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란 길고 긴 여정…이젠 어둠에서 빛으로 나왔죠”

입력 2016.10.2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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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데뷔할 때는 어렸던 한국 팬들이 이제는 성인이 돼서, 제 음악이 자신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할 때 뿌듯해요."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는 "한국에 올 때면 팬들이 늘 따뜻하게 맞아줘서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공연을 연 래를 19일 강남구 인터콘티넨털 서울 코엑스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공연은 단독 콘서트로 긴 시간 여유 있게 노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정규 2집의 '다이빙 포 허트'(Diving For Heart)처럼 무겁고 강렬한 노래뿐 아니라 정규 3집의 '호스 프린트 드레스'(Horse Print Dress)처럼 밝은 곡까지 다채로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게 단독 콘서트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래의 이번 내한공연 셋 리스트에는 정규 1집부터 3집까지 수록곡들이 골고루 담겼다.

래는 최근 발표한 정규 3집 '더 허트 스피크스 인 위스퍼스'(The Heart Speaks In Whispers) 수록곡인 '빈 투 더 문'(Been To the Moon), '그린 애프로디지액'(Green Aphrodisiac)을 비롯해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와 '두 잇 올 어게인'(Do It All Aain) 등 자신의 과거 히트곡들을 2시간 동안 선보였다.

래는 이 같은 셋 리스트 구성에 대해 "정말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감성 보컬 여신'으로 불리는 래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함께 도도하면서도 싱그러운 가창력을 선보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래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 코린 베일리 래는 평상시 제 모습의 투영이고 반영"이라며 "특히 새 삶의 기쁨이 충만해 있을 때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어 새 앨범과 전작 앨범 '더 씨'(The Sea)는 일종의 온도 차가 있다고 표현했다.

2집 앨범이 서늘하다면 3집은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찼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2008년 세상을 떠난 남편 제이슨 래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2집 앨범을 만드는 도중에 제이슨이 숨져서 그 앨범에는 인생이 멈춘 듯 무겁고 슬픈 감정을 다룬 곡들이 많이 담겼죠. 하지만 3집 앨범은 어둠에서 빛으로, 씁쓸했던 과거에서 달콤한 현재로 옮겨온 여정을 담았습니다."

래는 "개인적으로 남편의 죽음을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앨범 제작도 오래 걸렸다"며 "2집 앨범의 색감이 무채색에 가까웠다면 3집 앨범은 풍성한 색깔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생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가야 한다고 스스로 격려하고 밝은 미래를 꿈꿔왔다"며 "새 앨범은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2집 당시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데뷔한 래는 '풋 유어 레코드 온'(Put Your Records On), '라이크 어 스타' 등의 히트곡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으며 특유의 서정적 감성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남편 제이슨 래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돌연 숨지자 모든 음악 활동을 중단했다.

침체기를 겪었던 그는 2013년 오랜 기간 친구이자 프로듀서로 함께했던 스티브 브라운과 결혼하며 인생의 반려자이자 음악적 동지를 얻게 됐다.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가득한 새 앨범 역시 스티브 브라운과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스티브 브라운과의 작업에 대해 래는 "2집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터라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서로 신뢰가 두텁다"며 "스티브는 또 좋은 평론가이기도 해서 내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제안을 해준다"고 애정을 표했다.

새 앨범은 초록의 싱싱함을 '녹색 최음제'에 빗댄 노래 '그린 애프로디지액'을 비롯해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사로 가득하다. '심장은 속삭여 말한다'는 앨범 이름부터가 문학적이다.

래는 "타이틀의 경우 입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표현"이라며 "대개 가사도 마찬가지인데 고민 끝에 뇌를 거쳐 나왔다기보다 기타를 만지작거리다 툭 튀어나온 표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또 '캐러멜'(Caramel)의 가사 '사랑이 아닌 고통이 너를 용감하게 한다'(It isn't love, but pain, that makes you brave)도 그런 식으로 나온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다만 그런 표현들이 과잉으로 비쳐서 되레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래는 인터뷰 도중 한국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그리움은 끝까지 남기 마련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과 고통은 점점 분리된다고 생각해요."

