 돈을 건넸는데요.

그런데! 지난 6월부터 수익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지난달에는 사업장을 정리할 거라면서 오히려 돈을 더 빌려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망설이던 김 씨에게 주 씨는 이자를 월 14%로 올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지난해 암 수술을 받은 김 씨는 수술비 걱정에 결국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려줬습니다.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친정엄마 돈도 있고 지인들 돈도 있고 또 보험회사 같은 데서 대출을 해서 주고, 신용카드회사에서 대출을 받아서 주고.”

그렇게 해서 새롭게 7천만 원을 빌려준 김 씨.

앞서 투자한 돈 1억 원까지 더해 주 씨에게 건넨 돈이 모두 합쳐 1억 7천만 원이 넘습니다.

하지만 차용증을 쓴 그 날 이후로 주 씨는 갑자기 잠적해 버렸는데요.

<녹취>김○○ (피해자/음성변조): “전화를 해도 생전 전화가 안 돼. 설마 집에 있겠지 생각하고 갔는데 이사 갔다고 하는데 뒤통수가 띵한 거야.”

뒤늦게 해당 정수기 업체에 연락해봤더니 주 씨 이름을 가진 간부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 씨는 경찰서를 찾아갔는데요.

경찰서에서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녀와 같은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던 겁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9월 7일 날, 고소 들어오고 나서 그 건이 보아하니 일이 상당히 커지겠다고 생각해서 전담반을 꾸려서 수사한 겁니다.”

지난 5일 경찰이 주 씨가 운영했다는 정수기 영업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럴듯하게 꾸며진 사무실 하지만 실제로 영업은 이뤄지진 않았다는데요.

사무실은 그저 투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눈속임용에 불과했습니다.

다행히 지난 6일 사라졌던 주 씨가 검거됐는데요.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본인 집이 아닌 지인 집에 숨어있는 것을 추적해서 검거했는데 잡힐 때는 순순히 잡혔고, 본인이 이미 낙담한 상태였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주 씨의 사기 행각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그녀가 처음 유명 정수기 업체 간부 행세를 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 8월!

그 이후 5년간 27명에게 무려 37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적게는 1억 원 많게는 113억 원을 투자한 피해자까지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피해자들이) 다 지인입니다. 여고 동창 삼인방이라고 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던 여고 동창 들이고 또 심지어는 시누이, 가족들 또 인간관계에 있는 친한 사람들, 아침에 야채즙을 배달하시는 그분도 있어요.”

피해자 대부분이 주 씨의 지인들이다 보니 투자 계약서나 차용증을 쓰지 않고 선뜻 돈을 건넨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지인들을 속일 수 있었던 걸까?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잘 안 믿는 사람들은 모 정수기 대여 업체 빌딩으로 불러요. ‘여기로 와라.’ 그렇게 해서 자기가 정말 간부인 것처럼 거기 사원들만 이용하는 휴게실에서 사기를 친 거죠.”

대담하게도 해당 업체 본사로 피해자를 끌어들여 투자 상담을 진행한 건데, 사기극을 도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보험회사 직원 39살 최 모 씨를 보험 계약을 미끼로 끌어들인 겁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일종의 작전이죠. 예전에 받았던 명함이 있어요. 그 회사 남자 직원 것.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전화번호만 바꿔서 (피의자 주씨가) 아는 남자한테 ‘네가 팀장인 척 들어와라. 올라와라.’ 그래서 미리 대기했다가 잘 못 믿는 사람에게 ‘어, 김 팀장 인사해.’ (했던 거죠.)”

이런 치밀한 사기극은 주 씨가 과거 해당 업체의 판매사원으로 근무한 경험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렇다면 주 씨는 지인들을 상대로 왜 이런 사기극을 시작한 걸까?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예전에 배너 광고업을 했었대요. 2002년도 인지……. (그런데) 중간에 대형 광고사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본인이 밀린 거죠. 그러면서 빚이 좀 있었다고 하는데 그 빚 갚고, 남편이 사업하는데 사업 자금을 좀 주고….”

주 씨의 사기극은 지인들에게 큰 고통을 남겼습니다.

<인터뷰> 김재광 (수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 :“남편 퇴직금, 아버지 퇴직금, 여기저기 빼 올 만한 돈은 다 빼 온 거예요. 본인 가족들 돈을 빼다가 투자한 사람 중에 그래서 이혼한 사람도 있고…….”

전문가들은 지인들 사이의 거래에서도 반드시 차용증을 쓸 것을 권하고, 비상식적인 고수익을 보장하는 투자는 의심부터 해볼 것을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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