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내전’ 남수단 갈등, 왜?

입력 2016.10.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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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9일, 남수단은 국제연합(UN)의 193번째 가입국이 됐다. 50년이 넘는 종교·인종 갈등 끝에 수단으로부터 독립을 이뤄냈다. 국민투표를 통해 오랜 분쟁을 끝낸 남수단의 결정에 세계가 격려를 보냈다.

경제적으로 낙후했지만, 원유 매장량이 풍부해 경제 발전이 기대됐다. 석윳값이 고공 행진을 하던 2013년에는 경제 성장률 24.7%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느 신생국과 마찬가지로 정치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남수단 독립 이전부터 오랜 동지였던 대통령 살바 키르(Salva Kiir)와 전(前) 부통령 리에크 마차르(Riek Machar) 세력 간의 다툼이 문제였다.

정부군-반군 충돌…60명 사망

지난 14일 마차르를 추종하는 반군이 남수단 북동부 말라칼(Malakal)의 정부군 진지 2곳을 습격했다. 이틀 간 이어진 교전에서 정부군 4명, 반군 56명이 각각 숨졌다. 17일 정부군 대변인은 "사망자가 8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초에도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으로 군인과 민간인 3백 명이 사망했다. 부족 간·정파 간 극적인 화해로 분쟁이 종식된 지 불과 1년 만의 대참사였다. 평화 유지를 위해 남수단에 파견된 중국군 장갑차가 포격을 당하고, 일본은 자위대 수송기로 자국민들을 대피시키는 등 사태가 악화됐다. 마차르 전 부통령은 이 싸움에서 패배한 뒤 남수단을 탈출한다.

남수단에서는 2013년 말 내전이 발발한 이래 3년 동안 군인과 민간인 약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키르 Vs. 마차르…갈등의 시작은?

2013년 7월 살바 키르 대통령(오른쪽)은 세력 공고화를 위해 리에크 마차르(왼쪽) 당시 부통령과 내각 전부를 일시에 해임한다.  2013년 7월 살바 키르 대통령(오른쪽)은 세력 공고화를 위해 리에크 마차르(왼쪽) 당시 부통령과 내각 전부를 일시에 해임한다.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전 부통령은 남수단 독립을 위해 싸우던 수단인민해방군(Sudan People's Liberation Army, SPLA) 동지이자 '2인자' 그룹이었다. 남수단의 국부로 추앙받는 존 가랑(John Garang) 장군의 수하였다.

가랑 장군이 2005년 헬기 추락으로 숨진 뒤, 키르가 해방군의 패권을 쥔다. 이미 해방군을 한 차례 탈퇴해 조직 내 주도권을 상실한 마차르는 키르를 돕기로 한다. 그리고 6년 뒤 남수단 독립 후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자리에 오른다.

대통령이 된 키르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치적 라이벌인 부통령 마차르 탄압을 시작한다. 남수단 독립 2년 만인 2013년 7월, 대통령은 부통령을 포함한 내각 전체를 해임하기에 이른다.

이 때부터 부족 간 갈등 문제가 본격화됐다. 키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남수단 최대 부족 딩카족 대 마차르 전 부통령이 이끄는 누에르족 간의 대결 양상으로 번진 것이다.

마차르를 따르는 누에르족 세력은 반군을 조직해 정부군 공격을 시작한다. 이후 수년간 UN과 아프리카 연합(Africa Unity, AU), 미국 등 국제사회가 두 세력 간 화해를 중재한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은 탓에 현재까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아프리카 민폐’된 남수단, 어쩌나?

남수단과 접한 케냐 북동부 카쿠마 난민촌에는 남수단 난민 수십만 명이 머무르고 있다. 남수단과 접한 케냐 북동부 카쿠마 난민촌에는 남수단 난민 수십만 명이 머무르고 있다.

2013년 이후 남수단 국민 가운데 320만 명이 국내외를 떠도는 난민이 됐다. 남수단 이웃나라인 에티오피아·케냐·이집트 등으로 탈출이 이뤄지고 있다. 케냐 카쿠마(Kakuma) 난민촌과 그 주변에만 난민 수십만 명이 머무르고 있다. 난민 급증으로 케냐 정부는 치안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차르는 남수단 탈출 당시 입은 다리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국한 상태다. 남아공 정부 입장에서는 인도적 조처를 한 것이지만, 남수단 정부와는 다소 불편한 관계가 됐다.

