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도 잃을 수 없다” 아르헨티나 여성의 절규

입력 2016.10.21 (08:32) 수정 2016.10.2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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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살 소녀 루시아는 이달 초 마약상들에게 납치됐다. 강제로 코카인을 투약 당했다. 마약상들은 성폭행과 고문을 했고, 흉기로 찌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상들은 정신을 잃은 루시아를 씻기고 깨끗한 옷을 입힌 뒤 루시아를 마약 재활센터에 보냈다. 루시아를 마약 남용자로 위장하려 한 것이다. 루시아는 이후 폭행 후유증으로 숨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일터와 학교에서 뛰쳐나와 파업 시위를 벌였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 광장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검은 수요일'로 불린 지난 19일 오후, 단 1시간 파업이었지만 빗속에서도 우산을 들고 나온 여성 수천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얼굴과 멍과 핏자국을 분장하고 나타났다. 여성 대상 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을 재연한 것이다.

시위 참가자는 어머니 손 잡고 나온 어린이부터 청소년, 할머니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우리 모두가 루시아"라고 외쳤다.

"'여성 존중하지 않는 사회'가 범죄 유발"

시위에 참여한 카리나 무노스 씨는 "남자들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에서 자랐다.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무노스 씨는 "성폭행범은 괴물이나 정신병자가 아닌 이 사회의 건강한 사람이었다"며 '여성 살해' 사건을 단순히 범인 개인의 문제로 규정할 게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을 파헤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여성 단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30시간마다 여성 1명이 살해되고 있다.

2012년에는 '여성 살해(femicide)'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근절하지 못했고, 지난 7년 동안 여성 천8백여 명이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가해자 상당수는 남편, 남자친구, 가족이었다.


"한 명도 잃을 수 없다(Ni Una Menos)"

피해자 루시아의 친오빠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향한 공개 편지를 썼다. "다음은 여러분의 차례일 수도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희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Ni Una Menos', "한 명도 잃을 수 없다"였다.

루시아의 아버지는 "15년형과 같은 가벼운 처벌은 안 된다. 종신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비영리 단체인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여성 혐오 등을 막기 위해 설립된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피해 여성 지원과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남미 이웃 국가인 멕시코와 칠레, 볼리비아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같은 날 '검은 수요일' 연대 시위가 열렸다. 16살 소녀 루시아의 죽음으로 시작된 시위는 남미를 너머 전 세계로 뻗어나갈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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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명도 잃을 수 없다” 아르헨티나 여성의 절규
    • 입력 2016-10-21 08:32:46
    • 수정2016-10-21 08:54:49
    취재K
 16살 소녀 루시아는 이달 초 마약상들에게 납치됐다. 강제로 코카인을 투약 당했다. 마약상들은 성폭행과 고문을 했고, 흉기로 찌르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상들은 정신을 잃은 루시아를 씻기고 깨끗한 옷을 입힌 뒤 루시아를 마약 재활센터에 보냈다. 루시아를 마약 남용자로 위장하려 한 것이다. 루시아는 이후 폭행 후유증으로 숨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아르헨티나 여성들은 일터와 학교에서 뛰쳐나와 파업 시위를 벌였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5월 광장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검은 수요일'로 불린 지난 19일 오후, 단 1시간 파업이었지만 빗속에서도 우산을 들고 나온 여성 수천 명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얼굴과 멍과 핏자국을 분장하고 나타났다. 여성 대상 범죄 피해자들의 모습을 재연한 것이다.

시위 참가자는 어머니 손 잡고 나온 어린이부터 청소년, 할머니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우리 모두가 루시아"라고 외쳤다.

"'여성 존중하지 않는 사회'가 범죄 유발"

시위에 참여한 카리나 무노스 씨는 "남자들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회에서 자랐다. 끔찍한 성폭행 사건이 이어지는 이유"라고 AFP 통신에 말했다.

무노스 씨는 "성폭행범은 괴물이나 정신병자가 아닌 이 사회의 건강한 사람이었다"며 '여성 살해' 사건을 단순히 범인 개인의 문제로 규정할 게 아니라 구조적인 모순을 파헤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여성 단체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30시간마다 여성 1명이 살해되고 있다.

2012년에는 '여성 살해(femicide)'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근절하지 못했고, 지난 7년 동안 여성 천8백여 명이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가해자 상당수는 남편, 남자친구, 가족이었다.


"한 명도 잃을 수 없다(Ni Una Menos)"

피해자 루시아의 친오빠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을 향한 공개 편지를 썼다. "다음은 여러분의 차례일 수도 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여성에 대한 폭력'에 희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Ni Una Menos', "한 명도 잃을 수 없다"였다.

루시아의 아버지는 "15년형과 같은 가벼운 처벌은 안 된다. 종신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비영리 단체인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여성 혐오 등을 막기 위해 설립된 '한 명도 잃을 수 없다'는 피해 여성 지원과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을 촉구하고 있다.

남미 이웃 국가인 멕시코와 칠레, 볼리비아뿐만 아니라 스페인에서도 같은 날 '검은 수요일' 연대 시위가 열렸다. 16살 소녀 루시아의 죽음으로 시작된 시위는 남미를 너머 전 세계로 뻗어나갈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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