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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대학서 성추행 동영상 촬영…학교는 ‘나몰라라’
입력 2016.10.19 (14:40) 취재후
[취재후] 대학서 성추행 동영상 촬영…학교는 ‘나몰라라’
"오히려 전 학교를 못 다니고 그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는 게 너무 억울하고 힘듭니다."

힘겨웠던 수험생 시절을 마치고, 설레는 대학 생활을 맞이했을 겁니다. 피해 남학생은 원하던 건국대 공대에 입학해 차곡차곡 미래를 준비해 나가려는 시작점에 서 있었습니다. 그의 꿈이 산산이 조각난 건 입학 열흘만입니다.

동기들, 그리고 선배들과 처음 떠난 MT. 신 나게 단체 사진도 찍고, 친구들도 사귀며 경기도 가평으로 향합니다. 긴 술자리 끝에 방 안에서 잠이 든 피해 남학생은 잠결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너무 취해 그대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친구로부터 이상한 얘길 듣게 됩니다. 옷 여기저기엔 치약이 묻어 있었습니다.

"어제 애들이 너 동영상 촬영하더라"


확인한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MT에서 말 한 번 건네지 않았던 선배 2명과 동기 1명 등 남학생 3명이 잠든 자신에게 다가와 옷을 내려 신체 부위에 치약을 묻히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겁니다. 10여 명의 학생이 있는 방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피해 학생을 더욱 경악게 했습니다.

"본인들은 장난이라고 하는데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반성의 기미는 없고…. 장난이라는 말을 들은 게 더 충격인 것 같아요."

피해 학생은 학교 측에 곧바로 사실을 알렸습니다. 담당 교수와 학과장에게 가해 학생들의 출교 조치 등 징계를 원했고, 가해 학생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면 자퇴할 수밖에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 측 답변은 피해 학생을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어쩔 수 없다'는 한마디였습니다.

"저는 학교에 얘기하면 징계 위원회를 연다든가 적극적인 대처를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유감이다'는 식의 태도더라고요. 학교에선 수사가 진행되고 재판이 끝나고 형이 나와야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가 저를 더 상처받게 하는 것 같아요."

결국, 피해 학생만 휴학했고, 7개월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가해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검찰은 가해 학생 3명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한 상태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맨 처음 건국대 측은 피해 학생에게 설명한 것과 똑같이 취재진에게 해명했습니다. "학교 공식 행사가 아닌, 학생들 자체 MT인 데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느라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때까지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을 피해 학교에 못 다녀야만 하는 걸까요? 가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요?


올해 초, 대학 MT에서 가혹 행위 등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학 공식 행사든, 학생 주최 MT든 대학 내 집단활동에서 가혹 행위나 성폭행과 같은 인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즉시 교육부에 보고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하도록 하라는 겁니다.

수사 진행과 별도로 학교 측이 피해 학생 보호나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했고, 책임 교수나 학생의 연대 처벌까지 학칙에 명시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취재가 계속되자 건대 측은 결국, "해당 과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공식적인 조사를 못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을 일정 부분 시인했습니다. 이런 건대의 조치는 다른 대학교 교직원들 눈에도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뉴스가 나간 뒤, 저에게 문자를 보낸 다른 대학교 직원의 말입니다. "학생이 신고하면 당연히 양성평등위원회가 열리게 돼 있는데 시스템도 안 돼 있고 학교 의지도 없고 이해가 안 되네요."

건국대는 올해 초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성행위를 묘사하는 방식의 게임을 선배들이 후배에게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학교에서 제대로 조치만 취해줬더라면 학생은 조금 더 빨리 상처를 털고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이제 갓 신입생, 사회에 첫발을 디딘 학생이 짊어져야 할 상처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릅니다. 모두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 [취재후] 대학서 성추행 동영상 촬영…학교는 ‘나몰라라’
    • 입력 2016.10.19 (14:40)
    취재후
[취재후] 대학서 성추행 동영상 촬영…학교는 ‘나몰라라’
"오히려 전 학교를 못 다니고 그 친구들은 학교에 다니는 게 너무 억울하고 힘듭니다."