마차르는 패배해 남수단을 떠났지만, 치안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수단 최대 지역인 종글레이(Jonglei) 주가 여전히 반군의 수중에 있고, 누에르족의 비정규군인 백색군(White Army) 역시 테러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는 마차르도 자신의 지지 세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5년여 전 가까스로 독립에 성공한 남수단이 종족 간 갈등으로 또 다른 분열의 위험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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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없는 내전’ 남수단 갈등, 왜?
    • 입력 2016-10-19 09:02:32
    취재K
2011년 7월 9일, 남수단은 국제연합(UN)의 193번째 가입국이 됐다. 50년이 넘는 종교·인종 갈등 끝에 수단으로부터 독립을 이뤄냈다. 국민투표를 통해 오랜 분쟁을 끝낸 남수단의 결정에 세계가 격려를 보냈다.

경제적으로 낙후했지만, 원유 매장량이 풍부해 경제 발전이 기대됐다. 석윳값이 고공 행진을 하던 2013년에는 경제 성장률 24.7%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느 신생국과 마찬가지로 정치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남수단 독립 이전부터 오랜 동지였던 대통령 살바 키르(Salva Kiir)와 전(前) 부통령 리에크 마차르(Riek Machar) 세력 간의 다툼이 문제였다.

정부군-반군 충돌…60명 사망

지난 14일 마차르를 추종하는 반군이 남수단 북동부 말라칼(Malakal)의 정부군 진지 2곳을 습격했다. 이틀 간 이어진 교전에서 정부군 4명, 반군 56명이 각각 숨졌다. 17일 정부군 대변인은 "사망자가 8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월 초에도 정부군과 반군 간 내전으로 군인과 민간인 3백 명이 사망했다. 부족 간·정파 간 극적인 화해로 분쟁이 종식된 지 불과 1년 만의 대참사였다. 평화 유지를 위해 남수단에 파견된 중국군 장갑차가 포격을 당하고, 일본은 자위대 수송기로 자국민들을 대피시키는 등 사태가 악화됐다. 마차르 전 부통령은 이 싸움에서 패배한 뒤 남수단을 탈출한다.

남수단에서는 2013년 말 내전이 발발한 이래 3년 동안 군인과 민간인 약 3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키르 Vs. 마차르…갈등의 시작은?

2013년 7월 살바 키르 대통령(오른쪽)은 세력 공고화를 위해 리에크 마차르(왼쪽) 당시 부통령과 내각 전부를 일시에 해임한다.
키르 대통령과 마차르 전 부통령은 남수단 독립을 위해 싸우던 수단인민해방군(Sudan People's Liberation Army, SPLA) 동지이자 '2인자' 그룹이었다. 남수단의 국부로 추앙받는 존 가랑(John Garang) 장군의 수하였다.

가랑 장군이 2005년 헬기 추락으로 숨진 뒤, 키르가 해방군의 패권을 쥔다. 이미 해방군을 한 차례 탈퇴해 조직 내 주도권을 상실한 마차르는 키르를 돕기로 한다. 그리고 6년 뒤 남수단 독립 후 각각 대통령과 부통령 자리에 오른다.

대통령이 된 키르는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치적 라이벌인 부통령 마차르 탄압을 시작한다. 남수단 독립 2년 만인 2013년 7월, 대통령은 부통령을 포함한 내각 전체를 해임하기에 이른다.

이 때부터 부족 간 갈등 문제가 본격화됐다. 키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남수단 최대 부족 딩카족 대 마차르 전 부통령이 이끄는 누에르족 간의 대결 양상으로 번진 것이다.

마차르를 따르는 누에르족 세력은 반군을 조직해 정부군 공격을 시작한다. 이후 수년간 UN과 아프리카 연합(Africa Unity, AU), 미국 등 국제사회가 두 세력 간 화해를 중재한다. 하지만 갈등의 골이 깊은 탓에 현재까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아프리카 민폐’된 남수단, 어쩌나?

남수단과 접한 케냐 북동부 카쿠마 난민촌에는 남수단 난민 수십만 명이 머무르고 있다.
2013년 이후 남수단 국민 가운데 320만 명이 국내외를 떠도는 난민이 됐다. 남수단 이웃나라인 에티오피아·케냐·이집트 등으로 탈출이 이뤄지고 있다. 케냐 카쿠마(Kakuma) 난민촌과 그 주변에만 난민 수십만 명이 머무르고 있다. 난민 급증으로 케냐 정부는 치안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차르는 남수단 탈출 당시 입은 다리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입국한 상태다. 남아공 정부 입장에서는 인도적 조처를 한 것이지만, 남수단 정부와는 다소 불편한 관계가 됐다.

마차르는 패배해 남수단을 떠났지만, 치안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수단 최대 지역인 종글레이(Jonglei) 주가 여전히 반군의 수중에 있고, 누에르족의 비정규군인 백색군(White Army) 역시 테러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는 마차르도 자신의 지지 세력을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5년여 전 가까스로 독립에 성공한 남수단이 종족 간 갈등으로 또 다른 분열의 위험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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