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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노벨상…집착한다고 될 일 아니다
입력 2016.10.19 (15:22) 취재후
[취재후] 노벨상…집착한다고 될 일 아니다
노벨문학상을 마지막으로 2016년 노벨상 발표도 끝났다. 감탄과 탄식, 기대와 실망, 그리고 상찬과 비판이 뒤섞였던 노벨상 시즌도 끝났다. 서구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그들만의 축제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노벨상은 여전히 가장 공신력 높은 국제상임에 틀림없다.

가을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언론과 학계는 몸살을 앓는다. 세계인의 관심은 노벨상의 산실, 북유럽으로 향한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의 노벨재단, 그리고 노벨평화상을 선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작은 움직임도 모두 큰 뉴스다. 9월부터 유력 수상후보에 대한 추측 기사가 나오기 시작해, 수상자 발표가 집중되는 10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영예 교수(71세)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영예 교수(71세)

노벨상 선정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리고 심사과정의 철저한 보안 유지 전통을 생각하면, 그 예측이라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포기하지 않고, 이른바 전문가들도 단념하지 않는다. 저마다 유력후보가 누구누구라고 전망하고, 자신들이 예상과 빗나가면 의외의 결과라며 또 그럴듯한 분석을 내놓는다. 통념에 어긋났다고 섣부른 비판을 쏟아내는 자칭 전문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우리 관심사는 아무래도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는가 여부였다.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이어지는 과정은 해마다 비슷하다.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데 왜 결과는 이처럼 초라할까? 라는 자조가 이어지고, 정부를 향해서, 학계를 향해서, 또는 연구자들의 태도나 사회적 관행에 대해서, 아니면 또 다른 그 누군가를 향해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는 어차피 극소수다. 일 년 동안 단지 여섯 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온다. 평화상처럼 단체 수상이 드물지 않은 분야를 빼면, 많아야 10여 명이 보통이다. 노벨상을 수상하지 않았다고 과학 수준을 한탄하거나, 지성 수준을 낮춰볼 일이 아니다.

자가포식 현상 현미경 사진자가포식 현상 현미경 사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언론은 으레 특정 부문을 지칭해 '이례적' 또는 '깜짝'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올해는 문학상 수상자에 대해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비전업 작가, 그것도 미국 대중가요 가수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던 듯싶다. 정작 당사자는 덤덤한데 말이다.

기능적 '최고수'를 뽑는 '콘테스트'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노벨상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해마다 파격이었고 해마다 도전이었다. 그것은 인류의 정신적 가치에 대한 외연 확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일본 과학계의 노벨상 강세 현상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정작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순수과학 분야는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는 어쩌면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연구 결과가 나와도 당장 경제적 효용성이 거의 없는 분야가 대다수이다. 몇 년 동안 얼마의 돈을 들여서 몇 명의 수상자를 내겠다는 발상은 그래서 더욱 비현실적이다.


일본은 올해도 기초학문 분야에서 수상자를 냈다.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는 오토퍼지(자가포식)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노학자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영예 교수(71세)에게 돌아갔다. 2015년(지난해)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에 이은 2년 연속 수상이다. 2014년 물리학상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이다.

일본의 역대 수상자는 25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22명은 과학분야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특히 2001년 이후 수상자가 16명에 이르는데, 모두 과학분야이다. 미국 다음으로 많다.

일본은 2001년부터 5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배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추세는 예상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일본이 1995년부터 정책적 의지를 갖고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과연 그런 이유가 전부일까?


노벨상은 기본적으로 한순간의 돌발적 성과를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수상자들 대부분이 1990년대 이전의 성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된 연구, 그리고 한 분야에서 매진해온 연구자의 헌신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오토퍼지'현상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처음 발견된 이후 끊임없이 심화되고 또 외연을 넓히는 과정을 걸어왔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임상 적용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설혹 임상 적용이 어려운 분야라고 해도, 연구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는 없다.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오토퍼지가 뭔지, 자가포식이 뭔지 몰라도, 하여튼 국민이 모두 기분 좋은 일이다. 신문들은 거리에서 호외를 뿌렸고, 특집 기사로 지면을 꾸렸다. 방송은 인터뷰와 기획 프로그램을 내기 바빴다. 앞으로 일본의 강세가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는 '과장된 엄살'의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정부 지원은 실용성에 치중돼 있고, 연구자들의 몰입과 헌신은 과거보다 부족하다는 지적도 관행처럼 덧붙여졌다.

도쿄공업대학도쿄공업대학

그러나 어느 나라건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은 지금보다 나빴으면 나빴지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초 토양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초인적 의지와 노력이 결국에는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탓, 시스템 탓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시스템을 갑자기 바꾼다고 노벨상이 양산될까?

노벨상은 국가에 주는 상이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 정신문명이 위대함을 진보시키는데 기여한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어느 나라의 노벨상은 몇 개', '어느 나라의 노벨상 수위는 몇 등' 이런 식의 수치 놀음은 그래서 노벨상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개개인의 노력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한 분야의 장인을 존중하고 예우하는(경제적 대우가 아니다) 사회 분위기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일본 사회는 적어도 장인을 존중하는 문화 전통이 남아 있다. 그 전통을 만든 것도 사람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예우,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노벨상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문화적인 기초 토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집착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 [취재후] 노벨상…집착한다고 될 일 아니다
    • 입력 2016.10.19 (15:22)
    취재후
[취재후] 노벨상…집착한다고 될 일 아니다
노벨문학상을 마지막으로 2016년 노벨상 발표도 끝났다. 감탄과 탄식, 기대와 실망, 그리고 상찬과 비판이 뒤섞였던 노벨상 시즌도 끝났다. 서구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지는, 그들만의 축제라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노벨상은 여전히 가장 공신력 높은 국제상임에 틀림없다.

