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선임연구원, ‘아들 취업비리’ 항소심 징역형

입력 2016.10.19 (20: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국제기구 사무국에 아들을 취업시킨 혐의로 기소된 국책연구기관의 선임연구원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김성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A(5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오늘(19일) 밝혔다.

A씨의 요구대로 채용기준을 바꿔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국제기구 관계자 B(42)씨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앞서 A씨는 2011년 1월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그리드사업단)이 한 국제기구 사무국을 유치할 것이 확실시되자 사업단의 국제협력팀장이었던 B씨를 통해 아들을 사무국에 채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내 아들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했는데 사무국 직원으로 채용됐으면 좋겠다"며 "영어시험 성적이 없는데 원서를 제출할 때까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니 서류전형을 합격시키고, 필기시험 문제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B씨는 영어 성적을 대체할 기준으로 '해외유학 경험'을 추가하고 필기시험에 낼 번역 문제를 A씨 아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아들은 필기시험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증언만으로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두 사람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채용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했고, A씨에게 나쁜감정을 품고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 시점으로부터 3년 만에 감사원 조사가 시작된 점에 비춰볼 때 B씨 기억이 정확하지 않거나 일부 모순될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A씨 아들이 필기시험에서 낸 번역 문제의 답이 그리드사업단이 미리 준비한 답안과 핵심 단어가 일치한 것도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같은 채용절차에 응시한 신청자들뿐 아니라 취업준비생이나 관련한 사람들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국책연구기관 선임연구원, ‘아들 취업비리’ 항소심 징역형
    • 입력 2016-10-19 20:17:56
    사회
자신의 업무와 관련이 있는 국제기구 사무국에 아들을 취업시킨 혐의로 기소된 국책연구기관의 선임연구원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김성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A(5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오늘(19일) 밝혔다.

A씨의 요구대로 채용기준을 바꿔준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국제기구 관계자 B(42)씨에게는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앞서 A씨는 2011년 1월쯤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그리드사업단)이 한 국제기구 사무국을 유치할 것이 확실시되자 사업단의 국제협력팀장이었던 B씨를 통해 아들을 사무국에 채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에게 "내 아들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했는데 사무국 직원으로 채용됐으면 좋겠다"며 "영어시험 성적이 없는데 원서를 제출할 때까지 성적을 받을 수 있으니 서류전형을 합격시키고, 필기시험 문제도 가르쳐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B씨는 영어 성적을 대체할 기준으로 '해외유학 경험'을 추가하고 필기시험에 낼 번역 문제를 A씨 아들에게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 아들은 필기시험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받아 최종 합격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증언만으로는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두 사람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B씨가 채용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했고, A씨에게 나쁜감정을 품고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 시점으로부터 3년 만에 감사원 조사가 시작된 점에 비춰볼 때 B씨 기억이 정확하지 않거나 일부 모순될 수 있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A씨 아들이 필기시험에서 낸 번역 문제의 답이 그리드사업단이 미리 준비한 답안과 핵심 단어가 일치한 것도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같은 채용절차에 응시한 신청자들뿐 아니라 취업준비생이나 관련한 사람들에게도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