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오피스텔은 원래 그래요”…관리비의 비밀

입력 2016.10.1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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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91원'

서울 은평구의 오피스텔에 사는 최 모 씨가 매달 인터넷 요금으로 관리사무소에 낸 비용입니다. 최 씨는 사용료를 냈지만 상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한 달 요금을 통신업체에 알아봤습니다. 통신업체는 영업비밀이라며 정보를 쉽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업비밀이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가 통신업체와 맺은 인터넷 요금이 실제로 최 씨 등 입주자가 내는 요금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입주민 모르게 그들이 계약 맺은 한 달 요금은 세대 당 5,600원대.

왜 오피스텔은 실제 요금보다 3천 원, 60%가량 올려 받은 걸까요? 오피스텔 측은 단체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00세대가 다 쓰든 100세대가 쓰든 통신업체에 돈은 무조건 내야 해요.
20세대를 써도 무조건 줘야 하는 입장이에요.”
- 오피스텔 관계자


해당 오피스텔은 분양 당시 한 통신업체와 인터넷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은 모든 입주자가 인터넷을 쓴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주자들 가운데 절반 정도만 쓴다면 쓰는 사람은 실제 요금의 2배를 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더 있었습니다. 오피스텔은 한 달 인터넷 요금으로 150만 원 이상을 걷고, 통신업체엔 120만 원 정도를 냈습니다. 30만 원 정도가 남습니다. 3년 계약 시, 천만 원이 넘는 돈입니다.

관리사무소는 이를 '관리비 외 수익'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디에 쓰이는지 물었더니 통신장비 수리비, 헬스장, 선수금, 직원 월급 등 각종 항목에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건 관리비에 포함돼 있지 않으냐 되묻자, 오피스텔 측은 그만 따지라며 엉뚱한 답변을 해왔습니다.

"관리비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요. 한 달 다 해봤자 만 원인데"

오피스텔, 면적이 넓으면 인터넷 요금도 더 내라?

다른 오피스텔도 궁금해졌습니다. 서울 시내 오피스텔 10곳을 살펴봤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통신 업체와 단체 계약을 맺은 오피스텔이 태반이었습니다. 모든 입주자에게 인터넷 요금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쓰든 안 쓰든 상관없이 말이죠.

이 가운데 한 오피스텔은 정말 희한한 방식으로 인터넷 요금을 산정했습니다. 면적에 따라 인터넷 요금을 다르게 부과한 것입니다. 가장 적은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4,200원대, 가장 큰 면적 거주자는 300원가량 더 냈습니다. 조금 더 넓은 면적에 산다고 인터넷을 더 쓰는 것도 아니고, 면적에 따라 요금을 달리 받는 통신업체도 없습니다. 관리사무소가 마음대로 그렇게 받은 것이죠.

관리사무소의 대답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피스텔은 공동 관리이기 때문에
쓰나 안 쓰나 무조건 면적(평) 단위로 나눠 낸다”
-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

근거를 묻자 답변은 단순했습니다. "오피스텔은 원래 그렇다." 입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아는지 물었습니다. 그들에겐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통신업체 “오피스텔 한 세대 당, 12만 원 지원”

왜 이런 이상한 요금체계가 생겨난 걸까? 인터넷 사이트엔 오피스텔 관리자라며 인터넷 계약을 맺고 싶다는 상담글을 올려봤습니다.

통신업체가 제시한 세대당 지원금통신업체가 제시한 세대당 지원금

통신업체 영업사원들이 한결같이 제시한 건 바로 '사은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돈'입니다. 오피스텔 단체 계약 이면에 숨어있는 수상한 지원금이었습니다.

“방 한 개에 지원금 12만 원 지원”
“세대가 많으니, 12만 원에 +α 해드려야죠”
“사장님 계좌에 현금으로 드리죠”
- 통신업체 관계자

오피스텔 측이 200세대를 단체 계약할 경우,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은품'은 업계 관행이었고, 수백 명의 입주민을 확보한 대가였습니다. 그러나 오피스텔 입주민은 이런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몰랐습니다. 지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그들만이 알겠죠. 혜택은커녕 쓰지 않는 사람의 요금까지 내고, 심지어 안 쓰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내고 있는 게 오피스텔 입주민의 현실입니다.

오피스텔 횡포, 막을 방법 없어

대다수 오피스텔에는 아파트와 같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입주민이 통신사의 지원금은커녕 깜깜이 요금 부과를 파악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죠. 전기통신사업법상 '과도한 경품으로 이용자의 차별이 생길 경우'에만 규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피스텔 거주자는 지난해 기준 53만 명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 하루 만에 많은 오피스텔 입주자들에게 제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넷 요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보받은 관리비엔 엘리베이터 이용료, 청소비 등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비용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습니다. 입주민들은 관리비 내역을 알고자 해도 알 방법이 없다며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봐도 관리비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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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오피스텔은 원래 그래요”…관리비의 비밀
    • 입력 2016-10-19 10:50:00
    취재후·사건후
'9,091원'

서울 은평구의 오피스텔에 사는 최 모 씨가 매달 인터넷 요금으로 관리사무소에 낸 비용입니다. 최 씨는 사용료를 냈지만 상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한 달 요금을 통신업체에 알아봤습니다. 통신업체는 영업비밀이라며 정보를 쉽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업비밀이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오피스텔 관리사무소가 통신업체와 맺은 인터넷 요금이 실제로 최 씨 등 입주자가 내는 요금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입주민 모르게 그들이 계약 맺은 한 달 요금은 세대 당 5,600원대.