래는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해도 그가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알아가면서 사후에도 교감을 이어갈 수 있다"며 "우리는 꿈을 통해, 추억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슬픔은 긴 여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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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이란 길고 긴 여정…이젠 어둠에서 빛으로 나왔죠”
    • 입력 2016-10-20 07:27:27
    연합뉴스
"제가 데뷔할 때는 어렸던 한국 팬들이 이제는 성인이 돼서, 제 음악이 자신의 인생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할 때 뿌듯해요."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코린 베일리 래는 "한국에 올 때면 팬들이 늘 따뜻하게 맞아줘서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공연을 연 래를 19일 강남구 인터콘티넨털 서울 코엑스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공연은 단독 콘서트로 긴 시간 여유 있게 노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정규 2집의 '다이빙 포 허트'(Diving For Heart)처럼 무겁고 강렬한 노래뿐 아니라 정규 3집의 '호스 프린트 드레스'(Horse Print Dress)처럼 밝은 곡까지 다채로운 노래를 들려줄 수 있는 게 단독 콘서트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래의 이번 내한공연 셋 리스트에는 정규 1집부터 3집까지 수록곡들이 골고루 담겼다.

래는 최근 발표한 정규 3집 '더 허트 스피크스 인 위스퍼스'(The Heart Speaks In Whispers) 수록곡인 '빈 투 더 문'(Been To the Moon), '그린 애프로디지액'(Green Aphrodisiac)을 비롯해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와 '두 잇 올 어게인'(Do It All Aain) 등 자신의 과거 히트곡들을 2시간 동안 선보였다.

래는 이 같은 셋 리스트 구성에 대해 "정말 팬들과 소통하고 팬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감성 보컬 여신'으로 불리는 래는 이번 내한공연에서 시종일관 밝은 미소와 함께 도도하면서도 싱그러운 가창력을 선보여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래는 "무대에서 공연하는 가수 코린 베일리 래는 평상시 제 모습의 투영이고 반영"이라며 "특히 새 삶의 기쁨이 충만해 있을 때 공연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어 새 앨범과 전작 앨범 '더 씨'(The Sea)는 일종의 온도 차가 있다고 표현했다.

2집 앨범이 서늘하다면 3집은 따뜻한 에너지로 가득 찼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2008년 세상을 떠난 남편 제이슨 래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2집 앨범을 만드는 도중에 제이슨이 숨져서 그 앨범에는 인생이 멈춘 듯 무겁고 슬픈 감정을 다룬 곡들이 많이 담겼죠. 하지만 3집 앨범은 어둠에서 빛으로, 씁쓸했던 과거에서 달콤한 현재로 옮겨온 여정을 담았습니다."

래는 "개인적으로 남편의 죽음을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앨범 제작도 오래 걸렸다"며 "2집 앨범의 색감이 무채색에 가까웠다면 3집 앨범은 풍성한 색깔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생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가야 한다고 스스로 격려하고 밝은 미래를 꿈꿔왔다"며 "새 앨범은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2집 당시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데뷔한 래는 '풋 유어 레코드 온'(Put Your Records On), '라이크 어 스타' 등의 히트곡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으며 특유의 서정적 감성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남편 제이슨 래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돌연 숨지자 모든 음악 활동을 중단했다.

침체기를 겪었던 그는 2013년 오랜 기간 친구이자 프로듀서로 함께했던 스티브 브라운과 결혼하며 인생의 반려자이자 음악적 동지를 얻게 됐다. 새로운 삶의 에너지로 가득한 새 앨범 역시 스티브 브라운과 함께 만든 결과물이다.

스티브 브라운과의 작업에 대해 래는 "2집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로 활동했던 터라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서로 신뢰가 두텁다"며 "스티브는 또 좋은 평론가이기도 해서 내게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제안을 해준다"고 애정을 표했다.

새 앨범은 초록의 싱싱함을 '녹색 최음제'에 빗댄 노래 '그린 애프로디지액'을 비롯해 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사로 가득하다. '심장은 속삭여 말한다'는 앨범 이름부터가 문학적이다.

래는 "타이틀의 경우 입에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표현"이라며 "대개 가사도 마찬가지인데 고민 끝에 뇌를 거쳐 나왔다기보다 기타를 만지작거리다 툭 튀어나온 표현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또 '캐러멜'(Caramel)의 가사 '사랑이 아닌 고통이 너를 용감하게 한다'(It isn't love, but pain, that makes you brave)도 그런 식으로 나온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다만 그런 표현들이 과잉으로 비쳐서 되레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래는 인터뷰 도중 한국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면 그리움은 끝까지 남기 마련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추억과 고통은 점점 분리된다고 생각해요."

래는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해도 그가 좋아했던 책은 무엇인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알아가면서 사후에도 교감을 이어갈 수 있다"며 "우리는 꿈을 통해, 추억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슬픔은 긴 여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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