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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양심상 총 들 수 없다면 무죄”…항소심 첫 판결
입력 2016.10.19 (16:56) 취재후
[취재후] “양심상 총 들 수 없다면 무죄”…항소심 첫 판결
한동안 잠잠했던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 판결이 나왔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언론과 법조계가이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는 '항소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1심 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는 많았지만, 2심, 즉 항소심이나 대법원으로 가면 늘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공고했던 법원의 관행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 판결이라는 뜻입니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 김혜민 씨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 김혜민 씨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합니다.

판결의 주인공은 23살 김혜민 씨입니다. 김 씨에게 입영통지서가 날아온 건 지난 2014년 11월입니다. 김 씨는 입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져 온 종교적 믿음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주변 동료들이나 선배들이 병역을 거부했다가 처벌을 받았지만, 김 씨의 결심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김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김 씨에게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의례적으로 내려졌던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1심에 이어 이례적으로 2심에서도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무죄 판결을 내린 광주지방법원양심적 병역 거부에 무죄 판결을 내린 광주지방법원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른 것으로, 이를 형사처벌로 제한할 수 없다." 광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김영식 부장판사)는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을 인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부분 획일적으로 실형을 선고하고 있는데, 이는 '타협 판결'"이라며 법원의 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판결문에 담았습니다.

권리와 의무의 충돌...그 논란의 역사

우리나라 '양심적 병역 거부'의 역사는 꽤 깁니다. 1939년 6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 38명이 일제의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게 공식적으로 확인된 최초의 병역 거부 기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1999년까지도 8천5백여 명이 처벌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적지 않은 숫자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공론장으로 나온 건 채 2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1년 12월 불교신자이면서 평화주의자인 오태양 씨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음으로 공개 선언하고 나선 게 계기였습니다. 이듬해인 2002년 1월, 박시환(전 대법관)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가 병역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논란은 사법부로 옮겨왔고, 사회적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2004년 나온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판결은 법원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 뒤로도 상급심에선 계속해서 원심이 파기되고 유죄가 선고되긴 했습니다.

대법원도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서 심도 있게 다뤘는데 결론은 '유죄'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헌법재판소도 병역법 88조 조항에 대해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은 법적으로 모두 정리가 되는 듯 했습니다.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논란은 현재 진행형...대체복무제 도입은?

1심 법원은 간간히 무죄를, 상급심은 유죄를 선고하는 핑퐁게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4년과 2011년 병역법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세 번째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항소심의 첫 무죄 판결이 찻잔 속 태풍으로 머물지,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제 논란은 다시금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옮겨가는 모양샙니다.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2007년 9월 국방부가 대체복무 허용 방안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도 도입이 급진전되는 듯 했지만, 이듬해 정권이 바뀐 뒤 여론조사를 근거로 무산된 전례가 있어 앞날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다만, 여론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7월 회원 변호사 1,2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80.5%인 1,044명이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도입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가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은 대체복무제 도입에 여전한 걸림돌입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규모 병력이 대치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방부는 내년 하반기쯤 여론조사를 실시해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만 8,700, 3만 5,800'

앞의 숫자는 1950년 이후 최근까지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수, 뒤의 숫자는 이들의 수감 기간을 합산해 추정한 수치(년)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백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수감시설에 수용돼 있습니다.

김혜민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이들 대부분은 기결수 수용시설인 교도소가 아니라 미결수 수용시설인 구치소에서 교도관의 행정, 운영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대체복무나 사회복무를 이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연관기사] ☞ [뉴스9] ‘양심적 병역 거부’ 항소심서 첫 무죄
  • [취재후] “양심상 총 들 수 없다면 무죄”…항소심 첫 판결
    • 입력 2016.10.19 (16:56)
    취재후
[취재후] “양심상 총 들 수 없다면 무죄”…항소심 첫 판결
한동안 잠잠했던 양심적 병역 거부 논란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린 판결이 나왔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항소심 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언론과 법조계가이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는 '항소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1심 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는 많았지만, 2심, 즉 항소심이나 대법원으로 가면 늘 판결이 뒤집혔습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공고했던 법원의 관행에 작은 균열을 일으킨 판결이라는 뜻입니다.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 김혜민 씨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 김혜민 씨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합니다.

판결의 주인공은 23살 김혜민 씨입니다. 김 씨에게 입영통지서가 날아온 건 지난 2014년 11월입니다. 김 씨는 입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가져 온 종교적 믿음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같은 종교를 믿는 주변 동료들이나 선배들이 병역을 거부했다가 처벌을 받았지만, 김 씨의 결심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검찰은 김 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김 씨에게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의례적으로 내려졌던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1심에 이어 이례적으로 2심에서도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무죄 판결을 내린 광주지방법원양심적 병역 거부에 무죄 판결을 내린 광주지방법원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른 것으로, 이를 형사처벌로 제한할 수 없다." 광주지방법원 형사항소3부(김영식 부장판사)는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을 인정하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부분 획일적으로 실형을 선고하고 있는데, 이는 '타협 판결'"이라며 법원의 관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판결문에 담았습니다.

권리와 의무의 충돌...그 논란의 역사

우리나라 '양심적 병역 거부'의 역사는 꽤 깁니다. 1939년 6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 38명이 일제의 병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게 공식적으로 확인된 최초의 병역 거부 기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1999년까지도 8천5백여 명이 처벌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적지 않은 숫자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가 공론장으로 나온 건 채 20년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01년 12월 불교신자이면서 평화주의자인 오태양 씨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음으로 공개 선언하고 나선 게 계기였습니다. 이듬해인 2002년 1월, 박시환(전 대법관) 당시 서울남부지방법원 판사가 병역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 논란은 사법부로 옮겨왔고, 사회적 관심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2004년 나온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판결은 법원의 분위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물론 그 뒤로도 상급심에선 계속해서 원심이 파기되고 유죄가 선고되긴 했습니다.

대법원도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서 심도 있게 다뤘는데 결론은 '유죄'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헌법재판소도 병역법 88조 조항에 대해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둘러싼 논란은 법적으로 모두 정리가 되는 듯 했습니다.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논란은 현재 진행형...대체복무제 도입은?

1심 법원은 간간히 무죄를, 상급심은 유죄를 선고하는 핑퐁게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4년과 2011년 병역법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세 번째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항소심의 첫 무죄 판결이 찻잔 속 태풍으로 머물지,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제 논란은 다시금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옮겨가는 모양샙니다.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고, 2007년 9월 국방부가 대체복무 허용 방안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도 도입이 급진전되는 듯 했지만, 이듬해 정권이 바뀐 뒤 여론조사를 근거로 무산된 전례가 있어 앞날은 불투명해 보입니다.

다만, 여론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 7월 회원 변호사 1,29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80.5%인 1,044명이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도입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국방부가 단호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은 대체복무제 도입에 여전한 걸림돌입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대규모 병력이 대치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병역기피 수단으로 대체복무제를 악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국방부는 내년 하반기쯤 여론조사를 실시해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1만 8,700, 3만 5,800'

앞의 숫자는 1950년 이후 최근까지 병역법 위반으로 수감된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수, 뒤의 숫자는 이들의 수감 기간을 합산해 추정한 수치(년)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백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수감시설에 수용돼 있습니다.

김혜민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보면, 이들 대부분은 기결수 수용시설인 교도소가 아니라 미결수 수용시설인 구치소에서 교도관의 행정, 운영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상 대체복무나 사회복무를 이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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