왜 오피스텔은 실제 요금보다 3천 원, 60%가량 올려 받은 걸까요? 오피스텔 측은 단체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00세대가 다 쓰든 100세대가 쓰든 통신업체에 돈은 무조건 내야 해요.
20세대를 써도 무조건 줘야 하는 입장이에요.”
- 오피스텔 관계자


해당 오피스텔은 분양 당시 한 통신업체와 인터넷 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은 모든 입주자가 인터넷을 쓴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주자들 가운데 절반 정도만 쓴다면 쓰는 사람은 실제 요금의 2배를 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더 있었습니다. 오피스텔은 한 달 인터넷 요금으로 150만 원 이상을 걷고, 통신업체엔 120만 원 정도를 냈습니다. 30만 원 정도가 남습니다. 3년 계약 시, 천만 원이 넘는 돈입니다.

관리사무소는 이를 '관리비 외 수익'이라고 불렀습니다. 어디에 쓰이는지 물었더니 통신장비 수리비, 헬스장, 선수금, 직원 월급 등 각종 항목에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건 관리비에 포함돼 있지 않으냐 되묻자, 오피스텔 측은 그만 따지라며 엉뚱한 답변을 해왔습니다.

"관리비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요. 한 달 다 해봤자 만 원인데"

오피스텔, 면적이 넓으면 인터넷 요금도 더 내라?

다른 오피스텔도 궁금해졌습니다. 서울 시내 오피스텔 10곳을 살펴봤습니다. 앞선 사례처럼 통신 업체와 단체 계약을 맺은 오피스텔이 태반이었습니다. 모든 입주자에게 인터넷 요금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쓰든 안 쓰든 상관없이 말이죠.

이 가운데 한 오피스텔은 정말 희한한 방식으로 인터넷 요금을 산정했습니다. 면적에 따라 인터넷 요금을 다르게 부과한 것입니다. 가장 적은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4,200원대, 가장 큰 면적 거주자는 300원가량 더 냈습니다. 조금 더 넓은 면적에 산다고 인터넷을 더 쓰는 것도 아니고, 면적에 따라 요금을 달리 받는 통신업체도 없습니다. 관리사무소가 마음대로 그렇게 받은 것이죠.

관리사무소의 대답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피스텔은 공동 관리이기 때문에
쓰나 안 쓰나 무조건 면적(평) 단위로 나눠 낸다”
- 오피스텔 관리사무소 관계자

근거를 묻자 답변은 단순했습니다. "오피스텔은 원래 그렇다." 입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아는지 물었습니다. 그들에겐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통신업체 “오피스텔 한 세대 당, 12만 원 지원”

왜 이런 이상한 요금체계가 생겨난 걸까? 인터넷 사이트엔 오피스텔 관리자라며 인터넷 계약을 맺고 싶다는 상담글을 올려봤습니다.

통신업체가 제시한 세대당 지원금
통신업체 영업사원들이 한결같이 제시한 건 바로 '사은품'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돈'입니다. 오피스텔 단체 계약 이면에 숨어있는 수상한 지원금이었습니다.

“방 한 개에 지원금 12만 원 지원”
“세대가 많으니, 12만 원에 +α 해드려야죠”
“사장님 계좌에 현금으로 드리죠”
- 통신업체 관계자

오피스텔 측이 200세대를 단체 계약할 경우, 2천만 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은품'은 업계 관행이었고, 수백 명의 입주민을 확보한 대가였습니다. 그러나 오피스텔 입주민은 이런 지원금이 있다는 사실을 당연히 몰랐습니다. 지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는 그들만이 알겠죠. 혜택은커녕 쓰지 않는 사람의 요금까지 내고, 심지어 안 쓰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내고 있는 게 오피스텔 입주민의 현실입니다.

오피스텔 횡포, 막을 방법 없어

대다수 오피스텔에는 아파트와 같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입주민이 통신사의 지원금은커녕 깜깜이 요금 부과를 파악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를 규제할 방법도 없다는 것이죠. 전기통신사업법상 '과도한 경품으로 이용자의 차별이 생길 경우'에만 규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피스텔 거주자는 지난해 기준 53만 명입니다. 보도가 나간 뒤 하루 만에 많은 오피스텔 입주자들에게 제보를 받았습니다. 인터넷 요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제보받은 관리비엔 엘리베이터 이용료, 청소비 등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비용들이 덕지덕지 붙어있었습니다. 입주민들은 관리비 내역을 알고자 해도 알 방법이 없다며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봐도 관리비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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