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작가 “홍삼놈 캐릭터 실종, 제일 속상해” ②

입력 2016.10.1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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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에서 시청률 20%를 넘어선 '구르미 그린 달빛'은 13~16회에서 시청률이 17~18%로 떨어졌다.

남장 여자 내시 홍삼놈의 발칙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실종되고 멜로가 주춤한 탓이라는 불만과 분석이 뒤따랐다.

김민정 작가 역시 "홍상놈 캐릭터의 실종이 제일 속상한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17세라는 나이답지 않게 깊이 있는 감정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해낸 김유정의 연기력이라는 '변수'가 놓여있었다.

-- 남장 여자 이야기, 식상하지 않았나.

▲ 원작에서 제일 중요한 게 여인이 내시가 되는 것이라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삼놈이 언제 여인임을 들킬까, 남자 행세를 한 채로 사랑을 할까는 여전히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홍삼놈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영이 고민하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했다. 남자라고 알고 고민했던 상대가 사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을 안 후 배신감을 느낀다거나 또다시 고민하는 것은 이미 많은 남장 여자 이야기에서 다뤄졌고, 그거야말로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상대가 여자이길 바랐는데 진짜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행복하고 기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쿨하게 넘어갔다.

-- '고구마 없는' 빠른 전개에 시청자가 환호했다.

▲ 드라마는 보는 동안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이야기에서는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봤자 안되는 부분이 있다. 여자가 내시가 되는 거나 왕세자가 수많은 궁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랑으로 직진하는 부분 등이다. 그런 걸 굳이 자세하게 이해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이건 이런 이야기다'라고 설정하고 시청자를 그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하려고 했다.

우리 드라마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변곡점이 많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과감하게 넘어가야 했고, 대신 설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남장 여자만 가지고 가기에는 할 이야기가 많아서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를 다르게 갔다. 그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밝은 분위기에서 어둡게 바뀌어 혼란스러워하는 시청자도 많았겠지만, 홍라온에 씐 역적의 딸이라는 족쇄의 무게가 컸다. 어쩔 수 없이 가시밭길을 가야 하는 족쇄가 됐다.

-- 그 과정에서 홍삼놈 캐릭터 실종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 제일 속상한 부분이다. 김유정과 통화도 했는데 홍라온이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라 생각보다 아픔이 크더라. 무엇보다 김유정이 연기를 잘해서 감정을 깊이 있게 잘 표현해냈다. 어느 순간 캐릭터가 그리 전환되고 나자 홍삼놈 캐릭터를 다시 살리려 해도 감정적 흐름이 맞지 않고 어색하고 튀어 보이게 되더라. 홍삼놈은 자유분방한 캐릭터인데, 인물들과 시대가 가진 아픔이 펼쳐진 상황에서 홍삼놈이 계속 자유분방하면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홍라온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

-- 대본을 쓰면서 어떤 부분이 어려웠나.

▲ 홍라온이 역적의 딸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이영이 칼을 가는 동안이었던 것 같다. 시청률도 그때 떨어졌다. 앞부분에서는 멜로가 직진하면서 답답함 없이 시원하고 발랄하게 가다가, 후반부 장르가 바뀌니 그 부분이 어려웠고 모험이었다. 앞부분에서 멜로를 거침없이 전개한 것은 둘의 사랑이 견고해야 뒤에 위기가 와도 그 사랑이 흔들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맨스, 백운회 미스터리 등 할 이야기가 많은데 그 모든 게 잘 어우러지게 적정선을 지키느냐가 관건이었다. 각각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어야 하는데, 어느 한 부분이 어그러지면 아쉬움이 남았다.

-- 반대로 마음에 들게 나온 부분은 어떤 게 있나.

▲ 되게 많다. 남장 여자 드라마에서도 여배우가 가진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우리 드라마에서는 김유정이 시종 내관복 하나만 입고 나와서 그럴 여지가 없었다. 그러다 홍라온이 독무를 출 때 진짜 아름답게 나와서 좋았다. 이영이 대리청정을 받아들이는 순간도 좋았고, 최근에는 병연과 윤성이 우정을 나누는 부분이 잘 살아난 것 같아 좋았다. 각자 말할 수 없었던 속내를 미묘하게 잘 살려낸 것 같았다.

-- 박보검, 김유정의 연기가 어땠나.

▲ 처음에 캐스팅할 때 너무 어린 게 아니냐고들 했다. 하지만 사실 극중 이영과 홍라온의 나이와도 맞았고,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 어린 친구들에게서 나오는 신선한 에너지가 드라마를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아이 흉내 내는 것보다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③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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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르미’ 작가 “홍삼놈 캐릭터 실종, 제일 속상해” ②
    • 입력 2016-10-19 09:57:22
    연합뉴스
7회에서 시청률 20%를 넘어선 '구르미 그린 달빛'은 13~16회에서 시청률이 17~18%로 떨어졌다.