힘겨웠던 수험생 시절을 마치고, 설레는 대학 생활을 맞이했을 겁니다. 피해 남학생은 원하던 건국대 공대에 입학해 차곡차곡 미래를 준비해 나가려는 시작점에 서 있었습니다. 그의 꿈이 산산이 조각난 건 입학 열흘만입니다.

동기들, 그리고 선배들과 처음 떠난 MT. 신 나게 단체 사진도 찍고, 친구들도 사귀며 경기도 가평으로 향합니다. 긴 술자리 끝에 방 안에서 잠이 든 피해 남학생은 잠결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너무 취해 그대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친구로부터 이상한 얘길 듣게 됩니다. 옷 여기저기엔 치약이 묻어 있었습니다.

"어제 애들이 너 동영상 촬영하더라"


확인한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MT에서 말 한 번 건네지 않았던 선배 2명과 동기 1명 등 남학생 3명이 잠든 자신에게 다가와 옷을 내려 신체 부위에 치약을 묻히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겁니다. 10여 명의 학생이 있는 방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동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는 피해 학생을 더욱 경악게 했습니다.

"본인들은 장난이라고 하는데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반성의 기미는 없고…. 장난이라는 말을 들은 게 더 충격인 것 같아요."

피해 학생은 학교 측에 곧바로 사실을 알렸습니다. 담당 교수와 학과장에게 가해 학생들의 출교 조치 등 징계를 원했고, 가해 학생들이 계속 학교에 다니면 자퇴할 수밖에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같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학교 측 답변은 피해 학생을 좌절하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어쩔 수 없다'는 한마디였습니다.

"저는 학교에 얘기하면 징계 위원회를 연다든가 적극적인 대처를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유감이다'는 식의 태도더라고요. 학교에선 수사가 진행되고 재판이 끝나고 형이 나와야 징계위원회를 열 수 있다는 식으로 얘기했어요.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가 저를 더 상처받게 하는 것 같아요."

결국, 피해 학생만 휴학했고, 7개월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가해 학생들은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검찰은 가해 학생 3명의 혐의를 인정해 기소한 상태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맨 처음 건국대 측은 피해 학생에게 설명한 것과 똑같이 취재진에게 해명했습니다. "학교 공식 행사가 아닌, 학생들 자체 MT인 데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느라 어떤 조치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때까지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을 피해 학교에 못 다녀야만 하는 걸까요? 가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걸까요?


올해 초, 대학 MT에서 가혹 행위 등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대학 공식 행사든, 학생 주최 MT든 대학 내 집단활동에서 가혹 행위나 성폭행과 같은 인권 침해가 발생할 경우, 즉시 교육부에 보고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하도록 하라는 겁니다.

수사 진행과 별도로 학교 측이 피해 학생 보호나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했고, 책임 교수나 학생의 연대 처벌까지 학칙에 명시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취재가 계속되자 건대 측은 결국, "해당 과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공식적인 조사를 못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을 일정 부분 시인했습니다. 이런 건대의 조치는 다른 대학교 교직원들 눈에도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뉴스가 나간 뒤, 저에게 문자를 보낸 다른 대학교 직원의 말입니다. "학생이 신고하면 당연히 양성평등위원회가 열리게 돼 있는데 시스템도 안 돼 있고 학교 의지도 없고 이해가 안 되네요."

건국대는 올해 초 오리엔테이션에서도 성행위를 묘사하는 방식의 게임을 선배들이 후배에게 강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학교에서 제대로 조치만 취해줬더라면 학생은 조금 더 빨리 상처를 털고 일어났을지 모릅니다.

이제 갓 신입생, 사회에 첫발을 디딘 학생이 짊어져야 할 상처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릅니다. 모두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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