가을은 노벨상의 계절이다. 언론과 학계는 몸살을 앓는다. 세계인의 관심은 노벨상의 산실, 북유럽으로 향한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의 노벨재단, 그리고 노벨평화상을 선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작은 움직임도 모두 큰 뉴스다. 9월부터 유력 수상후보에 대한 추측 기사가 나오기 시작해, 수상자 발표가 집중되는 10월 초에 절정을 이룬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영예 교수(71세)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영예 교수(71세)

노벨상 선정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리고 심사과정의 철저한 보안 유지 전통을 생각하면, 그 예측이라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은 포기하지 않고, 이른바 전문가들도 단념하지 않는다. 저마다 유력후보가 누구누구라고 전망하고, 자신들이 예상과 빗나가면 의외의 결과라며 또 그럴듯한 분석을 내놓는다. 통념에 어긋났다고 섣부른 비판을 쏟아내는 자칭 전문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우리 관심사는 아무래도 한국인 수상자가 나오는가 여부였다. 혹시나에서 역시나로 이어지는 과정은 해마다 비슷하다.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붓는데 왜 결과는 이처럼 초라할까? 라는 자조가 이어지고, 정부를 향해서, 학계를 향해서, 또는 연구자들의 태도나 사회적 관행에 대해서, 아니면 또 다른 그 누군가를 향해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노벨상 수상자는 어차피 극소수다. 일 년 동안 단지 여섯 개 분야에서 수상자가 나온다. 평화상처럼 단체 수상이 드물지 않은 분야를 빼면, 많아야 10여 명이 보통이다. 노벨상을 수상하지 않았다고 과학 수준을 한탄하거나, 지성 수준을 낮춰볼 일이 아니다.

자가포식 현상 현미경 사진자가포식 현상 현미경 사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언론은 으레 특정 부문을 지칭해 '이례적' 또는 '깜짝'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올해는 문학상 수상자에 대해서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비전업 작가, 그것도 미국 대중가요 가수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던 듯싶다. 정작 당사자는 덤덤한데 말이다.

기능적 '최고수'를 뽑는 '콘테스트'가 아니라는 차원에서 노벨상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해마다 파격이었고 해마다 도전이었다. 그것은 인류의 정신적 가치에 대한 외연 확장의 역사이기도 하다.

마찬가지의 관점에서, 일본 과학계의 노벨상 강세 현상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정작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순수과학 분야는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는 어쩌면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고, 연구 결과가 나와도 당장 경제적 효용성이 거의 없는 분야가 대다수이다. 몇 년 동안 얼마의 돈을 들여서 몇 명의 수상자를 내겠다는 발상은 그래서 더욱 비현실적이다.


일본은 올해도 기초학문 분야에서 수상자를 냈다. 노벨 생리의학상의 영예는 오토퍼지(자가포식)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노학자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영예 교수(71세)에게 돌아갔다. 2015년(지난해)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에 이은 2년 연속 수상이다. 2014년 물리학상에 이어 3년 연속 수상이다.

일본의 역대 수상자는 25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22명은 과학분야에서 나왔다. 나머지는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이다. 특히 2001년 이후 수상자가 16명에 이르는데, 모두 과학분야이다. 미국 다음으로 많다.

일본은 2001년부터 5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배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현재 추세는 예상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일본이 1995년부터 정책적 의지를 갖고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 결과라는 시각이 있다. 과연 그런 이유가 전부일까?


노벨상은 기본적으로 한순간의 돌발적 성과를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는다. 2000년 이후 수상자들 대부분이 1990년대 이전의 성과를 기초로 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쳐 검증된 연구, 그리고 한 분야에서 매진해온 연구자의 헌신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의 '오토퍼지'현상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처음 발견된 이후 끊임없이 심화되고 또 외연을 넓히는 과정을 걸어왔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임상 적용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설혹 임상 적용이 어려운 분야라고 해도, 연구의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는 없다.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오토퍼지가 뭔지, 자가포식이 뭔지 몰라도, 하여튼 국민이 모두 기분 좋은 일이다. 신문들은 거리에서 호외를 뿌렸고, 특집 기사로 지면을 꾸렸다. 방송은 인터뷰와 기획 프로그램을 내기 바빴다. 앞으로 일본의 강세가 지속되지 못할 수 있다는 '과장된 엄살'의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정부 지원은 실용성에 치중돼 있고, 연구자들의 몰입과 헌신은 과거보다 부족하다는 지적도 관행처럼 덧붙여졌다.

도쿄공업대학도쿄공업대학

그러나 어느 나라건 과학자들의 연구 환경은 지금보다 나빴으면 나빴지 좋았다고 할 수는 없다. 기초 토양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의 초인적 의지와 노력이 결국에는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정부 탓, 시스템 탓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시스템을 갑자기 바꾼다고 노벨상이 양산될까?

노벨상은 국가에 주는 상이 아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 정신문명이 위대함을 진보시키는데 기여한 개인에게 주는 상이다. '어느 나라의 노벨상은 몇 개', '어느 나라의 노벨상 수위는 몇 등' 이런 식의 수치 놀음은 그래서 노벨상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 개개인의 노력 자체를 높이 평가하고, 한 분야의 장인을 존중하고 예우하는(경제적 대우가 아니다) 사회 분위기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일본 사회는 적어도 장인을 존중하는 문화 전통이 남아 있다. 그 전통을 만든 것도 사람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예우,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것만으로는 노벨상이 나올 수 없는 이유다. 문화적인 기초 토양이 부족한 상태에서 집착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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