남장 여자 내시 홍삼놈의 발칙하고 귀여운 캐릭터가 실종되고 멜로가 주춤한 탓이라는 불만과 분석이 뒤따랐다.

김민정 작가 역시 "홍상놈 캐릭터의 실종이 제일 속상한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17세라는 나이답지 않게 깊이 있는 감정연기를 능숙하게 소화해낸 김유정의 연기력이라는 '변수'가 놓여있었다.

-- 남장 여자 이야기, 식상하지 않았나.

▲ 원작에서 제일 중요한 게 여인이 내시가 되는 것이라 그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삼놈이 언제 여인임을 들킬까, 남자 행세를 한 채로 사랑을 할까는 여전히 재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홍삼놈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영이 고민하는 과정은 과감히 생략했다. 남자라고 알고 고민했던 상대가 사실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는 것을 안 후 배신감을 느낀다거나 또다시 고민하는 것은 이미 많은 남장 여자 이야기에서 다뤄졌고, 그거야말로 식상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상대가 여자이길 바랐는데 진짜 여자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면 행복하고 기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쿨하게 넘어갔다.

-- '고구마 없는' 빠른 전개에 시청자가 환호했다.

▲ 드라마는 보는 동안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이야기에서는 아무리 설득하려고 해봤자 안되는 부분이 있다. 여자가 내시가 되는 거나 왕세자가 수많은 궁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랑으로 직진하는 부분 등이다. 그런 걸 굳이 자세하게 이해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이건 이런 이야기다'라고 설정하고 시청자를 그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하려고 했다.

우리 드라마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변곡점이 많았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과감하게 넘어가야 했고, 대신 설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남장 여자만 가지고 가기에는 할 이야기가 많아서 전반부와 후반부의 분위기를 다르게 갔다. 그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밝은 분위기에서 어둡게 바뀌어 혼란스러워하는 시청자도 많았겠지만, 홍라온에 씐 역적의 딸이라는 족쇄의 무게가 컸다. 어쩔 수 없이 가시밭길을 가야 하는 족쇄가 됐다.

-- 그 과정에서 홍삼놈 캐릭터 실종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컸다.

▲ 제일 속상한 부분이다. 김유정과 통화도 했는데 홍라온이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라 생각보다 아픔이 크더라. 무엇보다 김유정이 연기를 잘해서 감정을 깊이 있게 잘 표현해냈다. 어느 순간 캐릭터가 그리 전환되고 나자 홍삼놈 캐릭터를 다시 살리려 해도 감정적 흐름이 맞지 않고 어색하고 튀어 보이게 되더라. 홍삼놈은 자유분방한 캐릭터인데, 인물들과 시대가 가진 아픔이 펼쳐진 상황에서 홍삼놈이 계속 자유분방하면 이기적으로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홍라온의 아픔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

-- 대본을 쓰면서 어떤 부분이 어려웠나.

▲ 홍라온이 역적의 딸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이영이 칼을 가는 동안이었던 것 같다. 시청률도 그때 떨어졌다. 앞부분에서는 멜로가 직진하면서 답답함 없이 시원하고 발랄하게 가다가, 후반부 장르가 바뀌니 그 부분이 어려웠고 모험이었다. 앞부분에서 멜로를 거침없이 전개한 것은 둘의 사랑이 견고해야 뒤에 위기가 와도 그 사랑이 흔들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로맨스, 백운회 미스터리 등 할 이야기가 많은데 그 모든 게 잘 어우러지게 적정선을 지키느냐가 관건이었다. 각각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엮어야 하는데, 어느 한 부분이 어그러지면 아쉬움이 남았다.

-- 반대로 마음에 들게 나온 부분은 어떤 게 있나.

▲ 되게 많다. 남장 여자 드라마에서도 여배우가 가진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우리 드라마에서는 김유정이 시종 내관복 하나만 입고 나와서 그럴 여지가 없었다. 그러다 홍라온이 독무를 출 때 진짜 아름답게 나와서 좋았다. 이영이 대리청정을 받아들이는 순간도 좋았고, 최근에는 병연과 윤성이 우정을 나누는 부분이 잘 살아난 것 같아 좋았다. 각자 말할 수 없었던 속내를 미묘하게 잘 살려낸 것 같았다.

-- 박보검, 김유정의 연기가 어땠나.

▲ 처음에 캐스팅할 때 너무 어린 게 아니냐고들 했다. 하지만 사실 극중 이영과 홍라온의 나이와도 맞았고, 실제로 연기를 해보니 어린 친구들에게서 나오는 신선한 에너지가 드라마를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아이 흉내 내는 것보다 훨씬 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③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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